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코리아써키트, 자회사 악재 vs. 베트남 진출

최근 실적이 반등한 코리아써키트가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한다. 자회사 이슈로 주가가 다소 내린 가운데 해외 법인과 함께 추가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7일 종가는 전일 대비 1% 내린 1만4250원에 마감했다.

6일 공시에 따르면 코리아써키트는 베트남에 현지 법인 Korea Circuit Vina Co., LTD. (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다. 취득 예정일자는 2018년 1월 31일로, 2016년말 자기자본(3909억원)의 5.5%인 217억원을 출자한다. 회사 측은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목적"이라 밝혔다.

코리아써키트는 휴대폰과 반도체용 PCB(인쇄회로기판) 전문업체로 삼성전자가 주 고객사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현재 베트남에 휴대폰 공장 2곳을 가동 중이며, 전체 휴대폰 생산량의 40% 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코리아써키트는 베트남 법인을 통해 고객사와의 유통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개 분기 연속 코리아써키트의 매출과 이익은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한건 지난 2015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고 3분기에는 약 4000만원에서 2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으나, 올해는 플래그쉽 모델 판매 호조와 함께 삼성전자 내 점유율이 상승해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 최근 2주간 주가 27% 급락.. 자회사 악재 반영

사업 호조에도 코리아써키트 주가는 최근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 27일부터 전일(7일)까지 9거래일간 주가 하락률은 약 27%다. 특히 자회사 인터플렉스의 부품 불량 문제가 제기되면서 4일 종가는 전일 대비 22% 하락 마감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인터플렉스의 지분을 31.8% 보유한 최대주주다. 인터플렉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오늘 27일 42만9000주를 추가 취득할 계획이다(취득금액 207억원). 이런 가운데, 인터플렉스가 '아이폰Ⅹ'에 납품하는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에 최근 불량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인터플렉스측은 공시를 통해 "해당 라인을 가동 중단하고 개선책을 찾는 중"이라 밝혔다.

애플향 납품 소식으로 올해 인터플렉스 주가는 11월말까지 160% 가량 올랐으나, 불량 문제와 함께 지난 4일 종가는 하한가에 마감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증권가에는 이러한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IBK투자증권의 김운호 연구원은 "이르면 12월 둘째주에 사태가 조기 해결될 가능성이 있어 아직 2018년 수익 전망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이투자증권의 고의영 연구원도 "아직 고객사의 사후 조치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으며, 인터플렉스가 애플 TSP용 RFPCB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만큼 극단적으로 벤더사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언급했다.

▷ 올해 예상 PER 7.9배.. SLP 진출로 내년 본업 고성장 기대

코리아써키트 주가는 본업보다도 자회사 인터플렉스의 실적과 더욱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2015년 코리아써키트의 별도 순이익은 292억원으로 2013년 대비 11% 늘었다. 그러나 인터플렉스는 순손실이 7억원에서 900억원 가까이 확대됐으며, 해당 기간 코리아써키트 주가는 2만원대에서 1만원 초반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는 간만에 본사와 자회사 모두 실적 개선이 전망돼 주가가 2013년 초 수준인 2만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본업은 별다른 이슈 없이 순항 중에 있음에도 자회사의 부품 문제로 주가는 다시 1만5000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시가총액이 무려 755억원 가량 증발했다.



코리아써키트 본업의 2018년 전망은 긍정적이다. 업계는 스마트폰의 고스펙화에 따라 내년에 메인 기판인 HDI가 차세대 메인 기판인 SLP(Substrate Like PCB)로 전환될거라 내다본다. 그간 HDI PCB를 제조해온 코리아써키트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SLP 시장을 선점할 여력이 있어 시장 변화의 수혜주로 꼽힌다.

대신증권의 박강호 연구원은 "2018년 주기판(HDI)이 SLP로 전환되면서 코리아써키트의 초기 선점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PCB 사업 보유로 SLP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평균공급단가 상승과 추가적인 점유율 증가로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 분석했다. 박 연구원의 2018년 영업이익 예상치는 올해 대비 70% 늘어난 262억원이다.

인터플렉스 실적은 코리아써키트의 지분법 손익으로 반영되는 만큼, 향후 순이익은 영업이익에 비해 불확실성이 다소 크다. 업계는 아직 인터플렉스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그 여파를 컨센서스에 반영하지 않았다.

최근 한 달간 증권사들이 예상한 코리아써키트의 올해 연간 지배지분 순이익은 425억원이다. 여기에 현재 시가총액을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7.9배로, 지난 3분기 연환산 순이익(128억원) 기준인 26.3배보다 크게 낮아진다. 2016년 4분기 큰 폭의 지분법 손실(111억원) 영향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또한, 증권사 예상대로라면 올해 말 기준 주당 순이익은 1799원으로 지배지분 순이익이 급락하기 직전인 2013년 2분기 말 수준까지 회복된다.



다만 아직 인터플렉스의 품질 조사 결과와 고객사의 향후 방침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코리아써키트의 주가도 등락 폭이 다소 클 수 있음은 투자자가 유의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