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분석] 대한해운, 연이은 선박 투자.. "성장엔진 추가"

벌크선 시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대한해운이 현대중공업과 초대형광탄선(VLOC) 2척 건조를 계약해 눈길을 끈다. 올해 선박 계약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지난 2013년 법정관리 종결 이후 본격적인 외형 성장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대한해운은 26일 장 마감 후 현대중공업과의 선박 건조 계약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32만5000 DWT급 벌크선 2척에 약 1848억원을 투자한다. 32만5000 DWT급은 벌크선 중에서도 규모가 큰 초대형광탄선으로 분류된다. 투자는 10월 26일부터 2020년 3월 15일까지 진행되며, 회사 측은 투자 목적에 대해 "25년 장기운송계약에 투입할 계획"이라 언급했다.

해운업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장기간 불황에 빠졌다.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올해 2월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대한해운은 재무구조 악화로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한해운은 2013년 SM그룹에 인수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이후 계열사인 SM상선을 통해 벌크선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운항까지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BDI(벌크선 운임 지수)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분기부터 BDI 평균 지수가 1000대를 회복했으며, 3분기 평균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오른 1135를 기록했다. BDI의 상승은 화물의 물동량 증가를 의미해 경기 회복을 알리는 지표 중 하나로 인식된다.



시황 개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대한해운은 올해 들어 총 3건의 선박 투자 공시를 발표했다. 법정관리 종료 이후 매년 많아야 1건의 공시가 발표됐던 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준이다. 그 중 2건이 벌크선 건조 계약으로, 특히 26일 발표한 벌크선의 규모는 과거 선박 규모와 비교해봐도 이례적으로 크다.

업계는 대한해운 벌크선 사업의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신민석 연구원은 "벌크 시황 회복에 따라 신규 전용선 계약이 늘면서 벌크부문 이익은 단계별 성장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본업 성장에 힘입어 올해 대한해운은 큰 폭의 실적 점프가 기대된다. 이미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119억원, 61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치를 각각 32%, 40% 뛰어넘었다. 영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벌크선, LNG선, 탱커선 모두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두 자릿 수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이 올해부터 연결 기업에 편입된 점도 매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상반기 컨테이너선사업 매출은 822억원 가량 신규 발생했다. 영업손실은 138억원을 거뒀으나, 한진해운으로부터 인수한 미주노선이 추가되면서 2분기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1분기 82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축소됐다.

3분기에는 SM상선의 턴어라운드와 함께 실적 개선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자회사 SM상선의 턴어라운드로 전년 대비 372% 증가한 404억원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2017년 2분기부터 S-Oil, 남동발전, 한국가스공사 등 신규 전용선 매출이 반영되면서 2018년까지 고성장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가 예상한 대한해운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2% 증가한 1조5769억원, 영업이익은 215% 늘어난 1388억원이다. 지난 2010년 이후 7년 만에 매출액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대한해운의 연간 매출액은 법정관리 이전인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1조원를 넘었으며, 특히 2008년에는 매출액이 3조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각각 25%, 26% 성장한 1조9685억원, 175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성장세가 올해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해운의 2분기 실적과 지난 26일 종가를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12배, 주가순자산배수(PBR)은 1.27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6%를 기록했다.

한편, 대한해운 주가가 올해 들어 87% 가량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국민연금은 최근 지분을 축소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1월 27일(이하 보고서 작성 기준일) 대한해운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신규보고했으며, 이후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으나 꾸준히 5% 이상 보유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23일에는 직전 분기 대비 0.97%p 줄인 7.89%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주가가 52주 고가인 3만원대 후반 근처에 형성된 점을 미루어 볼 때 매도를 통해 일부 차익실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