[i레터] 공통점이 더 많은 버핏과 애크만

국내 투자자들 중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모르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반면 빌 애크만(Bill ackman)을 아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나마 빌 애크만을 기억하는 이들도 밸리언트(Valeant)에 투자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약가를 급등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결국 크게 손실을 본 매니저 정도로만 기억할 것입니다. 빌 애크만은 한때 베이비 워런(Baby Warren)라 불렸지만, 국내에선 결국 워런 버핏를 모방한 뱁새이자 워런 버핏이라는 영웅을 빛내는 빌런이라는 인식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밸리언트 투자로 큰 손실을 보기 시작한 2015년 전후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 주주서한과 1980년대 중반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서한을 살펴보면,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훨씬 더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주주 행동주의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들의 공통점을 하나씩 열거하겠습니다. 우선 이들은 기본적으로 음식료, 유통, 식당 프렌차이즈 같은 전통산업을 선호합니다. 또한 둘 다 기업의 본질가치가 시장가치와 다르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주식을 사서 좋아지길 기대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회사의 경영과 자본정책에 적극 관여합니다. 이때 지속적인 비용절감과 자사주 매입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경영과 자본정책에 대한 관여입니다. 버핏은 보통 회사를 인수하거나 회사의 주요 주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합니다. 이 때 버핏이 선호하는 경영자는 추가적인 자본 투입 없이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과 원가절감 및 가격인상을 추구해야 합니다. 버핏이 좋아하던 시즈캔디도 이미 1984년부터 시장경쟁이 치열해져 판매량이 늘지 않았지만, 원가절감과 가격 인상으로 버틴 정황이 주주서한에서 확인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사주 소각인데, 회사실적 변동이 있어도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야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빌 애크만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을 액티비스트 즉 활동주의 투자자라고 평가하면서, 다소간의 유연성을 포기하더라도 회사에 원하는 바를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경영에 관여한 철도회사인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Canadian Pacific Railway Limited)에 과감한 비용절감으로 장기적으로 대규모 EPS 증가를 요구했고, 하워드 휴즈사(Howard Hughes Corporation)는 직접 파산기업에서 사업부를 분리해 설립을 주도한 뒤 주요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베이비 워런이라고 부른 것은 이처럼 투자스타일에서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빌 애크만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경영관여가 단순한 이익 추구가 아닌 미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퍼싱스퀘어의 2014년 주주서한을 보면, 인덱스 펀드들이 미국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될 경우 적극적인 기업 감시를 소홀히 해 미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빌 애크만의 주주 행동주의는 워런 버핏보다 한발 더 나갔다고 봐야 합니다. 버핏은 인수한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지분 투자를 싫어했고 매력적인 가격이 나오지 않는 한 경쟁사들을 매수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빌 애크만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쟁사 M&A나 기업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적극 추진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퍼싱스퀘어가 주요주주로 있었던 밸리언트와 앨러간 합병을 주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빌 애크만과 워런 버핏의 차이를 가른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빌 애크먼이 밸리언트로 인해 2015년과 2016년에 큰 손실을 본 반면, 워런 버핏은 그렇게 큰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률만 따지면 빌 애크만도 최근 다시 스타벅스나 치폴레 투자 등으로 수익률을 만회했음에도 대중들의 시선이 차가운 것은 빌 애크만의 주주 행동주의가 너무 주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빌 애크만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밸리언트는 의약품 시장에서 희귀의약품을 독점한 뒤 의약품 가격을 크게 인상했는데, 이는 곧바로 사회적 비난을 초래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밸리언트와 앨러간의 합병도 무산되었는데, 이는 앨러간 경영진이 연구개발 비용을 과감하게 축소시키는 밸리언트의 경영방식이 앨러간 문화와 맞지 않다고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 주주만 고려한 결과라고 봅니다.

반면 워런 버핏도 많은 경우 자사주 매입과 원가 절감에 치우친 것은 사실이지만, 밸리언트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큼 크게 무리한 적은 없습니다. 또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섬유사업을 21년간이나 유지한 것도 1985년 주주서한 당시에는 실수라고 후회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당 노동자들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한 부분이 긍정적 평판으로 남았습니다.

주주 관점에서 경영진을 감시하는 것이 결국 사회 전반에 이로울 것이라는 주주 행동주의 믿음은 마치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사회전체적 부와 효율성에 기여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약자를 배려하는 수정 자본주의로 변화한 것처럼, 주주 행동주의도 주주 이외의 집단을 어느정도 고려하는 융통성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주주 자본주의가 뿌리내리는 것부터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빌 애크만 같은 투자 방식에 대해 부정적 시선보다 빌 애크만이 추구하려던 주주 행동주의의 신념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