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자산주 투자시 신뢰와 가치투자

서병수 수석연구원 19.12/18 08:14 조회 840 누적점수:: 0

편집자주 | [편집자주] 아래 내용은 12월 17일자 스노우볼레터에 소개됐습니다. 스노우볼레터는 아이투자가 매일 아침 발송하는 투자자를 위한 메일링 서비스입니다. 아이투자 회원이면 누구나 무로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독자가 아니신 분들과도 정보를 공유합니다.

스노우볼 레터에서는 향후 매주 1회 정도 칼럼 형식으로 투자와 관련된 내용들을 가볍게 다뤄보려고 합니다. 내용은 투자론, 재무재표 개념, 국내외 주식시장 이슈 등 투자에 도움되는 광범위한 내용들을 포함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 칼럼은 글을 쓴 연구원 개인의 의견일 뿐 아이투자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자산주를 선호합니다. 기업의 이익은 매년 변동성이 크고 이익에 대한 경영진의 말은 신뢰할 수 없지만, 기업의 자산은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도 자산주 투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레이엄은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 15장에서 ‘주가가 순유동자산가치보다 낮거나 또는 순유동자산가치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 때’ 매입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체 자산도 아닌 1년 이내에 현금화될 순자산과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입니다.

오늘날 그레이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의 방식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월터 슐로스조차도 그레이엄 방식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월터 슐로스는 그레이엄이 투자했던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으로 기업 실적이 부진한 데다가 50%에 가까운 법인세로 인해 기업이익이 크게 훼손된 특수한 시기라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산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지금도 어느정도 통합니다. 자산주의 수익률이 좋은 시기는 흔히 기업의 수익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입니다. 경기가 부진해 기업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에 자산주는 새롭게 부각받습니다. 혹은 주식시장 PER이 너무 높은데 기업 이익 성장에 의문이 제기되는 시기에도 자산주는 재평가를 받습니다. 즉 자산주 부각에는 기업 이익에 대한 신뢰 부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산주가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경우는 그 기업의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른바 ‘저PBR 턴어라운드’입니다. 저평가 자산주는 기업 이익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자산가치만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산가치에 대한 신뢰 하에 수익에 대한 신뢰가 더해지면서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것입니다. 즉 자산과 수익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이뤄졌기에 주가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한편 자산주가 성과를 내려면, 자산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자산에 대한 신뢰는 우선적으로 재무제표에 기재된 대차대조표가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자산 내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현금성 자산 혹은 가치있는 부동산의 비중이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 못지 않게 중요한 전제는 기업에 쌓인 자산이 기업의 모든 주주을 위해 사용된다는 신뢰입니다. 아무리 기업 내 자산이 많아도 그 자산이 다수의 주주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사용된다면, 자산주는 만성적으로 저평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명한 투자자에서 종목 선정기준으로 최근 20년간 배당이 중단없이 실시했어야 한다고 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입니다.

결국 자산주는 기업의 이익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부각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산의 평가와 자산의 활용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자산주가 부각받은 1930년대에 이미 재무제표와 자산배분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가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재무제표와 기업의 자산배분에 대한 신뢰는 가치투자를 시작하는 기본입니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한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만들어가는 사회 전체의 공공재산입니다. 미국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신뢰 자산을 기반으로 장기투자가 가능한 주식시장을 키워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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