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채권왕 빌 그로스 투자의 비밀

채권왕 빌 그로스 투자의 비밀

Investment, Secrets from PIMCO\'s Bill Gross in 2006

- 지은이: 티머시 미들턴 Timothy Middleton

- 옮긴이: 박준형

- 출판사: 이레미디어 / 2011-01 / 335/ 16,500

 

 

경제 기자이면서 칼럼니스트인 티머시 미들턴이 빌 그로스의 협조를 얻어 쓴 그로스의 전기라고 봐도 어색하지 않을 책입니다. 그가 멘토로 삼고 있는 14년 연상의 워런 버핏이 엘리스 슈뢰더에게 부탁해서 그의 전기, [스노볼]을 쓰게 한 것과(깊이에서는 많이 부족하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요. 4년 전에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은 적이 있으나 이번엔 소장용이라 좋은 글을 만나면 밑줄을 팍팍 그으면서 재독하였습니다.

 

그로스의 매력에 푹 빠진 게 틀림없어 보이는, 저자의 과찬일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아니면, 저 혼자)가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채권의 빌 그로스는 주식에 있어 워런 버핏에 비유되는 거의 동급의 인물이라고 합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확실한 소신을 밝힘으로써 반대편 혹은 이익이 상충하는 쪽과 적잖이 갈등도 일으키기도 하고요.

 

빌 그로스의 뛰어난 점은 1971, 그가 채권시장에 뛰어들면서 채권투자에서 <자본수익>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준 것에 있다고 합니다.

 

주식투자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두 가지 종류라는 건 초보 투자자도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 하나는 자본증가(capital appreciation)로 주식 가격이 상승할 때 주식을 매도해 얻는 수익이다. 나머지 하나는 배당금수익으로 기업들이 주주에게 기업이윤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주식의 총수익이 된다. 그런데 채권투자자들은 수십 년 동안 채권에도 두 가지 종류의 수익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왔다. 이는 자본증가와 채권수익률(Yield)이다.

 

그로스는 대학 재학 중 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에드 소프가 쓴, [Beat the Dealer]라는 책을 읽게 됩니다. 대학 졸업 후 도박사로서 자신의 운을 시험하기 위해, 군 입대 전 4개월 동안 라스베가스에서 소프의 카드 읽기 방법을 사용해서 블랙잭 게임을 합니다. 당시 22세였던, 그로스는 라스베가스에서 갖고 간 $200 $10,000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특별 수업, 즉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로스는 <투자자는 능숙한 도박사처럼 행동해야 한다>거나 <투자를 합법적인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말을 하고 있는데, 이때의 경험이 그만큼 강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도박판에서 빌 그로스가 배운 세 가지 교훈입니다. 주식투자는 위험하다면서 채권투자를 고집하는 그로스가 투자에 임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교훈은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이다. 카드패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최고의 도박사라도 카드패가 좋지 않을 때를 견뎌내야 한다. 그러자면 칩을 충분히 가지고, 가뭄 끝에 단비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투자에서 칩은 바로 자본금이다. 자본금이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두 번째 교훈은 내재되어 있는 리스크를 파악하고 측정하며, 리스크가 도박판에 끼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로스는 이 교훈을 카드카운팅 기술에 활용해 다음 카드가 킹일지 퀸일지, 1점짜리 일지 2점짜리일지의 가능성을 예측하곤 했다.

 

세 번째 교훈은 약간 위험하더라도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면 돈을 많이 배팅하는 것이다.

 

 

군 제대 후 대학원에 들어가 MBA과정을 밟았고, 이때 그로스는 에드 소프가 쓴 책, [Beat the Market]을 읽게 됩니다. 이 책은 당시엔 생소한 전환사채의 장점을 역설한 책이었다고 합니다. 대학원에서 그로스는 전환사채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게 되는데, 나중에 그의 평생 직장이 된, <퍼시픽뮤추얼라이프 보험회사>에선 이 논문을 보고서 그를 채용하게 됩니다. 또한 그로스는 에드 소프가 쓴 책, [Beat the Market]을 투자철학의 기본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입사 후 10년쯤 지나 채권투자만을 하는 <핌코>로 분사되었고 각각의 분야에 특출한 3인이 회사를 이끌어 갑니다. 2000, 모기업이 알리안츠 AIG에 이 회사의 지분 70% 35억 달러에 매각할 때, 그로스는 2.3억 달러와 2005년까지 5년 계약에 대해 2억 달러, 그리고 연봉과 보너스(업계 관행으로 볼 때, 0.5억 달러)를 보장받습니다. 5억 달러의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빌 그로스는 워런 버핏을 자신의 멘토라고 얘기하면서 가끔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버핏 역시 그로스의 의견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요.

 

나는 매달 빌 그로스의 <인베스트먼트 아웃룩>을 기다린다. 생동감 넘치는 문체와 흠잡을 데 없는 논리, 뛰어난 통찰력 때문이다. 그의 견해를 계속 수집해 언제나 참고하려고 한다.

-> <핌코> <인베스트먼트 아웃룩>을 투자자들에게 발행하기 시작했을 때, 애독자 중 한 사람인, 버핏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로스는 자신의 투자관은 세 사람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스스로 밝힙니다. 제시 리버모어와 버나드 바루크가 시장과 투자의 근본에 대해 알려주었고 JP 모건은 동기를 부여해주었다고 하는데, 근무하는 사무실 벽에 이 세 사람의 초상화를 걸어둘 정도입니다.

 

빌 그로스의 투자철학을 형성한 세 명의 인물은 그의 사무실 책상 뒤에 걸린 흑백 사진으로 모셔져 있다. 이들은 그로스의 영웅들로 그로스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다져주고, 그가 성공하도록 도와주었다. 이들은 그로스를 굽어보면서 묵언의 동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 세 명과 비슷하다. 이들은 모두 19세기에 태어난 인물로, JP 모건, 버나드 바루크, 제시 리버모어이다.

 

 

이제 빌 그로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세 사람에게서 그로스는 무엇을 배웠는지 살펴 봅니다.

 

그로스는 핌코에 입사한 직후인 1970년대 초, 역사상 최대의 투기꾼으로 불리는 제시 리버모어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책, 에드윈 르페브르의, [월스트리트의 주식투자 바이블 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을 읽고서 큰 감명을 받게 됩니다.

 

인간 심리 파악에 있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제시 리버모어지만 그렇게 잘 알면서도 자신을 이기지 못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리버모어는 시장과 시장의 심리를 명민하게 파악했으나 여덟 번 성공하고서 여덟 번 파산했고, 마지막으로 파산했을 때는 재기하지 못하고 자살로 일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리버모어는 \'나 자신의 규칙을 어길 때마다, 실패했다.\'면서 개탄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규칙은 \'자신을 알라\'이다. 그로스의 사무실 벽에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실크 모자에 각반까지 갖춘 제시모어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리고 사진에는 \'투자를 할 때, 투자자는 여러 가지를 조심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조심해야 한다.\'는 리버모어의 격언이 적혀 있다.

 

 

그로스가 핌코에 갓 입사한 채권매니저들에게 추천하는 또 하나의 책은 버나드 바루크의 [My Own Story]입니다. 그로스 역시 바루크의 일생을 다룬 전기 [My Own Story]를 몇 차례나 읽었다고 하는데요. 시장과 관련해 바루크가 말한 수많은 격언들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그에게서 얻은 교훈을 사무실 벽에 걸어두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시도하건, 과도하게 지나치기 쉽다. 희망이 생길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2 더하기 24일뿐이다. 노력이 헛되이 끝나는 법은 없다\'고 되뇐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도 \'2 더하기 2 4일뿐이다. 영원히 내리막길일 리는 없다\'고 채찍질한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상황이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담하곤 한다. 그럴 때면 국가를 믿어야 한다. 주식을 매입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성과가 나타난다.

-> 1900년대 초,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주식을 매수하고서 바루크가 하는 말입니다. 또한 1901년 황동제조 회사가 가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올랐을 때, 공매도해서 큰 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이때 만류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저항할 수 없는 경제적 중력의 힘이 작용할 것이다.

 

 

그에게 동기를 부여해주었다고 하는, JP 모건입니다. 엄청난 부자로 알려졌던 금융인, JP 모건은 평생 지병으로 고생했는데, 75세로 사망한 다음, 그의 재산이 1억불이라는 소식을 듣고서 그에게 4.8억불을 받고서 US스틸을 매각한 카네기는 그의 재산이 겨우 그 정도였느냐고 놀랐다고 합니다. 가진 재산에 비해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겠죠.

 

모건이 말년에 타이타닉호 건조에 큰돈을 빌려준 것에 대해 비난을 받게 되었고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서 혹독한 심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었고 회복을 위해 떠난 유럽 여행 중에 사망하게 되는데요. 하원 청문회에서 법률고문과 나눈 대화가 모건의 성품을 잘 드러내고 있다면서 글 일부를 사무실 벽에 걸린 모건의 액자에 적어두었습니다.

 

고문: 은행은 주로 돈이나 재산을 보고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까?

모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기본은 품성입니다.

고문: 돈이나 재산보다 더요?

모건: 돈이건 재산이건, 그 어떤 것보다 먼저입니다. 돈으로 품성을 살 수는 없습니다. 제가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채권을 가져와도 돈을 빌려갈 수 없습니다.

 

금융업의 근본은 돈이나 자산이 아니다. 바로 품성이다.

 

 

진도를 반 이상 나간 다음부터는 채권투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 채권투자자의 투자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2006년에 원서가 나온 것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은 대개 2003년까지를 다룬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에 썼다면 달라졌을 법한 주장도 제법 있습니다만, 대가의 원리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문제로 삼을 거리도 안 됩니다. 밑줄 친 글귀 몇 꼭지를 옮깁니다.

 

- 월스트리트에서는 주식투자자들은 하늘을 보고, 채권투자자들은 천장을 본다. 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주식과 채권투자의 근본적인 차이를 표현한다.

 

- 채권투자의 장점은 단순히 투자를 다변화하고, 정기적인 수입을 제공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그로스의 총수익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채권투자로 자산을 보호할 뿐 아니라 불릴 수도 있다.

 

- 그로스는 채권투자자를 시장의 자경단이라고 표현하는데, 국가나 기업의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르르 채권을 매도해버리기 때문이다.

 

- 그로스처럼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영원불멸한 꽃밭 따위는 없다. 채권투자 포트폴리오는 끊임없이 잡초를 골라주고, 꽃을 심어주어야 하는 꽃밭과 같다.

 

 

채권투자에는 아직 관심이 없기 때문에 4년 전에 그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었듯이 이번에도 채권에 대해관심이 일어나 이 책을 다시 찾은 것은 아닙니다. 분명 뭔가 배운 게 있었으나 붕어 기억력이 아무 것도 기억해 내지 못하길래, 재독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그 동안의 경험이 더해졌던 덕분에 와 닿는 게 많았습니다.

 

다만 책 뒷부분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채권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설명 부분은 건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음은 아쉽고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주식투자자로서도 충분히 참고할만한 내용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채권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라는 책도 있습니다만, 금융흐름을 잘 나타내는 채권시장에 대해 아는 것이 주식투자에 도움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겠죠.

 

채권투자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점칠 수 있어야 합니다. 향후 경제, 자금 상황 등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분석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로스가 Top-Down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도박을 통해 배운 세 가지 교훈을 활용하는 이유입니다.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되, 이익이 확실할 때, 큰 금액을 베팅한다는 거죠. 따라서 Bottom-Up 방식에 의한 가치투자법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저로선 많이 배웠으나 현재 하고 있는 투자에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족: 꼭 한 번 채권투자를 했던 개인적인 경험, 바로 IMF로 혼란스러웠던 1997년 지방채 투자에 대한 얘깁니다. 이미 책에서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저는 실직의 걱정이 없었던 덕분에 당시 IMF 진행 상황을 조금은 냉정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가가 망하는(부도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고 30%를 넘는 금리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개별 기업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주식을 매수하거나 연30% 이상의 고금리를 제시하는 대기업 회사채는(큰 금액이 필요했으므로) 투자할 수 없어, 대신 국공채를 매수하기로 하였습니다.

 

근무하던 회사와 같은 건물에 거래하던 대신증권 지점이 있었는데, 이 증권사에서 국공채를 원하는 금액만큼 잘게 나누어 팔거나 살 수 있었습니다. 만기 5년짜리 지방채(서울지하철공채/경기지방채 등)의 경우 17% 정도의 수익률이었는데, 발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방채를 매수해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리금으로 대략 2배를 상환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분산되어 있던 자금이 돌아오는 대로 지방채를 매수했습니다. 그렇게 갖고 있던 현금을 모두 지방채로 바꾸고서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 경제 안정이 빨리 찾아오면서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였습니다. 지방채 투자에서 30~50% 정도 수익을 얻고 조금씩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금리가 떨어진 만큼 투자위험이 감소하였으므로 가격이 바닥에 놓여있던 주식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채권을 매도해서 들어오는 현금은 그 즉시 주식을 매수했는데, SK케미칼과 삼성물산 등이 주요 매수 종목으로 기억됩니다. 강방천씨가 이 당시 투자로 1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는데, 저는 당시 주식투자에서 1배 정도의 수익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IMF 사태는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고서 1년이 지나지 않아 상환을 시작할 정도로 우리 경제는 빠르게 안정되고 있었지만 망할 것 같지 않았던 대우그룹이 부도날 때까지 적지 않은 기업들의 부도설로 인해 주식시장은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겁 많은 제가 주식을 보유하고서 가만히 있도록 놔 두지 않았던 것이 강방천씨와 저의 재산 크기가 달라졌다며 두고두고 얘깃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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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1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17.10/19 08:59
    잘 보았습니다. 꾸준한 독서 존경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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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향
      숙향 | 17.10/19 16:59
      항상 댓글로 격려해주시는 연금고객 님께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난감합니다. 기회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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