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이의 있습니다. - 주주행동주의의 역사

의장! 이의 있습니다

Dear Chairman; Boardroom Battles and the Rise of Shareholder Activism in 2015

- 지은이: 제프 그램 Jefferson Gramm

- 옮긴이: 이 건 / 오인석 / 서태준 감수: 신진오 해제: 임종엽

- 출판사: 에프엔미디어 / 2017-01 / 406 / \\18,000

 

저자는 헤지펀드 매니저이면서 컬럼비아 대학원의 외래교수로서 가치투자를 가르치고 여러 상장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전에서 속된 말로 두루 빠삭하다는 얘긴데요. 그레이엄이 가르쳤던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강의한다는 저자의 경력만으로도 저는 신뢰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무엇을 다루었고 무엇을 목적으로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저자가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주주행동주의의 현상을 포함한 저자의 말씀을 옮깁니다.

 

- 이 책은 주주행동주의를 다룬다.

- 나는 이 책에서 주주행동주의자들의 현실적인 입장과 이들이 얻는 경제적 혜택을 분석하는 등 지배구조 이슈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 지배구조 문제에 관해 쉬운 해결 방안은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이 책이 주주행동주의에 관한 가치 있는 통찰을 제공했기를 바란다.

- 상장기업들을 장악하려고 공격하는 무리가 있다면, 그들을 좀 더 잘 판단하고 한층 현명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근거로 이 책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 이제는 행동주의 투자가 아주 흔한 일이 되면서, 위임장 전문가나 기업 매수자들이 횡행하던 시대에 나타나던 일정한 패턴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 이제는 행동주의 투자가 주식시장의 일상사가 되었다. 많은 주주가 이사회나 경영진에 대해 분개하면 그 중 누군가는 십중팔구 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주의 체제이고 상장회사가 거래되는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을 가진 국가입니다. 자본주의 제도가 시작된 국가는 아니지만 세계 제1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로써 자본주의와 주식시장 제도에 있어 최신/최선의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미국입니다. 당연하게도 투자에 관련된 책 역시 미국인이 그들의 시장에 대해 그들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 대다수입니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국가로서는 늦기도 하고 변방에 위치한 우리 입장에서는 책을 비롯한 여러 수단을 통해 이들의 지식과 경험을 배울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춰 가려서 받아들여야 하는 절차가 한 번 더 필요합니다.

 

대부분 미국의 상장기업은 주주와 경영이 분리된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전형적인- 주식회사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최대 주주인, 워런 버핏이 경영에 참여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기업은 간혹 볼 수 있는 별종의 기업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대주주가 경영을 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자본과 경영이 분리 운영되는 것이 미국의 상장 기업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몰랐던 몇 년 전까지는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함에 있어, 경영자가 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기업을 장점으로 꼽는다는 글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었습니다. 미국의 주주행동주의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이런 미국 상장 기업의 특색을 감안하고서 봐야 합니다.

 

 

책에서는 대주주가 자신의 기업을 매도하는 칼라 쉐러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자(CEO)의 전횡 혹은 독선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주행동주의는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행태로 발전하여 왔음을 많은 사례를 갖고서 설명합니다.

 

경영자가 무능 혹은 독선으로 인해 기업이 위기에 처했거나 어떤 이유로든 기업의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될 때(, 차익거래의 기회가 발생하였을 때), 주주행동주의자는 문제가 된 기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서 수익을 챙기려고 합니다.

 

주주행동주의자의 공격을 당한 기업의 탄생부터 이들을 불러들이게 된 배경을 설명한 다음, 주주행동주의자와 경영진의 대결 진행상황을 발단부터 결과까지 마치 범죄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이 경영진 혹은 다른 주주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보낸 많은 편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보면, 타깃으로 삼은 기업에 대해 사업, 제품, 시장, 경영자의 능력, 독선, 전횡 혹은 부정 행위 등 그들의 분석이 얼마나 철저한지 감탄하게 됩니다. 또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을 때, 경영 개선을 통해 나아 질 기업의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주주들의 협조를 얻으려고 합니다.

 

저자는 현대 주주행동주의의 탄생을 1927년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노던파이프라인으로부터 잉여금 분배를 요구한 데서 찾았습니다. 이후 일반 주주들의 위임장 확보를 통한 경영권 확보, 현금을 동원한 M&A, 공개 매각, 경영진을 망신 주는 방법으로 사퇴하게 하는 해지펀드의 공격적인 수익 챙기기 등으로 변화/발전해가는 주주행동주의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한편 자본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지나친 주주행동주의로 인한 폐해 사례를 보여주면서 주주와 기업의 공동 이익에 대해 고민합니다. 사기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경우, 경영진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최대 주주, 워런 버핏의 현명한 행동을 통해 책임 있는 주주의 자세에 대해 말합니다. 또한 BKF캐퍼털의 경우엔 경영진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경영진을 몰아붙이는 통에 대상으로 삼았던 기업이 망함으로써 주주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주주행동운동으로선 최악의 사례도 보여줍니다.

 

 

많은 사례를 8개의 장으로 나눠 다루고 있는데, 이를 간략하게 살펴 봅니다.

 

1, 현대 주주행동주의의 탄생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제 가치에 어울리는 가격이 될 때까지 갖고서 기다린다는 얼핏 온순한 투자자로 여겨졌던, 벤저민 그레이엄이 상상외로 집요한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가치투자의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주주행동주의의 선구자였습니다.

 

파이프회사의 숨겨진 자산의 가치를 알게 된 그레이엄은 처음 참석한 주주총회에서 발언권도 얻지 못하는 수모를 받지만 이후 더욱 분발해서 다른 주주들의 도움을 얻어 다음 번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에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어렵게 들어간 이사회에서의 활동은 필요 없게 되었는데, 그레이엄의 편지를 통해 내용을 알게 된 최대주주, 록펠로 2세의 결단으로 회사의 불필요한 잉여자산을 배당함으로써, 그레이엄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됩니다.

 

2, 위임장 전문가들의 공격

로버트 영은 작은 철도 회사를 인수해서 성공적으로 경영한 능력을 무기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될 정도로 무모해 보인, 뉴욕센트럴 철도회사의 경영권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뉴욕센트럴의 경영 상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물론 현 경영진의 잘못과 무능을 지적하고 경험이 있는 자신이 경영을 맡았을 때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그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을 주주가 없을 정도로 말이죠.

 

이 장에서 저자는 위임장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주주 우선주의에 결함이 적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당시 유행했던 이런 방법을 통해 경영권을 취득한 자들이 정작 자신들이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에는 그들 역시 똑 같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이 장의 주인공 로버트 영은 1957년 엽총 자살로 생을 끝냈다는데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그가 좇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1950년대 유행했던 위임장 전문가 시대는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적대적 공개매수로 주주행동주의의 패턴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3, 저평가된 기업을 살린 가치투자자의 행동주의

워런 버핏이 위기에 빠진 투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X)를 싼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큰 성공을 얻은 투자의 좋은 예로 알고 있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위기 사태의 전말을 볼 수 있습니다. 진행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 겨우 33세였던 버핏의 현명한 판단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AMX의 자회사인 창고관리회사에 보관된 셀러드오일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사건이 드러난 1963년보다 3년 전이었고 관리회사의 안일한 판단/대처로 인해 피해규모는 10배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덕분에 주가는 폭락했고 버핏은 싸게 매수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이때 경영자는 회사에서 배상할 필요는 없지만 이 사기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은행들이 대부분 AMX의 중요한 고객인 것을 감안해서 배상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단기적인 손실을 우려한 일반 주주들은 이런 경영자의 결정에 반대하며 소송을 걸기도 하지만 최대주주였던, 워런 버핏은 경영자에게 편지를 보내 격려하고 돕겠다고 나섭니다. 결국 경영진의 주장대로 진행되었고 실제 배상금액도 당초 예상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신뢰를 회복한 AMX는 실적을 회복하였고 당연히 주가 상승으로 보답을 받게 됩니다.

 

4, 현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휘두른 기업사냥꾼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칼 아이칸이 주인공입니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대량 매수한 다음 기업이 회사 가치를 끌어 올리도록 유도해서 차익을 얻으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엔 공개매수의 방법으로 위협함으로써 목적을 이루어 냅니다. 정크본드를 이용해서 인수한 기업에서 수익을 빨리 챙기기 위해 무리한 사업 분리/매각을 하다 기업을 망하게 만드는 통에 피해배상을 하게 되는 실패한 매수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칼 아이칸은 자신의 투자전략을 일종의 차익거래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기업사냥꾼들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드러내 보입니다.

 

기업의 지배권을 놓고 일단 싸움이 붙으면 주주들은 뜻밖의 횡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상당한 수준으로 인수하면 해당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산을 매각하거나 백기사에게 회사를 매각하라고 경영진을 설득하는 방법. 둘째, 위임장 대결을 벌이는 방법. 셋째, 공개매수를 천명하는 방법. 넷째, 우리 지분을 회사에 되파는 방법 등을 이용하면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아이칸이란 이름이 우리 귀에 익숙한 것은 2005년에서 2006년까지 KT&G에 대한 공격 때문입니다. 결국 아이칸의 주주운동은 성공해서 큰 차익을 얻어 나갔고 우리나라의 대다수 언론에서는 투기적인/먹튀 외국 자금으로 인해 국부유출이 일어났다고 비난하였으나, 저평가된 기업을 제 가치에 어울리는 가격으로 올려놓음으로써 모든 주주들이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이 책의 해제를 맡은 임종엽회계사는 이 사례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합니다.

 

결국 KT&G의 주주이익환원 전략은 칼 아이칸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으로도 연결되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측면, 그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칼 아이칸의 행동이 결코 틀리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 많이 완곡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5, 최대주주의 공격에 맞서다가 몰락한 제너럴모터스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도 했던, 로스 페로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과의 관계를 다룹니다. GM은 로스 페로가 대주주인 EDS를 인수하였고 이로 인해 로스 페로는 GM의 최대 주주가 됩니다. 당시 CEO인 로저 스미스의 전횡에 대해 편지로 개선을 요구하던 로스 페로는 결국 -마치 그린 메일을 행사한 것과 같은- 엄청난 보상을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1986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각성을 촉발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 주주들이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나오면, 양털이 깎이듯 주주들의 이익도 깎일 것입니다.

 

6, 13D 양식 싸움으로 쟁취한 기업 공개매각

연질캡슬을 제조하는 절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업다악화로 인해 망가지고 있던 기업에 대해 창업자의 상속인인, 대주주가 나서서 무능한 경영진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아 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 상장기업으로서 계속해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보다는 잘 관리된 경매를 통해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대주주인 칼라는 생각했다.

 

저자는 이 장에서 미국 상장기업의 주주와 경영진, 그리고 이사회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또한 경영자가 자신과 가까운 인물들로 이사회를 구성하였을 때의 폐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미국의 주주 이사회 경영진

- 미국의 많은 상장기업은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사회는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기관이다. 이사회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같아지도록 하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이사회는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기도 한다. CEO를 선임하고 중요한 전략적 결정에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맡기도 한다. 이사회는 그 어떤 집단보다 강력하게 기업을 지배한다.

- 이사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효율성이 떨어지기 쉽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들이 회사를 잘 꾸려갈 수 있게 인도해야 하는 동시에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평가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CEO를 선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사들이 회사의 실적을 평가할 때 과연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 미국의 주식회사가 이럴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기업이 대주주인 CEO가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오죽할까요?

 

저자는 미국 이사회의 현실적인 운영상항에 대해서 워런 버핏의 대처 사례와 칼 아이칸의 주장으로 설명합니다. 코카콜라의 이사회에서 과도한 스톡옵션을 결의한 데 대해 최대 주주이면서 아들이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던 워런 버핏은 현실을 인정하고 기권합니다. 대신 CEO와 따로 만나 협의함으로써 그의 뜻을 관철시킵니다. 이에 대해 칼 아이칸은 원칙을 들먹이며 버핏을 비난합니다.

 

이사회를 무슨 남학생 클럽 모임쯤으로 생각하는 이사들이 너무 많다. 다들 여기서는 깃털을 곤두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는 그저 그런 경영진의 자리만 공고히 해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미국이 오늘날까지 경제적인 우위를 누리게 한 실력 지상주의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7, 독설과 인신공격의 망신주기 게임

해지펀드의 전성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들은 펀드 수익을 위해 경영진의 무능력과 전횡에 맞서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목적을 이루어냅니다. 발달한 인터넷을 이용해서 주주운동을 함께 할 동지들을 손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이익을 다른 주주들과 함께 동일한 이익을 얻기 위해 주주운동을 하기도 하고 데이비드 아인혼이 얼라이드케피털과 5년 동안 싸웠듯이 자신의 이익보다 정의 실현에 목적을 두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헤지 펀드가 주주운동을 하는 목적은 대니얼 러브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내 유일한 관심은 내게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일입니다.”일 것입니다.

 

8, 우량기업을 무너뜨린 잘못된 주주행동주의

주주들이 관여해 회사를 공개 매각하는 방법으로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것이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 기업이 존속/발전하면서 얻게 될 이익이 장기주주에게는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자칫 잘못된 기업 매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처럼 훌륭한 기업을 아예 사라지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BKF캐피털은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으로 주주행동주의를 불러옵니다. 경영자는 이를 개선하겠다면서 주주 설득에 나서지만, 결국 주주행동주의자의 승리로 끝납니다.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상 사람이 중요한데, 이들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수탁고가 급감하게 되었고 경영권을 획득한지 15개월만에 기업은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각 장에서 다룬 주요 사례를 정리하려는 욕심을 부렸지만, 정신 없이 옮긴 글의 나열이고 실제 알맹이가 없는 글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8개의 장으로 나눠 주주행동주의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서한을 보여줍니다. 각 장은 편의상 나눴을 것 같고 다루어진 많은 사례는 엄밀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사례로 다루어진 기업들의 생성과 변화 과정을 보여주었고 기업에 맞서 주주행동을 했던 인물의 소개 역시 가능한 한 자세히 보여주려는 저자의 성실함이 느껴집니다.

 

또한 8개의 장에서는 대표적인 기업 1개의 사례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저자의 열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여러 개의 사례를 다룬 것이 많아서 사건의 배경을 제대로 모르는 저로서는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해지펀드를 다룬 책 중에서 데이비드 아인혼의 [공매도 X파일]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는데, -어쩌면 [공매도 X파일]처럼 쓰려고 했을 법한 이 책은- 그의 지나친 열정이 가독력이란 점에서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주제만은 확실하고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레이엄이나 아이칸처럼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대신 주주총회 참석이나 대주주 혹은 경영자에게 서한을 쓸 수 있겠고 사안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권합니다.

 

저는 매년 한 두 곳의 주주총회는 참석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얘기하였고 임종엽회계사가 해제에서 얘기했듯이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얻는 효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투자를 하는 분들께 주주총회 참석을 권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영진에게 편지 쓰는 방법은 당장 써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주주총회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대주주인 경영자가 일반 주주들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게 많더라는 것입니다. 저의 제안으로 인해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회사의 배당정책이 바뀐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총일자 중복으로 참석할 수 없는 회사의 경우 주총일 전에 경영자에게 편지로 제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장의 마지막에 인용된 서한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한 작성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 국민연금이 개입한 것이 큰 사건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장회사의 경영자들은 일반 주주를 대함에 있어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를 갖게 됩니다. 이 책은 주주행동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고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읽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책에서 전하려고 했던 주제와 달리, 전혀 다른 면에서 좋았던 내용이 있어 마지막 글로 옮기고 싶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에 대해 알게 된, 그의 새로운 면모, 그가 지향하는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피터 린치는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일찍 은퇴하였지만 그레이엄은 그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은퇴 후 그레이엄은 버나드 바루크의 자서전을 읽던 중, 바루크가 일을 그만두고 투자에 전념하는 대목을 접한 뒤 이렇게 한탄했다.

 

구차하고 이기적인 그의 결정에 조소를 금할 수가 없다. 재능 넘치는 젊은 거부가 오로지 재산 증식에 몰두했다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스노볼]에서는 그레이엄이 버핏에게 돈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대목이 나온다.

 

꼭 기억해 두게. 자네나 나나 인생에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네. 우리는 매일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일하면서 잘 지내고 있지 않는가?

 

회사에서 버핏이 애널리스트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자, 그레이엄은 버핏을 댄스 교습소에 등록시켜 주었고, 댄스를 배우는지 확인하려고 교습소까지 따라가기도 했다. -> 버핏이 스승의 가르침을 듣지 않았군요. “그레이엄 선생님, 저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세요.”^^

 

61세에 은퇴한 그레이엄은 은퇴 후 20년간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즐겼다. 세계 여행을 하고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GEICO 이사회에 참여하고 투자 강의도 했다. [증권분석] [현명한 투자자]의 개정판을 내고, 우루과이 소설을 번역하기도 했다.

 

은퇴 후 생활자금을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조달하겠다고 생각하는 저는 이번 생에 사표를 낼 때까지는 주식투자를 할 예정입니다. 109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투자활동을 하였다는 어빙 칸을 롤 모델로 삼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자를 하는 이유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믿음입니다. 이 책에서 만난 그레이엄의 말씀이 마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격려해주는 듯해서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가치를 찾는 투자 나침반, 아이투자(www.itooz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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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3개)

  1. 연금고객
    연금고객 | 17.01/12 12:41
    또 좋은 글을 올려주셨군요 감사드립니다. 당분간 다시 저같은 중소형 가치주 하는 포트폴리오는 소외를 당할 것 같네요. 지수는 좋은 데 ,, 인내하면서 다음 순번을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은 요즈음입니다. 그래도 1월에 좋은 수익있으시길 기대해봅니다
    답글쓰기
  2. 숙향
    숙향 | 17.01/12 15:59
    연금고객 님의 한결 같은 격려의 말씀이 고맙기만 합니다.
    어제 제 방에서 엄청 구시렁거린 것이 <삼성전자>의 독주와 일부 경기관련 대형주의 부상에 대한 것인데요.

    주도 세력은 외국인(얘네들은 정말 동체인 것 같아요)이고 줏대 없는 국내 기관의 따라가기에 의한 것이 현재의 분위기를 만드는 모두로 보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라는 게 생겨서는 적잖은 자금을 끌어 모았다고 하던데, 얘네들이 가는 놈은 사고 못 가는 놈은 공매도로 더 떨어뜨리는 식으로 조장하는 분위기도 있을 것 같고요.

    시장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항상 이런 패턴을 반복하죠. 주인공이랄까, 테마만 바꿔가면서.. 누가 어떤 종목을 사서 많이 먹었다, 그런데 나는 지수가 올라가는데 마이너스만 커지고 있다.. 이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데.. 버텨야죠. 내가 왜 이 녀석을 샀는지, 애초 살 때와 변한 게 없다면 지켜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안 되는 게 남과 비교하는 것이고 내가 잘 못 되는 것보다는 옆에 놈이 잘 되는 게 더 힘들게 하는 게 인간의 심리라고 하는데, 그래서 투자가 쉬우면서도 지독하게 어려운거겠죠.

    저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인데.. 연금고객 님, 힘 내세요^^
    답글쓰기
    • 연금고객
      연금고객 | 17.01/12 16:50
      네 저도 일정부분 고수익을 포기내지는 기대안하는지라 .. 그냥 애초 살때와 변한게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다만 어느 글에서 읽었듯 너무 따분하면 안되니 10~20% 종목은 열심히 샀다 팔았다 하고 있습니다 ^^
  3. 숙향
    숙향 | 17.01/13 07:35
    ㅋㅋㅋ 제가 쓴 책에서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인용해서 쓴 글이 있었죠.
    투자자금의 10%쯤을 떼 내어(반드시 별도의 계좌로 운용하라고 했습니다) 투기적인 종목 매매에 사용하라고 했는데, 대개 인간의 심성에는 도박성이 있으니 순응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품이, 천성적으로 타고난 투자자라면-버핏같은 인물- 굳이 필요 없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요. 연금고객 님이나 저는 어쩔 수 없는 몹시 인간적인 인간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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