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머리,어깨,무릎..시장은 지금 어디 있을까?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아라"

증시의 오랜 격언 중 하나입니다. 시장 또는 주식의 저평가/고평가를 우리 몸에 빗대 설명한 건데요. 발끝에서 사서 머리 꼭대기에서 팔려는 욕심을 내지 말라는 얘긴데요. 또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는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만 보면, 당장이라도 패닉 상태가 될 듯 했던 주식시장이 어제와 그제 이틀간은 잘 견뎌줬습니다. 어제 코스닥은 1.6% 반등하기도 했구요.

시장이 급락할 때 침착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서 평정심을 찾으려면, 왠만한 내공으론 힘들지요. 그래서 지금처럼, 시장이 다소 진정됐을 때 이런저런 따져볼 것들을 살피는 게 유용합니다. 그래야 다시 마음이 어지러운 상황이 와도, 미리 살펴둔 메모를 보며 대응할 수 있지요.

우선 현재 코스피가 과거 10년과 비교해 어디 쯤에 있는 지 살펴볼까요? 27일 종가기준 코스피 전체의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97배입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그리고 올해 2월(설 연휴 직후) 이후 3번째로 낮은 기간에 해당합니다. 지난 10년간 코스피 시장 PBR이 가장 낮은 때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로, 0.82배였습니다. 바꿔말하면, 현재 PBR에서 15.5%, 지수로는 1650 선에 근접하면 2008년 10월 금융위기와 다름없는 가격이 된다는 거지요. 약 280 포인트 정도 차이가 있네요.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지난 2013년 6월이 현재 상황과 가장 비슷합니다. 당시 PBR은 1배 내외였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5%로 현재와 거의 유사했습니다. 이번 브렉시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진 모르지만, 최소한 3년 만에 가장 큰 위기라는 설명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지난 10년간 코스피 시장의 ROE, PBR 추이입니다. ROE가 10%를 넘던 시절도 있지만, 최근 몇 년은 7% 내외에서 고정돼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하락으로 PBR은 가장 낮은 수준에 왔네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지 예측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현재 어디 쯤에 있는지만 파악하고 있어도 한결 대응이 수월합니다. 지금 시장의 위치를 대략 확인하시고, 어려운 장이 다시 와도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