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 주인 찾는 대우조선해양, 2008년 vs. 2019년

단독 [아이투자 넥클리스]
편집자주 |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2019년 연초는 주가가 크게 뛰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즐거운 시작이 되었던 듯합니다.

주가지수도 많이 뛰었지만, 연초부터 그 동안 미뤄지고 있던 “큰 건”들도 잇따라 발표되는 듯 합니다. 눈에 띄는 것이 1월 31일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과, 2월 8일 발표된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건입니다. 오랫동안 잠재적인 M&A매물로 남아 있던 두 기업이 이제야말로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여러모로 눈길이 갑니다.

이번 칼럼은 2008년에 있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2019년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서로 비교해보면서, 11년의 시간의 간격이 어떠한 차이를 나타냈는지를 보이고자 합니다.

[표1] 2008년과 2019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사례 비교


대략적으로 살펴보기에도, 2008년에 비해 2019년의 거래가 여러모로 매수자에게 유리하고 매도자에게는 불리한 계약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매각 예정금액만 보아도 3분의 1정도로 줄어들었고, 지불방법도 이전의 경우 현금인수임에 반하여 신설회사(현대중공업의 신설지주회사)의 상환전환우선주(1조 2,500억원)와 보통주로 받기로 한 것 또한 매수자 입장에서 당장 현금을 크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앞으로의 통합회사의 위험을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진다는 점에서 매수자에게 유리하게 보여집니다.

현대중공업의 1월 31일 공시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조항도 찾을 수 있습니다.

[표2] 현대중공업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 2019.01.31

(자료: 전자공시)

주요조건 중 마지막 조항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 산업은행이 1조원의 단기대출한도(Credit line)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인수합병이 완료된 이후에 대우조선해양에 단기적인 현금흐름 경색이 발생할 경우 그 위험을 산업은행이 일차적으로 부담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종합하면, 매각금액과 지불방법, 세부조항 모두에서 산업은행이 2008년에 비해서 훨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지,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매수희망자가 다수/단독인지의 차이

2008년의 경우 현대중공업, 포스코, GS, 한화라는 적어도 네 곳의 인수희망자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의 자료를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이 4조원 안팎, 포스코-GS가 컨소시엄을 구성했을 때 5조원 안팎을 고려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금액의 차이가 작지는 않지만, 인수희망자가 여럿이라는 점은 기본적으로 매수자들보다는 매도하는 쪽에 유리한 상황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M&A의 가격협상이나 지불조건 등에 있어서 매수자에게 수의계약이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2012년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現 SK하이닉스) 인수 사례입니다. 최초 SK텔레콤과 STX그룹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STX가 입찰을 포기하여 SK텔레콤이 단독으로 인수에 참여하였습니다.

SK텔레콤은 총 3조 3,700억원에 하이닉스반도체 지분을 인수하였는데, 이 중 1조300억 원이 채권단의 지분(구주)을 인수하는데 쓰였지만, 나머지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신주 유상증자에 참여하여2조 3,400억 원이 SK하이닉스의 자본금으로 유입되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시설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가치를 높이는데 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SK텔레콤의 입장에서 “손 밖”으로 나간 현금은 1조 300억원에 불과하였던 셈입니다.

이번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입장에서 소요되는 현금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유상증자를 받은 금액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을 상환하게 되겠지만, 이는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게 되는 것입니다.

2. 매도자의 우선순위 변경 (많이 받는 것 → 조속한 민영화)

한편, 매도희망자인 산업은행의 우선순위도 이전에 비해서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최근 2018년 국정감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시태안군)이 22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산업은행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산은이 출자해 구조조정 중인 회사에 7명, PF투자회사에 29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13명, 일반거래처에 10명 등 총 59명이 업무연관성 있는 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회사의 일반적인 지분투자와는 달리, 산업은행의 경우 많은 경우 부실한 기업들을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떠안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은행이 가격을 높이 받는 것보다는 빠른 민영화(매각)을 선호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최근 ㈜화승의 부도사례를 살펴보면 이와 같이 떠안은 기업들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산업은행이 점점 더 큰 부담을 갖게 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나아가서,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성이 유지된다면, 추후 산업은행의 산하회사 민영화는 산업은행보다는 매도자에게 더 유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라는 예측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1] 뉴스검색 결과(산업은행/화승)

(자료: 네이버 검색화면)

3. 잠재적 매수자들의 생각 차이

2008년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유로 꼽는 것이 '신성장동력 마련'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때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상당히 좋았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그룹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선업을 그룹의 사업범위에 추가하는 것 자체가 많은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이던 시점이었습니다.

반면 현재 나오는 기사를 살펴보면 'LNG선박시장의 점유율 극대화',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 '선주들과의 선가 협상에서의 우위'가 주요 매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특히 의미 있는 점은, 이전의 인수 이유인 '신성장동력 마련'은 어떤 인수희망자도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현재의 인수 이유들로 꼽히는 것들은 국내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외에는 해당하는 기업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표 1>에서의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을 살펴보면, 2008년과 2019년의 매출액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상당히 낮고 당기순이익은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현금흐름에 대해서 민감한 PEF들의 입장에서도 투자하기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2008년의 대우조선해양이 그 자체로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매물이었다면, 2019년의 대우조선해양은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면 관심을 갖기 어려운 매물인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이유들이 대두되는 것은 다른 기업집단이나 PEF등의 입장에서 현대중공업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 거래에 뛰어들 이유를 상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인수합병 시장에서의 전반적인 분위기의 변화 또한 매수자인 현대중공업이 매도자인 산업은행에 비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표 2>의 인수합병 단계에 대해서 해설을 달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3]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단계별 정리


이번 인수합병의 결과는 앞으로의 조선경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겠지만, 많은 면에서 볼 때 과거의 SK하이닉스 인수와 닮은 점이 많아 보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이후 반도체 경기의 호조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것과 같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또한 추후 조선경기의 적절한 회복만 있다면 인수자의 입장에서 인수합병의 성공사례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들어, 인수합병에 나서는 기업들에 대해서 대체로 주식시장의 반응이 차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특히 협상테이블이 매도자보다 매수자에게 기울어져 있는 경우는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번 인수합병 또한 그런 경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선업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은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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