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터키 위기, IMF 돌아보면 미래 보인다

단독 [아이투자 넥클리스]
편집자주 |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넥클리스입니다.

2018년 8월의 가장 중요한 경제이슈는 역시 터키 환율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이버 검색어에 ‘터키 환율’, ‘터키’,’터키 버버리’,’터키 직구’등이 떠 있는걸 보면 현재의 터키의 외환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단지 쇼핑의 기회로서 의미를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의 터키 환율을 살펴보면, 5년전에는 1달러를 1.94리라로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달러를 바꾸기 위해서는 6.46리라를 지불해야 합니다. 올해를 기준으로 해도 터키 리라화의 통화가치 하락률은 45%에 달해, 아르헨티나 페소(37%),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17.6%)와 같은 다른 신흥국 통화들에 비해서도 하락폭이 매우 큰 편입니다.

[그림1] 1달러(USD)당 터키리라(TRY) 환율

출처: Bloomberg

터키 경제적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건 과도한 외화부채와 상대적으로 적은 외환보유고에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터키 은행과 기업들은 외화부채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으며, 이에 따라 터키 경제는 국가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터키 재무부에서 추정한 바에 의하면 터키의 경상수지는 앞으로도 40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에너지 및 광물연료의 수입규모가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표1] 터키 정부의 경제 전망

출처: KOTRA

터키의 외화부채는 약 3,500억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외환보유고는 1,0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됩니다. 뉴욕 타임즈의 2018년 7월 11일 보도에 의하면, 터키의 민간부분의 외화부채는 2,4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최근 리라화 가치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서 2018년 6월 터키 중앙은행은 유동성 창구금리 (Late Liquidity Window Rate, 이하 LLW 금리)를 13.5%에서 16.5%로 인상시키고 외환거래 제한과 지급준비율 인상 등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세부적으로 차이점은 있지만 지금 터키의 상황과 1998년 한국의 상황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정치 권력의 불안정

1997년 당시 한국은 김영삼 정부가 레임덕 상황으로 다음해 대선을 앞두고 있었으며, 현재의 터키는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 실패 이후에 경제적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이어져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은 IMF 구제금융 신청, 외채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단히 중요하고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있어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터키는 높은 GDP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만성화되어 있으며 2018년 6월에도 29억 7,000만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외화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외환위기로의 진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3) 높은 단기외채 비율

터키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018년 5월 기준147%에 달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장 갚아야 할 돈이 지금 갖고 있는 돈보다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S&P와 무디스 등이 국가신용도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외채를 조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외환안정성은 점점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의 IMF외환위기의 상황들을 되돌아봄으로써, 앞으로 터키가 외환위기 상황에 들어갈 경우 어떠한 단계들을 밞게 되는지를 살펴보는 게 의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래의 내용들은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IMF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던 정덕구씨의 ‘외환위기 징비록 (삼성경제연구소)’을 기준으로, 당시 재무부 차관보로 미국측 카운터파트였던 티모시 가이트너의 ‘스트레스 테스트’의 내용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1) 한보철강 부도(1997년 2월)

기업의 부도는 금융권에 있어 큰 부담이 됩니다. 특히 덩치가 큰 제조업 기업들의 부도는 금융권에 막대한 부실여신을 안겨주게 됩니다. 실제로 1997년 2월 한보철강 부도 당시 총부채는 6조 6,000억원에 달하였으며, 그 당시 재계서열로 14위의 대기업의 부도는 기업들에 대한 은행들의 여신공여를 급격히 축소시키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대기업의 부도는 금융시장의 경색을 가져오는 중요한 방아쇠(Trigger)를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외환위기, 또는 금융위기의 시작점으로 유의미한 규모의 제조업 기업의 부도는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 금융시장의 불안 증폭(1997년 2월-10월)

주가의 급락, 원/달러 환율의 급등, 회사채 유통수익률 폭등 등의 상황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시점입니다. 1)에서 나타난 제조업체들에 대한 불안과 금융권의 위기감이 여신회수로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경색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의 중요한 변화는 국제신용평가기관(S&P, 무디스,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이 있습니다. 신용등급 강등을 전후하여,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매도와 외환의 해외유출이 일어나게 됩니다.

3) IMF구제금융의 공식화(1997년 11월 21일)

정부에서 IMF구제금융 신청을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 이후 IMF와의 구제금융 조건들을 협상하게 되며, 이후 종합금융사의 외환업무 정지 조치(11월 22일), IMF실사 및 협상 착수(11월 24일)와 같은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이 때 IMF가 지원할 금액과 부과할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이 약 한 달 정도 진행된 이후, 지원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4) 뉴욕 외채협상(1998년 1월 – 3월)

어떻게 보면 IMF 구제금융 신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외채협상입니다. IMF의 자금지원으로 국가부도의 위기를 잠시 미뤘지만, 외채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IMF의 자금이 들어오기 무섭게 대외채무를 갚느라 유출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외채의 만기연장 프로그램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채권금융기관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지는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분수령이 됩니다.

전세계의 수 백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만기연장 채무에 대한 금리를 협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외채협상에서 한국은 1년만기 대출은 LIBOR+225bp, 2년만기는 LIBOR+250bp, 3년만기는 LIBOR+275bp라는 비교적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96.4%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5) 신규자금의 조달(1998년 3월-4월)

외채협상 이후에 높아진 국가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에 나섭니다. 아시아와 유럽지역, 미국에서의 로드쇼를 거쳐 한국은 총 발행규모 40억달러(10년만기 30억달러, 5년만기 10억달러), 가격은 10년만기 가산금리 355bp, 5년만기 가산금리 345bp로 외평채 발행에 성공합니다.

이와 같은 발행의 성공은 단순히 40억달러를 조달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도 돈을 빌릴 수 없는 국가와, 비싼 금리로라도 돈을 빌릴 수 있는 국가의 차이는 개인으로 따지면 신용불량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와 같을 것입니다.

전체 프로세스를 요약해보면, 1) 제조업의 부도, 2) 금융시장의 경색, 3) IMF구제금융 신청, 4) 외채협상과 종료, 5) 신규자금(뉴머니)의 조달이라는 다섯개의 프로세스를 통해 외환위기가 일차적으로 종료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넘기느냐에 따라 이후 해당 국가의 경제회복 속도가 결정된다고 본다면, 현재의 터키는 어느 단계에 있고 이러한 프로세스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달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엑셀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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