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국내 음원서비스, 애플뮤직 상륙에도 이상 無

애플의 음원서비스 ‘애플뮤직’이 국내에 발을 들인지 7개월이 지났다. 애플뮤직 진입으로 국내 음원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멜론, KT뮤직 등 국내 업체들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8월 5일 애플뮤직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5년 애플뮤직 출시 직후부터 꾸준히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음원 계약 확보에 실패한 탓에 번번히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6년 8월엔 국내 음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시장 진입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간 애플뮤직의 시장 진입에 대해 국내 음원 업체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음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애플뮤직을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국내 업체와는 비교되지 않는 풍부한 글로벌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뮤직이 계약을 맺은 곡은 약 3000만개다. 국내 1위 업체 멜론의 3배 규모다.



▷ 해외 2000만명 쓰는 애플뮤직, 국내 유료이용자는 5만명

2015년 6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뮤직은 출시 6개월만에 전 세계 11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말엔 유료 가입자가 2000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거둔 첫 해 성적표는 기대를 한참 밑돌았다. 공신력 있는 시장 조사 기관이 없어 정확한 사용자를 알기는 어렵지만, 음원서비스 업계는 2016년 말 기준 애플뮤직의 유료사용자가 약 5만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말 멜론의 유료가입자는 400만명, 지니 150만명, 벅스는 85만명이다.

특히, 지난해 멜론과 지니 등 대부분 서비스의 유료가입자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애플뮤직의 실적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인식과 함께 음원서비스 업계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대부분 업체의 유료 가입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업계 1위 멜론의 가입자는 2015년 말 360만명에서 2016년 말 400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업계 2위 KT뮤직은 12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3위 벅스는 40만에서 85만명으로 성장했다. 4위 엠넷은 유료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엠넷을 운영하는 CJ E&M 음악사업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8% 늘어난 것으로 미뤄보아 가입자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표] 국내 음원서비스 업체 가입자 추이

(자료: 아이투자, 업계 자료 취합)

▷ 음원 확보 실패..왜?

국내 음원 확보에 실패한 것이 지난해 애플뮤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글로벌 3000만개의 방대한 음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국내 음원은 SM, YG, JYP 3개 제작사와 일부 인디레이블 곡에 불과하다.

로엔(멜론), KT뮤직(지니), CJ E&M(엠넷), 벅스(벅스뮤직) 4개 업체가 국내 대부분 음원에 대한 유통권을 쥐고 있다. 네 업체가 유통하는 음원은 국내 전체 시장의 약 90% 규모로 알려졌다. 애플이 자사 서비스에 국내 음원을 탑재하려면 위 4개 업체와 유통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애플뮤직의 파급력, 시장 잠식을 우려한 4개 업체는 음원 유통권을 쥐고 애플뮤직의 시장 안착을 저지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네 업체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하며 음원 유통 카드를 내밀었지만, 애플의 인하 거부로 인해 협상이 결렬됐다.

SM과 YG, JYP는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들 제작사는 자사 음원을 유통하던 KT뮤직과 협의해 애플뮤직에도 음원을 공급했다. 다만, 이는 국내 음원 시장의 10%에 불과하다.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음원서비스에서 소비되는 음원의 80%가 한국 음악이다. 아무리 많은 해외 곡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SM과 YG, JYP 3개 업체의 음원 만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당분간 국내 음원 유통권을 둘러싼 음원서비스 4개 업체와 애플뮤직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수 있다.

▷ 애플뮤직, 이용료 높은 편

애플은 부족한 음원 상황 등을 감안해 미국(월 9.99달러)보다 저렴한 월 7.99달러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할인된 가격마저도 국내 업체에 비하면 다소 경쟁력이 낮다.

지니의 1개월 스트리밍 가격은 7800원, 멜론과 엠넷, 벅스는 7900원이다. 애플뮤직의 가격은 원화로 환산(3월 2일 원/달러 환율 1142원 적용)하면 9100원이다. 애플뮤직이 3개월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프로모션도 만만치 않다.

2월 28일까지 니나노클럽 가입자를 모집했던 벅스의 경우 니나노클럽 가입자는 1개월 무료, 이후 11개월은 월 3000원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다. 현재 니나노클럽 모집은 중단됐지만, SK텔레콤 사용자들은 월 6000원에 기간 제한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엠넷은 현재 첫 7개월간 3990원에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음원서비스 업체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정기적으로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이용자들의 입장에선 이러한 프로모션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애플뮤직보다 매우 싼 가격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국내 음원이 부족하고 가격도 높은 애플 뮤직을 굳이 사용할 동기가 적다.

[표] 음원서비스 업체별 정가, 프로모션 내용

(자료: 아이투자)

다만 업계는 장기적으로 애플뮤직에게 국내 음원이 개방될 것이라 보고 있다. SM, YG, JYP 사례와 같이, 음원 제작사들 입장에선 글로벌 2000만 고객을 보유한 애플뮤직이 매력적이다. 제작사들을 중심으로 애플뮤직에 음원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로엔과 KT뮤직 등 국내 음원 유통권을 보유한 기업들 또한 애플뮤직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음원을 유통시킬 수 있다. 700만명(유료사용자 기준) 규모인 국내 시장 수성을 위해 음원을 막기 보단,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업계가 장기적으로 4개 업체와 애플뮤직이 협력 관계를 이룰 것이라 내다보는 이유다.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5년 말 600만명 수준이던 유료사용자는 1년 만에 700만명으로 증가했다. 유튜브레드,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원서비스의 한국 진출 움직임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4개 서비스 업체가 어떻게 대응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