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윌리엄 밀러의 선택 'SKC'

"수익성이 뛰어난 평균 이상의 기업을 매수하라"

윌리엄 밀러는 레그 메이슨 밸류 트러스트(Legg Mason Value Trust)의 매니저로 1991년부터 매년 S&P 500(미국 주가지수)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다. 이는 '월가의 영웅'으로 불린 피터 린치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밀러는 사업의 미래가치에 주목해 가치투자를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윌리엄 밀러는 기업의 수익성에 주목했다. 영업이익률이 해당 업종에서 평균 이상인 기업을 골랐다. 또한, ROE(자기자본이익률)가 15%를 넘고, 5년간 EPS(주당순이익)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 기업을 선별했다. 업종 내 경쟁력이 있고 절대적인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찾았다.

그는 배당수익률도 중시했다. 배당수익률이 국채 수익률에 가까운 기업을 매수해 과도하게 고평가된 기업을 피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사용했다.

▷ SKC, 밀러 투자 기준 '만족'

SKC는 밀러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12%로 업종(화학) 평균인 8%보다 높다.

지난 1분기 실적 기준 ROE는 19%, 지난 5년간 EPS 성장률은 연평균 19%로 모두 밀러의 투자 기준(ROE 15% 이상, EPS 성장률 10% 이상)을 만족한다. 순이익과 자본총계는 연결 지배지분 기준이다.

SKC는 화학사업, 필름사업, 정보통신사업 등을 한다. 화학사업은 윤활제, 자동차, 화장품, 가전제품, 단열재 등에 쓰이는 POD 등의 품목을 만들고 필름사업은 광학용, 포장용, 산업용 등에 쓰이는 페트필름을 제조한다. 지난 1분기 기준 매출비중은 화학부문이 46%로 가장 높았고 필름부문이 32%, 정보통신부문이 15%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011년 매출액(2조4735억원)과 영업이익(2139억원)이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14년까지는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줄어든 2조5648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43% 늘어난 2181억원, 지배지분 순이익은 292% 급증한 2722억원을 기록해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는 수익성이 감소했다. 필름부문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이 17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줄고,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한 탓이다. 반면, 화학사업의 영업이익률은 0.4%p 늘어난 17.5%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6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영업이익은 25% 감소한 43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외환거래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억원 가량 증가한 88억원 기록되면서 지배지분 순이익은 254억원으로 12%(27억원) 늘었다.

지난 5월 26일 KB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SKC에 대한 리포트를 냈다. 이 연구원은 필름 부문 성과가 부진해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SKC가 회사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지난 5월 9일부터 18일까지 SKC는 5급(대졸 신입사원)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따르면 SKC 직원 1500명 가운데 100여명이 퇴직 신청을 했고 이 가운데 80여명의 퇴직이 결정됐다.

다만 이 연구원은 PO(Propylene Oxide)제품을 생산하는 화학부문은 국내에서는 독점적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PO제품을 에쓰오일(S-Oil)이 만들기 시작하면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될 전망이지만 실질적 경쟁체제는 2018년 이후로, 향후 2년간은 수익성 하락이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SKC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는 이익 개선으로 주당 배당금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750원으로 전년 대비 50%(200원) 늘었다. 주당배당금과 현재 주가(2만7300원)를 반영한 시가 배당률은 2.8%다.



필름 사업부문 부진 등의 영향으로 주가는 크게 내렸다. 전일(17일, 거래일 기준) 종가인 2만7150원은 지난 7월 20일 기록한 연중 최고가 4만1750원 대비 35% 낮다. SKC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주당순자산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실적을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3.7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70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8.9%다. 단, 현재 PER은 지난해 3분기 발생한 자산처분이익이 반영된 수치다. 현재 시가총액 1조247억원은 1분기 연환산 기준 영업이익 1998억원의 5.1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