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한유화, 증설 투자 결실.. "올해는 나의 것"

대규모 증설을 단행한 대한유화가 2017년 4분기에 결실을 맺었다. 비우호적 업황에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기세를 이어가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한유화는 원유부산물인 납사를 가공해 폴리프로필렌(PP),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등 합성수지를 생산한다. 국내 정유사에서 납사를 공급받아 온산 공장에서 기초 유분(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한 뒤, 울산 공장에서 이를 가공해 합성수지를 만드는 구조다. 온산 공장에서 생산한 기초 유분 일부는 외부에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3년 전 시작한 온산 공장 증설 투자가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5년 3월 대한유화는 약 4950억원을 들여 납사를 분해하는 NCC(납사 크랙커) 증설을 단행했다. 이는 2017년 5월 완공돼 현재 가동 중이다. 증설 이후 온산 공장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47만톤에서 80만톤으로 70% 확대됐고, 프로필렌은 35만톤에서 51만톤으로 46% 늘었다.

증설을 완료한 지난해 2분기엔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 4년마다 진행되는 정기보수가 약 45일간 이뤄졌고, 증설 마무리 단계에서 일회성 비용을 지출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공장을 본격 가동한 4분기엔 영업이익이 사상 두 번째로 1000억원을 돌파해 투자 효과를 입증했다.

12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4367억원에서 36% 증가한 5952억원, 영업이익은 978억원에서 6% 늘어난 1041억원이다. 직전인 3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3%, 24% 증가했다. 앞선 2017년 1분기 대한유화 영업이익은 1078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고 4분기엔 두 번째로 이를 달성했다.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4분기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인 납사 가격이 21% 상승했다. 반면 합성수지 가격은 6% 오르는데 그쳤다. 또한 대한유화는 수출 비중이 50~60%에 이르는데, 4분기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5%(전분기 대비 6%) 하락해 수출 매출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증설한 공장의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연구원은 "NCC 설비 가동률이 95% 이상으로 높아져 기초유분 외부 판매량이 증가했고, NCC 생산능력(Capa)이 과거보다 두 배 가량 확장돼 규모의 경제가 달성됐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6년부턴 울산 공장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총 106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에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PP와 HDPE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47만톤, 53만톤으로 합계 100만톤이다. 회사 측은 "증설 이후 PP와 HDPE 합산 생산규모가 110만톤으로 10% 늘어날 전망이며, 이를 토대로 고부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 전했다.

◇ 올해 최대 실적 전망.. PBR 고점 대비 낮아

올해는 업황까지 개선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18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2조5994억원, 영업이익은 63% 늘어난 4626억원이다. 예상대로라면 최대 실적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2014년 이후 4년만에 연매출이 2조원대를 회복한다.

1분기부터 전망이 밝다. NH투자증권 황유식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안정화에 따라 원가 절감이 예상되고, 타이트한 시황을 기반으로 대다수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분기 최대인 1290억원(전년 동기 대비 +20%)으로 내다봤다.

호실적 기대감과 함께 최근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3개월 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33%에 이른다. 특히, 지난 7일에는 주가가 1999년 상장 이래 최고가인 34만7000원에 도달했다.

그러나 PBR(주가순자산배수)은 과거 고점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5~2016년 이익 증가와 함께 대한유화 PBR은 1.6배까지 올랐다. 올해 영업이익은 2016년 기록한 3430억원보다 35% 증가할 전망이나,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8년 예상 실적과 현재 주가 기준 PBR은 1.18배에 불과하다.

14일 시가총액 2조1255억원과 2017년 4분기 실적을 반영한 PBR은 1.4배다. 주가수익배수(PER)은 9.9배,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4.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