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로버트 퍼킨스의 '한스바이오메드'

버거 스몰캡 펀드의 매니저 로버트 퍼킨스는 소형주 투자의 대가로 유명하다. 그는 친구들과 선별된 고객을 위한 작은 포트폴리오를 3500만 달러의 뮤추얼 펀드(유가증권 투자 목적의 투자회사)로 성장시켰다.

퍼킨스는 신문에 나온 신저가 리스트에서 유망기업을 찾는다. 그는 악재로 인해 회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재무 건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이들 중 장부가치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거나, 장부가치보다 약간 비싼 회사를 주로 매입한다.

퍼킨스는 부채가 없고 현금이 많은 소형회사를 선호한다. 또한, 그는 재무적 건전성을 갖춘 회사들은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아도 재무안전성이 주가 하락에 안전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 한스바이오메드, 퍼킨스의 종목 선정 기준 '만족'

한스바이오메드는 퍼킨스의 종목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전일 시가총액은 2000억원 미만인 1696억원으로 소형주에 해당하고,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33%로 퍼킨스의 재무건전성 기준인 '150% 미만'을 넉넉히 통과한다.

* 한스바이오메드는 9월 결산 법인

▷ 인체이식용 의료소재 전문 업체

1999년 설립된 한스바이오메드는 인체이식용 피부와 뼈, 실리콘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2005년 국내 1호 조직은행을 설립했다. 조직은행이란 기증자로부터 이식 가능한 인체조직을 기증받아 이를 보관하는 기관이다.

한스바이오메드의 주요 제품을 살펴보면, 뼈이식재의 매출 비중이 50~60%로 가장 높다. 뼈이식재는 재료에 따라 자가골, 동종골, 이종골, 합성골로 구분되며, 주로 동종골과 이종골이 많이 사용된다. 동종골은 사람으로부터 얻은 뼈를 말하며, 이종골은 소뼈 등 동물로부터 얻은 뼈를 의미한다. 합성골은 사람의 뼈와 유사하게 인공적으로 제작한 뼈로 최근 들어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뼈이식재는 주로 치과나 정형외과에서 수요가 발생한다.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시술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잇몸 뼈의 재건이 필수적인데, 이 때 동종골이 이식용으로 사용된다. 3월 9일 리포트를 발표한 LIG투자증권의 박상용 연구원에 따르면, 한스바이오메드는 치과용 뼈이식재를 오스템임플란트에 단일 공급자로 공급 중이다.

이런 가운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임플란트 시장은 인구의 고령화 등에 따라 2023년까지 연평균 약 3.9%의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또한, 박 연구원은 국내보다 중국의 임플란트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며 2020년 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임플란트에 사용되는 한스바이오메드의 뼈이식재 또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는 척추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목디스크 등의 질병 치료에 뼈이식재가 사용된다. 또한, 과격한 운동이나 사고로 인해 인대에 손상을 입은 경우에도 사용될 수 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Genesis Sponge, SureFuse 등 약 8종의 정형신경 뼈이식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두 번째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실리콘소재의 경우, 유방 재건 또는 확대 수술 시 인공 보형물로 많이 사용된다. 최근 유방암 등으로 가슴을 재건해야 하는 환자에게 인공 보형물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면서 재건 시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용 측면에서도 국내 유방확대수술 시장이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으며, 의료관광객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앞으로 시장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이 외에 피부창상관련 치료제(창상피복제)로도 실리콘젤 제품이 사용된다. 창상은 찰과상, 타박상, 칼날에 의한 절창 등 외부 자극에 의한 피부 손상을 뜻한다. 창상피복제는 출시 초기 전국의 대리점망을 이용해 판매됐으나, 2006년부터 일동제약과 국내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해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피부이식재 또한 뼈이식재, 실리콘제품과 함께 한스바이오메드의 주력 제품으로 꼽힌다. 1999년까지 국내에선 인체 동종피부 생산업체가 없어 수입에만 의존해왔다. 그러나 한스바이오메드가 손상된 피부조직을 회복시키고 재생하는 '인체이식용 무세포진피층 및 제조방법' 기술을 개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해당 기술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무세포진피조직인 '슈어덤'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피부이식재는 성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에서 사용된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주요 종합병원과 화상센터 등에는 직접 영업을 통해 판매하며, 기타 지역병원은 주로 전국의 대리점망을 통해서 판매가 이뤄진다.

▷ 실리콘제품을 중심으로 성장 기대

한스바이오메드의 연결 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대체적으로 성장을 이어왔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0%, 영업이익 성장률은 18%다(이하 연결 기준).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1%, 30% 늘어난 234억원, 5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실리콘제품의 매출이 21억원에서 42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나 눈길을 끈다.



최근인 올해 3분기(4.1~6.30, 9월 결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다소 악화된 수익성을 거뒀다. 매출액은 15% 증가한 73억원을 기록했으나, 매출원가율과 판관비율이 모두 5%씩 늘어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8%, 29% 줄어든 13억원, 11억원이다. 이와 함께 영업이익률은 28.0%에서 17.4%로 10.6%p 하락했다.



3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하나 중장기적으로 실리콘제품의 성장이 기대된다. 7월 14일 리포트를 발표한 신한금융투자의 오강호 연구원에 따르면, 실리콘 폴리머 제품은 국내 시장에서 작년 11월 식약처 승인 후 의료기기 유통사인 비엔에스메드를 기반으로 시장 진입을 확대 중이다.

또한,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난 5월 11일 실리콘겔인공유방에 대해 중국 식약청(SFDA) 의료기기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후 6월 3일 중국의 상해홍만무역유한공사와 115억원(2015년 연간 매출액의 49%)에 달하는 실리콘 폴리머 제품 판매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16년 6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다.

이를 토대로 오 연구원은 올해 실리콘 폴리머 제품의 국내 및 해외 매출액을 각각 28억원(전년 대비 +128%), 39억원(+30%)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스바이오메드의 재무상태는 양호하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3%로 낮고 유동비율은 439%로 높다. 자산대비 차입금 비중은 15%며, 영업이익을 통해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917배다.

올해 3분기 실적과 11일 종가를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34.5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3.71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