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투자(www.itooza.com) 회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002년 사이트 개설 이후 꾸준히 우리나라에 '가치투자'를 알리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진 것 같아 의미가 깊었습니다.한편으론 약 500만 명인 국내 주식투자인구와 비교할 때, 아직 가치투자의 개념을 접하지 못했거나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490만 명 계신 것 같아 할 일이 많다는 느낌도 듭니다.
요즘 다시 보는 책 중에 '가치투자가 쉬워지는 V차트'가 있습니다. 2004년 V차트가 처음 나왔을 때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가 쓴 책인데요. 초창기 V차트의 활용법을 소개한 이 책에 '가치투자에 대한 4가지 오해'란 대목이 있습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치투자가 얘기되던 당시보다 지금은 훨씬 많은 분들이 가치투자를 접했지만, 오해 또한 여전할 것 같아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일부 내용은 현재에 맞게 각색했습니다).
1.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기만 하면 가치투자다.
☞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건 가치투자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비싸게 사면 투자자는 손실을 보거나,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사는 게 가치투자입니다.
2. 가치투자는 주식을 한번 사면 절대 팔지 않는다.
☞ 워런 버핏의 '코카콜라 영구보유 선언' 이후 이런 오해가 믿음처럼 퍼졌습니다. 버핏의 이 선언은 주식을 절대 사고팔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최대한 신중하게 탁월한 기업을 고르라는 메시지입니다. 가치투자자는 가격과 가치를 늘 비교하며, 따라서 보유한 주식이 제 가치에 이르거나, 가치를 넘어서면 매도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주가가 제 가치를 넘어 급등하는데 '영구 보유'만을 주장한다면, 철학이 아닌 아집에 가깝습니다.
3. 가치투자라도, 매수 단가 이하에 팔면 손절매를 하는 것이다.
☞ 가치투자자의 투자 판단 근거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기업에 변화가 없는데 단순히 주가가 떨어져 일어나는 '기계적인 손절매'는 가치투자와 거리가 있습니다. 가치투자자가 매도할 때는 원래 생각했던 투자 아이디어가 틀렸거나, 기업가치가 급격히 훼손돼 예상과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 또는 더 나은 투자대상을 발견했을 때 등입니다.
4. 가치투자자는 IT, 바이오 업종에 투자하지 않는다.
☞ 1990년대 말 IT, 2017년인 지금은 바이오 업종이 새로운 기술로 주식시장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업종에 투자한다면 가치투자자가 아니란 오해가 있습니다. 특히 워런 버핏이 1990년대 말 당시 IT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런 오해가 더욱 굳어졌습니다.
가치투자자는 업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가치투자자가 꺼리는 것은 잘 모르거나 비싼 기업의 주식을 사는 일입니다. 만약 바이오 업종에 대해 잘 알고, 이들 기업의 미래 성장성 등 기업가치를 현재 주가와 비교해 투자할 수 있다면 가치투자의 원칙에 모두 부합합니다.
가치투자는 주식투자로 자산을 늘리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일정한 틀에 투자법을 얽매는 교조적인 방식은 합리성과 거리가 멉니다. 가치투자에 대한 오해가 투자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 내년엔 풀고 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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