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미 서부 텍사스유(이하 WTI) 가격이 급락했던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유가 상승에 2분기 정유사들의 호실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7일(현지시각) WTI 8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3.16%(2.23달러) 오른 배럴당 7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1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1월 초까지 모든 국가가 이란산 원유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하며 예외는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뒤 2015년 이후 해제됐던 이란 경제 압박을 재개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원유재고 감소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정유사에게 명과 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구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기까지 평균 45일 가량이 걸린다. 유가 상승기라면, 낮은 가격에 샀던 원유를 정제해 높은 가격으로 팔면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재고평가이익으로 구분한다.
* 회계상으로 재고평가이익은 없다. 재고자산은 평가손실과 환입만 재무제표에 기록된다. 기사 본문에 쓴 재고평가이익은 재고자산 구입과 판매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의미한다.
다만, 석유 제품 가격이 유가 상승분만큼 오르지 않을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 수송비 등을 뺀 나머지 금액을 정제마진이라 한다.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요즘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
지난 1분기 WTI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3% 급등한 배럴당 62.84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봐도 14%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정유사 S-Oil과 SK이노베이션은 모두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일부 발생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환율과 정제마진 하락 등이 반영된 영향이다.
1분기 S-Oil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 감소한 2545억원에 그쳤고, 컨센서스도 34%나 하회했다. SK이노베이션도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7116억원을 거둬 컨센서스에 14% 못미쳤다.
이런 가운데 2분기는 보다 우호적인 환경으로 두 정유사 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다. 2분기 S-Oil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한 4477억원(전분기 대비 +76%),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기보다 112% 늘어난 8915억원(+25%)이다.
DB금융투자 한승재 연구원은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3월 배럴당 62.3달러에서 6월 73.5달러로 상승했다"며,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약 2000억원, S-Oil은 1300억원에 달하는 재고평가이익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정제마진 하락세에 대해선 "2분기에도 소폭 떨어졌으나 미국 가동률이 정점을 지나고 등경유 수요가 반등하는 7~8월부터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도 유가 상승에 불구하고 2분기 호실적이 기대된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유에서 나프타를 분리해 기초유분(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구조로 유가 등락이 수익성에 직결된다.
금호석유는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기초유기화합물인 BPA(비스페놀)을 생산하는데, 최근 아시아 BPA 가격이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키움증권 이동욱 연구원은 "부타디엔 등 원재료 가격이 올랐으나 BPA 등 페놀유도체 부문 실적 개선과 우호적인 환율로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금호석유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보다 11%, 212% 증가한 1조3763억원, 1378억원이다.
대한유화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10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16억원에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황유식 연구원은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랐으나 투입 시차를 고려할 때 제품 스프레드는 직전 분기와 유사하게 유지됐고, 또한 부타디엔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카프로, KPX케미칼, SKC 등 석유화학 업체들도 우호적인 환율과 수요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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