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펀드 포트폴리오 2016.8.25

예전에 포트폴리오를 2번 작성한 이후 정말 오랜만에 글을 작성해 봅니다.

주식회사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하길 좋아해서 펀드명은 VI(Voyage to Investing, 투자에의 항해?) 펀드로 개명했습니다. 

2007년 워런버핏 책 2권 읽고 짧은 지식으로 가치투자한다고 하다가 크게 다친 기억이 있네요.
2008년 말부터 1년을 쉬며 공부만 하게 되었는데 2009년 초 이후 주가가 폭등하며 허탈감을 갖게 되었지만, 인내심은 좀 더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VI펀드 지수, 비교지수]                                                                      (기준지수 : 1,000)

 수익률 그래프를 보면, 투자를 하면서 느꼈던 심리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2009년 11월에 투자를 다시 시작하면서 한편으론 '이게 진리지, 가치투자'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과연 내가 하는 방법이 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중반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존의 투자 원칙은 점점 느슨해져 갔습니다. 단기투자와 장기투자 방식을 혼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실적이 좋아진 것을 보고 매수를 하지만, 가격이 올라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게 되었고, 이는 매수는 단기투자 방식, 매도는 장기투자 방식을 적용한 것이죠. 가치투자를 하려면 싸게 사서 가격이 크게 오르면 매도를 하는 게 정답인데, 애매한 방식의 투자를 하면서 양쪽의 이점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종목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펀드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좋아지는 듯했습니다. 2015년 8월까지 말입니다. 정말이지 조금만 더 가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펀드 수익률에 만족하며 거의 1년간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이론과 복잡계라는 학문분야를 공부하면서 여유를 부리던 어느 날 중국발 시장 충격(작년 8월 환율을 갑작스레 절하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시점부터 포트폴리오가 흘러내리기 시작해서 올해 초까지 거의 30%가 빠지면서 강제적으로 포트폴리오와 투자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원래 세웠던 가치투자 원칙(유연하지만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으로 돌아가자는 생각과 함께 아직은 작은 비중이었지만 조지 소로스의 방식은 아예 돌아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재귀성이론은 버블을 이용할 수 있다는 특성상 중독성이 강합니다).

 이렇게 원칙을 다시 확립한 상태에서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안정화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맘이 편치 못했던 종목을 매도하면서 예전에 투자에 실패했던 정상제이엘에스를 재매수했고, 처음 해외주식으로 IBM을 매수하면서 8월의 포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종목간의 비중 조절을 거의 안하던 방식에서 과감하게 전환을 해서 맘이 불편했던 종목을 청산하고, 종목 간의 기대 수익률 평가하에 아끼던 동서를 약 60% 매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위의 투자원칙에 따라 행해진 것입니다. 또한 이는 소로스가 허리 통증이 있으면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처럼, 맘이 편하지 못한 종목은 뭔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런 종목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년도별 수익률을 정리해봤습니다. 작년에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 수익률을 기록하며 책에서 많이 본 마이너스의 침식효과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현재 보유중인 종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종목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현금흐름이 발생하여 버핏이 좋아할 첫째 조건은 모두 가진다는 점입니다. 한 종목씩 간략하게 나마 적어 보겠습니다.

1. 금화피에스시(금화PSC)

발전소 정비업체 중 한전KPS를 제외하고, 민간업체 중에서 M/S, 기술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입니다. 본격적인 발전정비 경쟁체제에 들어서게 되면, 한전KPS에 비해 밀리는 기술력을 낮은 인건비로 어느 정도 보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2분기에서 금화피에스시는 어닝서프라이즈와 어닝쇼크를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어닝서프라이즈는 발전정비 분야에서 나왔는데, 발전소 O/H(오바홀) 정비공사 수행으로 통상 좋게 나오는 2분기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큰 실적이 나왔고, 경상정비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생각하면 큰 영업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호실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작년에 성사되어 기존에 인건비 비용만 발생하던 계약건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측면과 작년대비 O/H 물량이 증가한 측면이 큰 것 같습니다.

어닝쇼크는 발전 건설 쪽에서 발생했습니다. STX전력에서 발주한 북평화력1/2 건설공사와 대우에너지에서 발주한 포천LNG발전소에서 큰 손실이 났는데, 완공률도 높은 두 곳에서 어떻게 이런 큰 손실이 났는지 IR담당자님도 의외로 생각할 만큼의 쇼크였고 이 부분은 향후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자본 할당 측면에서 기재해 보면, 현금이 쌓일 수밖에 없는 사업모델을 운영함에도 배당성향이 크게 높지 않음으로 인해서, 남는 현금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2. 정상제이엘에스(정상JLS)

 기존에 비중이 제일 컸던 종목으로 투자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최근 학령인구감소세가 둔화되었다는 얘길 듣고 통계청에서 인구 분포만 확인하여 ROE가 턴어라운드 하고 있음을 직감한 후 다음 날 바로 매수 들어간 종목입니다. 이후 추가로 현금을 마련해서 더 매수했고, 2분기도 실적이 좋게 나온 것을 확인하면서,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교체매매를 단행했습니다. 

IR담당자님의 의견과 개인적 분석내용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존에 감소하던 학령인구는 2013년부터 안정화 될 조짐을 보였고, 2014년부터 조금씩 안정화 되었습니다. 본업인 영어학원 직영점과 프렌차이즈를 꾸준히 늘림과 동시에 방과후수업에도 공을 들여서 매출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하여 판매되는 컨텐츠인 Caramel tree가 정말 알짜일 걸로 판단됩니다. 

새로 추가된 중국법인이 매출 1억원이 안되는데, 벌써 순이익이 나는 이유는 현지 학원에 대한 컨설팅, 학원 운영 지도로 인한 매출이었습니다. 현지 학원은 지분이 7(현지 기업):3(정상)으로, 향후 중국 현지 학원이 잘된다면 현지 학원의 운영 이익 및 컨텐츠의 판매로 인해 큰 Business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정상제이엘에스는 IBM이 메인프레임을 판매한 이후 소프트웨어 판매와 컨설팅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과 유사하게 직영 학원, 프렌차이즈 학원, 방과후 학교에서의 학생 수업지도에 이은 교재판매에서의 이익이 수익성이 크고 성장성 또한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회사에서는 영어 수업에서 더 가져갈 M/S가 많은 걸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또한 작년 배당성향이 100%를 넘어서는 등(결코 무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IBM과 비슷한 주주친화적인 회사로 버핏이 통째로 매수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회사가 비용 통제를 엄청 타이트하게 해서 타 학원(특히 영세한 개인학원)들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통화를 마무리 하면서 회사를 대표하는 IR담당자님께 고마운 맘을 표했습니다.

3. 동서

한 때 남양유업의 무서운 추격을 받으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힘겹게 싸웠던 적이 있었죠.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커피믹스의 전체 파이를 줄이면서까지 무리하게 M/S를 늘리려는 경쟁사의 Negative 전략과 원두 커피로의 소비자 취향 변화로 인해 예전의 가격 결정력은 아직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M/S를 늘려가고 있으며, 제2의 전성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 시기가 온다면, 그 시점은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국민들이 고통을 겪어서 경제적으로 저렴한 인스턴트 커피를 찾을 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위해서 거의 대부분 Holding을 하고있던 동서의 주식을 매도해서 정상제이엘에스로 교체매매 했는데, 익숙치 않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더군요. 후회는 없겠지만 8월의 선택이 투자경력에 있어서 진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IBM

예전에 버핏이 IBM을 매수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그 이유에 대해 궁금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대차대조표 상의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서 곧 망할 회사같아 보였지만, 반대로 100%에 육박하는 ROE, 엄청 높은 PBR을 보여서 뭔가 다른 회사와는 달리 타이트한 운영을 하고 있는 회사라는 정도만 인식했습니다. 주식 관련 책에 보면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이 직접적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해 줘서 큰 도움도 되지만, 그만큼 경영도 성실히 한다는 내용이 생각나게 하는 기업이었습니다.

2011년 버핏이 고점에 주식을 매수했음이 알려진 이후 주가가 줄기차게 떨어졌던 이유는 계속되는 매출, 이익의 하락이었는데 버핏은 꾸준하게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마 버핏은 IBM이 105년이 된 회사로 큰 위기를 겪을 때마다 계속 진화해 나간 IBM의 저력을 본 것 같습니다. 거기다 IBM은 각 산업의 Business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면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름이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이라니! IBM이 기계(Machines)를 공급하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공급회사를 지나서 점점 IBM 자체가 기계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주주 친화적인데다, Business의 달인인 버핏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5. 국보디자인

인테리어라는 선진국형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훌륭한 경영을 펼치는 좋은 회사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은데, 외부에 드러나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종목입니다. 현재 아들의 포트에 작게 담겨져 있는 상황입니다.

6. 고려신용정보

추심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채권 추심업계의 1위 기업으로서 고배당을 주는 종목으로 배당만 기대해도 좋은 투자가 될만한 종목으로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기익경영을 수행하고 있으며, 배당성향을 대폭 인상한 기업입니다. 채권 추심을 순수한 서비스업으로 판단하여 현재 아들의 포트에 작게 담겨져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 포트폴리오 적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꾸준하게 글 올리시는 분들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 또한 가급적 주기적으로 올리도록 노력 해보겠습니다.

힘들다면, 워낙 매매를 안하기는 하지만 향후 투자 포트폴리오나 회사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거나, 투자관의 변화 등 기회가 될 경우라도 가급적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모든 분들 성공투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