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실패한 단타쟁이의 탄식

지난주 토요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대뜸 자랑을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한달치 월급을 벌었다며.

수익률 45%. 투자금액 1000만원으로 한 달만에 450만원의 수익을 냈다고 합니다. 퇴근 이후엔 비트코인에 '올인' 한다던 그 친구는 토요일 모임에서도 혼자 휴대폰을 보며 거래에 열중했습니다.

문득 6~7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유행이었던 elw 콜풋놀이에 상따, 하따 등 비이성적인 거래에 집중했죠.

초심자의 운이었을까요. 처음엔 저도 무척이나 수익이 좋았습니다. 700만원어치 사둔 elw가 단 4일만에 1200만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돈이 40만원이 되기까지 채 열흘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1~2년은 제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시기입니다. 학교 수업 중에도 elw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닥치는대로 과외를 했습니다. 만기가 된 적금은 무조건 elw나 급등주를 매수하는 데 썼죠.

정신을 차리고 나니 후회만이 밀려들더군요. 웬만한 대학생들은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주식 시장에 수업료로 냈습니다. 그리고 전 허탈한 마음을 안고 뒤늦게 입대했습니다.



사족이 무척 길었네요.

연말을 앞두고 주식 시장 변동성이 매우 커진 모습입니다. 올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와 OLED 등이 주춤한 사이 비트코인, 가상화폐 테마주들이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고 있습니다. 요즘 비트코인 관련주로 부각된 기업은 상한가 한두방이 우스울 정도로 급등했죠.

그리고 이런 기업들엔 꼭 '불나방'들이 달려듭니다. 어린 시절 제 모습이죠. 불나방들은 분 단위 또는 하루 하루 주가 변동에서 매매차익을 얻으려 시도합니다.

물론, 이런 거래에 두각을 나타내고 큰 돈을 만지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나 당신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지금까지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니겠죠. 우리는 엄청난 통찰력으로 가득 찬 것도 아니고, 초단위 변동에 대응할 동물적인 순발력도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내일 레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