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은 투자한 회사를 직접 사용해 봤는가?

200종목 보유한 어느 투자자의 포트 분류법

단독 [아이투자 넥클리스]
편집자주 |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 아래 칼럼은 지난 7월 8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글 작성 당시와 표출 시점인 현재 시차가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넥클리스입니다.

2019년 상반기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바퀴를 돌아 시작점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구체적으로 2018년 12월 28일 2,041.04로 끝났던 KOSPI지수는 2019년 6월 28일에는 2,130.62으로 끝났습니다. 2018년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4.4%의 상승은 투자자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웠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저조한 성과의 원인으로는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을 하나 꼽자면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Figure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6년 중반 저점을 찍은 이후 이후 2017년과 2018년 중반까지 100이상을 유지하던 반도체 가격이 2019년 상반기 들어 크게 하락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외부적인 상황은 전체 영업이익의 거의 80%를 반도체로 내고 있는 삼성전자나, 반도체 단일업종으로 볼 수 있는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운 일로 생각됩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어렵다면 마이크론과 도시바와 같은 경쟁자들도 같이 힘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2010년대 초반에 있었던 치킨게임이 다시 한 번 반복되게 된다면, 현재로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게 장기적으로는 불리한 게임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Figure 1] 반도체 수출물가지수 (2015년 = 100)


이번 글에서는 “투자에 앞서 직접 해당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은 정말로 투자성과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고민해보았습니다.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와 같은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요인 중 하나가 “소비자로서의 사용경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워렌 버핏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코카콜라입니다. 실제로 직접 워렌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미국생활 경험이 없는 저도 개인적으로도 한 번 정도는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이 제법 있는 점이 흥미로왔습니다. 2019년 6월 3일 빌 게이츠의 유튜브채널에 업로드된 버핏의 데어리 퀸 아르바이트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NQWkNXr2ujI)에서도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아래 사용 경험은 필자의 사용 경험 유무를 표시했습니다.

[Table 1] Warren Buffett Portfolio [2019-03-31]

출처: https://www.gurufocus.com/guru/warren+buffett/current-portfolio/portfolio

JP모건과 같은 은행들의 경우 사용할 기회가 없었음을 고려하면, 지금의 비율은 생각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미국 기업들이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투자한 기업의 비중이 아니라 숫자로 본다면 버핏이 스스로 가장 자신이 있는 분야라고 말하는 금융업 및 금융서비스업(신용평가 등)의 비중이 확실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버핏만큼 정통하게 알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도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보지 않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분류해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하여, 직접 사용해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한번 분류해보고자 하였습니다. 공개된 포트폴리오 전체는 아이투자/커뮤니티/나의 포트폴리오(http://www.itooza.com/community/community_sub.htm?ss=02)에 들어가시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번 검토는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해 보았습니다. 새로 추가한 조건은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비교하여, 해당 제품/서비스를 선택하여 구매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조건입니다.

이는 버핏의 말 중 “리글리(Wrigley, 세계적인 껌 회사)의 껌이 40센트이고, 다른 이름 모를 껌 회사의 제품이 30센트일 때 어느 쪽을 고를 것인가?”라는 질문을 응용한 것입니다. 만약 위의 질문에 대해서 “YES”라고 답한다면, 이는 적어도 저에게는 그 기업의 제품이 다른 기업의 제품에 비해서 가성비가 됐든, 브랜드 인지도가 됐든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자동차 신차에 붙어있던 신차용 타이어와 같이 제가 고른 것이 아니라 완성차 업체에서 골라준 것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으로서만 사용해 보았다면, 이는 경쟁우위의 문제와는 크게 상관없는 문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하여 해당 기업의 제품을 고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기업들의 리스트입니다.

[Table 2] 포트폴리오 중 “선호한 경험이 있는” 기업리스트


구체적으로 몇 가지 기업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 비교하여 고른 경험이 있습니다. 다나와의 경우 네이버 쇼핑이 비교대상이 되었습니다. 오뚜기는 케첩이 아니라, 레토르트 카레에서 다른 기업이 아닌 오뚜기 카레를 선택한 경험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전체 198개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겨우 12.1%에 해당하는 24개의 기업에 대해서만 “선호하는” 수준의 경험을 단 한번이라도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업의 상향평준화에 따라 보다 특별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주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B2B의 경우 소비자선호도가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무선통신사업부에서는 선호가 있었지만,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D램이나 플래시메모리를 직접 사본 경험이 없음을 고려하면 지금의 분류는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선호대상”보다 더욱 흥미로왔던 분류가 “사용한 경험은 있으나 개인적 선호와는 관계가 없었던” 그룹이었습니다. 여기에는 52개의 기업들이 포함되었습니다.

[Table 3] 포트폴리오 중 “사용한 경험만 있는” 기업리스트



이 그룹의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생각보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용하게 되는 제품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자금융의 경우 주로 축의금 등 ATM을 사용할 때 사용한 경험들이 있는데, 그저 그 ATM이 “바로 거기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지 누가 서비스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GS25이기 때문에 GS25를 매우 자주 이용하지만, CU등 다른 편의점이 들어온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에스원과 같이 서비스는 이용하고 있지만 돈을 직접 지불하거나 선택권이 있지는 않은 종류의 서비스도 있습니다. 타이어의 경우 신차용으로 붙어 있는 타이어였기 때문에, 타이어를 선택한 것은 제가 아니라 완성차 회사이기 때문에 제 의지가 들어갈 부분은 없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KG모빌리언스와 같은 업체도 이와 같이 제가 지정할 여지가 없는 경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의 기업 중 “사용한 경험도 없는” 기업들의 목록을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총 122개의 기업이 포함되었습니다.

[Table 4] 포트폴리오 중 “사용한 경험도 없는” 기업리스트



세 번째 그룹에는 너무 많은 기업들이 속해 있어서 특징을 잡기가 어려웠지만, 이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표현하자면 “사용하고 있지만 어느 기업 제품인지는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할 필요가 없는”, 아예 개인에게는 판매할 일이 절대로 없는 B2B기업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예가 제약업체 중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복용하는 전문의약품 업체들이라면,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들을 B2B의 예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는 시작할 때 기대했던 결과에 비해서는 다소 싱거운 결과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기업이 많지가 않고, 사용하더라도 보안업체나 신용평가업체와 같이 직접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분류 각각의 수익률만으로 보자면, 특정 분류가 유난히 더 나은 수익률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위의 수익률은 투자시기와 가격이 전혀 통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분류법에 따라서, 투자대상의 특징에 따라 투자결정의 프로세스에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는 생각합니다.

특히 1) 소비자로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선호와는 거의 무관한 업체들과, 2) 소비자로서 사용하면서 특히 선호에 민감한 업체의 경우는 같은 B2C라고 하더라도 그 경쟁우위 특성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ATM서비스의 경우 비록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이지만 소비자의 선호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미 설치되어 있는, 선점하고 있는 장소가 절대적이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또한 투자의사결정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사용해볼 기회가 “아예 없는” 기업들의 경우, 요행히 업황이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업황이 예상 밖으로 나빠질 경우 적시에 적절한 판단이 곤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2019년 하반기도 무사히 마무리하시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 기사에 포함된 종목
씨큐브, 민앤지, 나스미디어, 경동제약, 유진테크, 영풍정밀, 쎌바이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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