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장폐지, 기본만 살펴도 피할 수 있다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단독
편집자주 |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넥클리스입니다.

9월 주식시장은 핵실험과 함께 요란합니다. 8월에 이어 정치적 위험이 점점 더 무겁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북한과 한국,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는 말은 이전부터 들었지만, 실제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조금은 불안한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이번엔 ‘상장폐지의 조건’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잡아보았습니다.

이 주제를 고른 이유는 북한과 중국으로 어수선한 주식시장에서 9월 12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에서 유가증권시장 유일의 중국기업인 중국원양자원의 상장폐지가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3월부터 거래정지 상태가 된 이후 약 6개월만입니다.

중국기업들의 상장폐지는 이번이 첫 사례는 아닙니다. 현재까지 9개의 기업이 상장폐지되었는데, 자진 상장폐지를 한 사례도 있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체로 소액주주들이 많은 중국기업들의 특성상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번 중국원양자원 사례에서도 2016년말 기준 2만 4,300명의 소액주주들이 약 97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중국기업들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퇴출되는 기업들은 많습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포함하여 통상 1,700개 안팎의 기업 중 1년에 적어도 1% 이상의 기업이 상장폐지됩니다. 투자자가 10년간 투자를 한다면 적어도 백 개 이상의 기업이 기간 내에 상장폐지되는 셈입니다. 장기투자자일수록, 상장폐지될 위험이 있는 기업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유가증권시장을 기준으로, 기업이 상장폐지되는 조건은 아래 <표1>과 같습니다.

보기에는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크게 4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1) 기업이 스스로 상장을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주식분산 미달, 거래량 미달, 지배구조 미달)과 2) 회계법인이 감사를 거절하거나 한정의견을 낸 경우 (감사인 의견미달), 3)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정기보고서 미제출, 자본잠식, 공시의무 위반, 매출액 미달, 주가/시가총액 미달, 회생절차, 파산선고), 4) 기타 경영진 등이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경우 등으로 구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표1]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기준(2017년 9월 기준)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기업들이 어떤 이유로 상장폐지가 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2017년 9월 12일 현재까지 상장폐지된 기업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표2] 상장폐지 기업목록(2017년 1월 1일 – 2017년 9월 12일)


총 21개의 기업이 상장폐지되었는데, 인수합병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된 기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LG화학에 합병된 LG생명과학과 신성솔라에너지에 합병된 신성이엔지, 신성에프에이 등의 경우, 주주가 기업이 상장폐지되는 과정에서 다른 상장회사의 주식으로 보상을 받기 때문에 대체로 손실을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마찬가지로 K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KB캐피탈이나 KB손해보험,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한 카카오 등도 주주들에게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는 사례는 아닙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모두 제외하면, 2017년내에 실질적으로 문제가 될 사례는 엔에스브이(감사의견 거절), 보루네오가구(상장적격성 미비), 에스에스컴텍(감사의견 거절), 비엔씨컴퍼니(감사의견 한정), 신양오라컴(감사의견 거절), 넥솔론(자본전액잠식), 우전(자본전액잠식), 케이엔씨글로벌(상장적격성 미비), 한진해운(해산사유 발생), 프리젠(5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의 10개입니다.

이들 중 가장 뜨거웠던 사건은 한진해운이 아닌가 합니다.

한진해운의 경우 “해산사유 발생”에 의해 상장폐지되었는데, 보다 정확하게는 회사가 파산하여 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9월 1일 회생절차를 신청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지만, 2017년 2월 2일 회생절차가 폐지되어 파산한 사례입니다. 구체적으로,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1] 한진해운 이사회 의사록(2016년 9월 1일 공시)


기업이 부도가 나는 경우는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한진해운의 경우 대체로 국제적으로 해운 운임이 급락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비싼 가격으로 빌려온 배들이 운임 급락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기업의 자본구조가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한진해운 파산 직전의 요약재무정보를 살펴보면 아래 <표 3>과 같습니다.

[표3] 한진해운 요약재무정보 (2016년 3분기 보고서)


요약재무정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결손금입니다. 이미 6기(2014년 연말)부터 이익잉여금이 아닌 결손금이 눈에 보입니다. 이에 관련해서, 한국거래소는 “자본금 전액 잠식” 또는 “자본금 50% 잠식이 2년 연속” 진행될 경우 상장폐지의 요건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상장폐지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재무상태표”상의 “자본구조”인 셈입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이 나오기 전에 자본잠식(결손금 증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번에 상장폐지되는 중국원양자원의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표4] 중국원양자원 요약재무정보 (2017년 1분기 보고서)


중국원양자원의 경우 결손금이 나타난 시기가 2016년말이기 때문에(2017년 5월 2일 제출), 결손금을 확인한 시점에서 이미 거래가 정지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결손금을 확인하고 상장폐지의 가능성을 염려하여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원양자원의 그간의 실적을 대략적으로만 살펴보아도 상장폐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보기는 매우 힘들어 보입니다. 2013년부터의 실적을 정리하면 아래 <그림 2>와 같습니다.

[그림2] 중국원양자원 요약손익계산서 (2013년-2017년 1분기)

(출처: FN Dataguide)

위 실적 추이를 보면 2014년 회사의 매출액이 일시적이라지만 85% 급감한 점, 그리고 크기가 다소 늘고 줄어드는 면은 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3년 연속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 등은 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증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재무상태표를 살펴보아도, 매년 반복된 수 차례의 유상증자로 자본금은 계속 늘어나지만, 이익잉여금은 계속해서 줄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요약하면, 이 기업은 최근 3년간 주식시장에서 계속 자금을 조달하고는 있었지만 영업을 통해 내놓는 것은 없는 기업이었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2014년 이후 투자리스트에서 이 기업을 아예 지워버렸다면 상장폐지를 겪을 일은 없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림3] 중국원양자원 요약재무상태표 (2013년-2016년)
(단위: 억원)

(출처: FN Dataguide)

기업이 좋지 않은 결말을 맞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연구자로서나 투자자로서나 기분 좋을 일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상장폐지와 부도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많은 경우 비슷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전의 상장폐지 사례들을 살펴보고, 피해갈 방법을 찾는 것은 투자자로서 오랫동안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을 주식시장이 보다 풍성해지기를 바라며, 10월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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