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공영, 회계기준 변경에 주가 '출렁'..IFRS15 뭐길래

한신공영의 2018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가가 요동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1분기 실적은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효과가 반영된 만큼, 실적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15일 장 마감 후 한신공영이 2018년 1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8067억원, 영업이익은 489% 급증한 1201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전망치 383억원을 213% 상회했다.

[표] 한신공영 1분기 실적 비교

*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료: 아이투자)



깜짝 실적에 주가는 급등했다. 실적 발표 직후 15일 시간외거래에서 한신공영은 상한가로 직행했다. 다만,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6일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16일 한신공영은 전일 대비 3.2% 하락한 2만3750원에 장을 마쳤다.

▷ 새 회계 기준서 도입, 종전과 다른 매출인식 "특정 요건 갖춰야"

한신공영 어닝 서프라이즈는 새로운 회계 기준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를 적용하는 상장 기업은 2018년 1분기부터 변경된 기준서를 바탕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한신공영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기준서는 1115호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이하 IFRS15)이다.

IFRS15 핵심은 재화나 용역에 대한 통제권이 고객에게 넘어가는 시점에 기업이 수익(매출)을 인식하는 것이다. IFRS15 도입을 앞두고 건설사와 회계 업계는 건설사 선분양 자체사업의 수익 인식 시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선분양 자체사업은 아파트라는 재화가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에도 공사 진행 상황을 반영해 건설사가 수익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반면, IFRS15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만 진행 기준 인식법을 적용할 수 있다. 즉 종전에 매출을 인식했다해도, IFRS15에선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 1차 중도금 납입 때 공사 진행률 10%보다 낮아야

H건설사가 1000세대 아파트 단지 자체분양 공사를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총 공사 기간은 30개월이다. 건설사는 공사 시작 시점에 700세대 분양을 완료했고, 300세대는 공사가 15% 진행된 2016년 6월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표] H건설사 자체분양 공사 일정

(자료: 아이투자)

지난 회계 기준에선 1000세대 모두 진행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IFRS15를 적용하면 2016년 1월 분양한 700세대는 진행 기준으로, 2016년 6월 분양한 300세대는 인도 시점에 수익을 인식한다.

핵심은 공사 진행률과 1차 중도금 납입 시기를 비교하는 것이다. 고객은 일반적으로 분양 3개월 이후에 1차 중도금을 납입하는데, 이 때 아파트 공사 진행률이 10%보다 낮아야만 건설사가 진행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할 수 있다. 10%를 초과하면 아파트를 고객에게 실제로 인도하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해야 한다.

300세대의 경우 1차 중도금 납입 시점에 공사 진행률이 10%를 넘었다. 따라서, 건설사는 아파트를 인도하는 2018년 3월이 돼야 300세대 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잔금)을 매출액으로 잡을 수 있다.

▷ 계약 종료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IFRS15 소급적용

K-IFRS를 적용하는 상장 기업은 2018년 1월 1일부터 IFRS15를 반영했다. 최초 적용 시점 이전에 재화(아파트)를 고객에게 모두 넘긴 계약은 IFRS15 소급적용이 면제됐다. 1월 1일에 종료되지 않은 계약은 새로운 회계 기준을 반영해 재평가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H건설사의 분양 계약은 2018년 1월 1일에 종료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해까지 진행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하던 해당 프로젝트는 올해 1분기에 IFRS15를 적용해 재평가하게 된다.

이 경우 700세대는 진행 기준이 적용돼 수익 인식 방법이 기존 회계처리와 같다. 문제는 뒤늦게 분양한 300세대다. 기존 회계 기준에서 진행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했으나, 재평가때 300세대는 인도 시점으로 수익 인식 시기를 변경해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건설사는 300세대에서 발생한 매출과 이익을 과거 재무제표에서 차감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상장 기업이 과거 재무제표를 모두 수정하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IFRS15 도입 첫해에 한해 간편법을 적용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간편법은 IFRS15 소급적용으로 인한 순이익 차이만 2018년 1월 1일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하도록 한 것이다.

H건설사는 300세대 분양 수익에서 발생한 이익만 2018년 1월 1일 이익잉여금에서 빼주면 된다. 300세대 분양 수익은 2018년 6월 실제로 아파트가 인도되는 시점에 다시 매출로 인식한다.

▷ 한신공영, 배곧 프로젝트 회계 기준 변경으로 어닝 서프라이즈

한신공영의 2018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H건설 사례와 관련이 있다. 한신공영이 2015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공사를 진행한 ‘배곧 한신 휴플러스’ 프로젝트는 2015년 아파트 분양이 완료됐다.

공사 진행률이 10%를 넘어간 시점에 분양됐기 때문에 해당 사업은 인도 기준으로 수익 인식 방법이 변경됐다. 한신공영은 간편법에 따라 그간 배곧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던 이익 804억원을 2018년 1월 1일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했다.

이후 배곧 휴플러스 아파트가 고객에게 실제로 인도된 2018년 3월에 다시 분양 수익을 인식했다. 2018년 1분기 재무제표에 배곧 프로젝트 인도로 발생한 매출액 3944억원, 영업이익 960억원, 순이익 751억원이 일시에 반영된 것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201억원 중 960억원이 회계 기준 변경 효과다.

[표] IFRS15 도입에 따른 한신공영 2018년 1월 1일 재무상태표 변동

*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료: 아이투자)

[표] IFRS15 도입에 따른 한신공영 2018년 1분기 손익계산서 변동

*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료: 아이투자)

▷ 일회성 이익 감안해도 저평가 매력 높아

업계 관계자들은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한신공영이 저평가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리포트를 발표한 하나금투 채상욱 연구원은 한신공영이 향후 몇 년간 현재 수준 이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BPS가 증가하고 기업 체질이 개선되고 있어, 현재 PER 3.2배~3.4배는 저평가 상태라고 밝혔다.

같은 날 신한금투 오경석 연구원은 한신공영이 무난한 실적을 거뒀으며,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7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오 연구원은 올해 대형 건설사 위주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됐으며, 중견 건설사도 재평가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2018년 1분기 연환산(직전 4개 분기 합산) 실적과 5월 16일 주가를 반영한 한신공영의 주가수익배수(PER)는 1.9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76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0.8%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을 제거하면 PER은 3.7배, PBR은 0.76배, ROE는 20.1%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