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제임스 길리건의 '빅솔론'

▷ 길리건 "기업가치의 추세로 매수 시점을 파악해라"

제임스 길리건은 기업가치의 추세를 파악하는 투자 대가다. 밴 캠펜 인베스트먼츠의 주식 운용팀과 60억달러에 이르는 펀드 자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회사를 매 분기 지켜보며 수익을 검사한 후 기업가치의 추세가 바뀌는 굴절 시점에 주식을 매입한다. 지난 분기에 회사의 매출이 10% 줄었는데 이번 분기에 매출이 2% 감소했다면 길리건에게는 그 회사를 매수할 기회다.

길리건은 시장이 과거에 보아왔던 것들로만 주식의 가격을 매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언가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추세를 찾을 수만 있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기업의 수익과 마진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한다.

▷ 제임스 길리건의 선택 '빅솔론'

제임스 길리건은 종목 선정 시 마진율과 재무건전성에 중점을 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며,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이 양수(+)인 종목을 선호한다.

빅솔론은 길리건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올해 1분기 연환산 실적(최근 4개 분기 합산) 기준 ROE는 16%로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은 15%로 기준(100% 미만)을 넉넉히 통과한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은 7억2300만원으로 양수(+)를 기록해 길리건 기준을 만족한다.

▷ 산업용 소형프린터 전문 업체

미니프린터 제조업체인 빅솔론은 2002년 11월 14일 삼성전기(주)에서 분사했으며, 2007년 8월 20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빅솔론의 주요 제품은 크게 POS프린터, 모바일프린터, 프린팅메카니즘, 라벨프린터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POS프린터의 올해 1분기 매출 비중이 43.9%로 가장 높으며 모바일프린터(22.7%, 이하 매출 비중), 프린팅메카니즘(12.0%), 라벨프린터(9.4%)가 뒤를 잇는다.

빅솔론의 주력 제품인 POS프린터는 백화점이나 식당 등 영수증을 발행하는 곳에서 POS시스템과 함께 사용되는 소형 프린터다. POS프린터는 점포의 주인이 소비자로서 시스템을 통합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전문 딜러에 의해 점포에 맞는 시스템 구성을 제안받아 선정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다.

빅솔론의 POS프린터는 약 7가지 모델이 있다. 이 중 영수증과 복권용 프린터인 SRP-350plusIII는 빅솔론의 스테디셀링 제품으로 시장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이 밖에도 SRP-380 모델은 대형마트와 같이 영수증 출력 빈도가 가장 높은 곳에 사용되며, 빅솔론은 해당 모델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긴 워런티를 제공하고 있다.



POS프린터 시장은 표준화 및 저가격화로 경쟁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Epson이 전세계 POS프린터 시장의 선두에 있으며, 빅솔론은 Star micronics와 함께 2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은 기존에 Epson이 주도했으나, 빅솔론이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POS프린터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92억원을 기록했다.

두번째로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프린터는 배달, 방문판매, 주차장 등에서 사용되며 휴대가 가능하다. 최근 스마트기기의 보급확대로 수요처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일(21일) 리포트를 발표한 한양증권의 최서연 연구원에 의하면 모바일프린터 시장이 연평균 30~40%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모바일프린터 부문 매출액은 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으며, 최 연구원은 수요처 증가에 따라 향후 매출 비중이 더욱 확대될거라 보았다.

올해 1분기 25억원(전년 동기 대비 -7%)의 매출을 기록한 프린팅메카니즘은 CAT(카드조회단말기), 의료장비, 계측기, 택시미터기 등에 내장되어 출력기능을 수행하는 핵심부품이다. 최 연구원에 의하면 마진의 낮은 프린팅메카니즘의 매출은 최근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반면 수익성이 좋은 모바일프린터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라벨프린터는 공장, 택배회사, 의료기관 등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코드와 같은 것을 이용하여 저장하도록 하는 프린팅 기계장치다. 최근 영화관, 버스 티켓, 화환, 항공물류로 수요가 확대되며 사용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1분기 수익성 개선, 배당매력도 ↑

빅솔론의 올해 1분기 수익성은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매출액은 7% 늘어난 20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4% 증가한 38억원이다(이하 연결 기준). 매출액보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며 영업이익률은 18.4%로 1%p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1분기 반영됐던 금융자산평가이익 24억원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9% 줄어든 30억원을 기록했다.



빅솔론의 최근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많다. 이는 주로 단기금융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평가이익과 처분이익이 발생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빅솔론이 보유하고 있는 단기금융자산은 수익증권, 채무증권, 상장주식 등이 있다.



한편 최 연구원은 아시아 및 중동아프리카에서 경제 성장에 따른 미니 프린터 수요 증가로 빅솔론의 매출이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하반기에는 신제품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최 연구원이 예상한 빅솔론의 2016년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92억원(전년 대비 +6%), 159억원(+6%)이다.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가운데 재무상태는 양호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5%로 낮고 유동비율은 623%로 높다. 차입금도 없어 이자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빅솔론이 보유한 순현금자산은 506억원으로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448억원 대비 약 35% 가량이다.

배당도 꾸준히 지급해왔다. 최근 5년간 매년 주당 150~400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며, 이 기간 동안 시가배당률은 1.4~2.7%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두 배 늘린 400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며, 시가배당률은 2.7%로 0.8%p 상승했다. 올해도 400원을 지급한다면 전일 종가 기준 시가배당률은 2.8%다.



올해 1분기 실적과 전일 종가를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8.0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1.26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