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제임스 깁슨의 '케이씨텍'

"잘 아는 기업에 집중투자 하라"

클리퍼 펀드의 매니저 제임스 깁슨은 집중투자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치 대비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기업을 찾은 뒤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깁슨의 포트폴리오는 자산의 절반 이상이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된다.

깁슨은 기업에 대한 이해를 가장 중시한다. 투자하려는 기업이 어떤 일을 하고, 전망은 어떤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단순한 사업구조를 가진 회사가 이해하기 쉽다고 말한다.

깁슨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미덕이 '인내'라고 생각한다. 빨리 부유해지려는 생각이 오히려 손해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깁슨은 보유 주식의 주가가 내재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그리고 매입할 만한 주식이 보이지 않으면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을 현금으로 보유하기도 한다.

제임스 깁슨의 선택 '케이씨텍'

깁슨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 이상이고,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도는 기업을 선호한다. 주가수익배수(PER)가 시장 평균 이하인 경우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본다. 재무건전성 확인을 위해 부채비율이 150% 미만인 기업을 고른다.

케이씨텍은 깁슨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상장사 중 하나다. 올해 1분기 연환산 기준(최근 4분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8%로 10% 이상이고,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6.4%로 15%를 넘는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도 35%로 깁슨 기준인 '150% 이하'를 넉넉히 통과한다.

1분기 실적과 전일 종가 기준 주가수익배수(PER)는 11.7배로, 아이투자(www.itooza.com)가 산정한 시장 평균 PER 14.5배보다 낮다. 시장 평균 PER은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 합계를 작년 4분기 연환산 순이익 합계로 나눠 계산했다. ROE, PER 계산 시 순이익과 자본총계는 연결 지배지분 기준이다.

안정적 실적 + 관계회사 가치 부각

케이씨텍은 반도체 및 평판 디스플레이(FPD) 장비 제조업체로, 주요 제품은 CMP장비와 디스플레이 세정장비, Ceria Slurry(세리아 슬러리) 등이다. 이번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내부거래를 포함했을 때 디스플레이 사업의 매출비중은 27.2%, 반도체 사업의 매출비중은 54.4%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의 증권사 리서치에 따르면, 내부거래를 제외했을 시 디스플레이 사업의 매출은 24.1%, 반도체 장비사업은 24.2%, 반도체 소재 사업은 15.5%의 비중을 차지한다.

(자료: 아이투자, 케이씨텍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케이씨텍은 최근 수익성이 개선된 201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4% 늘어난 120억원을, 순이익은 60% 증가한 1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이익이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관련기사 ▷ [즉시분석] 케이씨텍, 수익성 개선 + 외인 매수세...매력있나?).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반도체 장비 매출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수익성이 좋은 슬러리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인 19일에 케이씨텍에 대한 리포트를 낸 미래에셋대우의 황준호연구원에 따르면, 케이씨텍이 국내 반도체 고객사에만 공급했던 세리아 슬러리 판매를 해외까지 확대했고, 이에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1분기 슬러리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55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황 연구원은 지난 해 슬러리 시장 규모가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였고, 2020년까지 연평균 7% 성장이 예상돼 앞으로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 덧붙였다.

케이씨텍의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성장했다. 케이씨텍은 1분기에 외환차익 2억4733만원, 지분법이익 16억원을 냈다. 외환차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나, 지분법 이익은 계열사 티씨케이(보유지분율 28.32%)의 실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티씨케이는 3D NAND 공정에서 에칭의 스텝수가 늘어나면서 웨이퍼를 보호하기 위한 SiC Ring 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티씨케이의 올해 1분기 개별 기준 매출액은 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26% 늘어난 64억원을, 순이익은 134% 증가한 51억원을 기록했다. 티씨케이는 2015년 1분기부터 매 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고 있다. 해당기간(2015년 1분기~2016년 1분기, 총 4분기) 분기평균 매출성장률은 13.9%다.

한편, 케이씨텍의 재무상태는 양호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5%로 낮고, 유동비율은 298%로 높다. 차입금도 거의 없어 이자비용이 미미하다. 순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 - 차입금)도 풍부한 편이다. 케이씨텍이 보유한 순현금자산은 1343억원으로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5226억원 대비 약 26% 가량이다.

올해 1분기 실적과 전일 종가를 반영한 주가수익배수(PER)는 11.7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1.91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