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매일유업, 수익성 개선시킨 2가지 요인은?

완전 식품으로 불리는 우유, 가격만큼은 완전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훌쩍 올라버린 물가에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인터넷에는 서민들의 고충이 수를 놓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화살은 항상 우유를 생산하는 유업체로 향하게 되는데, 최근 수 년간 이런 모습은 더 격렬해졌다.

소비자에서 투자자의 관점으로 시선을 좀 돌려보자. 우리 투자자들이 소비재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 위함이다. 우유 가격이 올랐을 때 기업이 취하는 이익을 같이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수년간의 유업계 업체들은 좀 비상식적인 모습으로 인플레이션 헷지에 대한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그림 1] 원유생산량 및 착유우두수 추이

* 단위 : 마리, 톤
(자료 : 보건복지부, 더퍼블릭투자자문)



우유의 원료인 원유의 생산량이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르면 원유의 생산량이 늘어나면 원유의 가격이 떨어져서 유업체들의 원재료 비용이 감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림 2] 원유 관련 정책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정부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 정책이 있는데 첫 번째는 2011년 도입된 ‘원유쿼터제’다. 매년 유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받는 쿼터를 정해놓고 쿼터 내 물량에 대해서는 리터당 약 1,000원,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리터당 약 500원에 수취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두 번째는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 수취 가격이 원유 생산 원료비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는 제도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관계없이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원유 가격이 1년간 고정적으로 결정되는 상태에서는 구조적으로 낙농가들이 쿼터를 초과하는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낙농가들이 우두수를 늘렸고 이것이 결국 유업체의 손실을 키운 것이다. 손실이 커지다 보니 우유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표 1] 유제품별 수익성

* 단위 : 원
(자료 : 더퍼블릭투자자문)

유제품은 크게 분유, 가공시유, 발효유, 백색시유, 탈전지분유로 나뉘어지는데, 순서대로 수익성이 낮아진다. 원유 1L의 가격 대비 제품 가격이 제품의 수익성을 결정하게 된다. 원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수요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고를 분말 형태로 보관했다가 판매하게 되는데, 이 제품이 바로 전지분유, 탈지분유이다. 이 제품은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유업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재고를 타이트하게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정부 정책에 힘 입은 낙농가들이 원유를 밀어내기 때문에, 유업체는 재고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림 3] 분유 재고량 유업체(매일유업)의 손실 추정

* 단위 : 억원
(자료 : 매일유업, 더퍼블릭투자자문)

이러한 이유로 국내 유업계는 대략 한 분기에 2,000억 원에 달할 정도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015년 이후 원유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유업계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2015년 말을 기점으로 이 손실이 1,0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원유 공급량이 감소한 배경에는 역시 정책적인 원인이 있었다. 원유 공급 과잉이 심해지고 유업체의 손실이 커지다 보니 쿼터를 초과해 생산한 원유에 대한 수취 가격을 리터당 500원 수준에서 100~300원 수준으로 하향했고, 위생하위 등급의 원유를 생산한 낙농가에 대해서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실제로 2015년 착유우두수(원유를 생산하는 소의 마리수)가 고점 대비 10% 이상 감소하게 되었다.

음식료 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첫 번째는 제품 가격(ASP) 인상, 두 번째는 원재료 가격 하락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상 음식료의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양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에 따르면 원유 공급 과잉이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어야 했지만, 반대로 유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원유 공급 과잉의 해소가 유업체들의 탈전지분유 재고를 감소시키고 손실을 감소시키는 기이한 구조다.

[그림 4] 매일유업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

* 단위 : 억원
(자료 : 매일유업, 더퍼블릭투자자문)

매일유업의 분기별 실적 추이를 보면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원유 공급량의 감소는 한 분기 가량의 기간을 두고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5] 매일유업 고마진 유제품 매출 비중

(자료 : 매일유업, KB투자증권)

음식료 업체들의 실적 개선 요인 중 첫 번째인 제품 가격 인상은 유업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듯이 컵 커피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제품의 수익성은 ‘원유 1L의 가격 대비 제품 가격’으로 결정된다. 컵 커피에 투입되는 원유의 양은 적지만, 가격은 흰 우유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 매일유업의 경우 이뿐만 아니라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 등을 통해 고마진 유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제품별 수익성을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이 보다 중요한 선행지표는 원유의 공급 과잉이 지속적으로 해소 국면에 있을 지의 여부이다. 쉬운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아이디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