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월터 슐로스의 '동양이엔피'

월터 슐로스(이하 슐로스)는 '저가주 사냥꾼'으로 유명한 가치투자자이다. 좋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워렌 버핏과 달리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 100개 ~ 200개에 분산 투자했다.

슐로스는 45년간 연평균 1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원금을 721배 불린 놀라운 기록이다. 워렌 버핏은 슐로스에게 '특급 투자자(Super Investor)'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슐로스는 펀드를 운영하면서 탐방이나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하지 않았고,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했다. 그는 자산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사서 5년 내 2배가 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45년간 지켜 탁월한 성과를 얻었다.

'왜 버핏과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버핏의 방법이 기대수익률이 더 높지만 버핏이 특별한 것이고, 자신은 그 길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양이엔피, 월터 슐로스 종목 선정 기준 '만족'

슐로스는 주가순자산배수(PBR)가 0.8배 미만이고,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시가총액의 30% 이상이면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봤다. 또한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고, 유동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재무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동양이엔피는 슐로스의 종목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지난해 3분기 말 자본총계 기준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6배로 0.8배를 밑돌고, 순운전자본은 876억원으로 시가총액(1076억원)의 81%에 해당한다. 주가와 시가총액은 전일 종가 기준이다. 유동비율은 210%로 200%를 초과하고, 부채비율은 48%로 100% 미만이다.

동양이엔피는 전원공급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전원공급장치는 전자 제품에서 전기에너지를 변환해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 방법에 따라 SMPS, 충전기, 파워써플라이, 아답터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기술적으로 SMPS(Switching-Mode Power Supply)란 이름으로 통칭된다.

동양이엔피는 휴대폰용 충전기와 디지털가전용 SMPS, 사무자동화 기기 및 통신장비용 SMPS를 생산·판매한다. 최근엔 태양열전지 등의 친환경제품과 LED 조명에 쓰이는 SMPS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SMPS는 대부분 가전기기, 사무기기의 제품 개발 단계부터 특정 모델에 맞춤형으로 개발된다. 동양이엔피는 삼성전자와 캐논, 제록스, 휴맥스 등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동양이엔피의 연결 실적은 매출액이 1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늘고, 영업이익이 34% 증가한 76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연결 지배지분)은 61% 뛴 101억원이다.

전년 동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앞선 연도 동기에 비해 26%와 57% 급감한 기저효과, 충전기 판매량 증가가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와 갤럭시노트5 출시 덕에 충전기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지난해 3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연결 영업이익은 162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2013년(315억원)에 비해 약 49% 급감한 상태다.

2013년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호조로 동양이엔피를 포함한 협력업체가 '특수를 누린 시기'다. 최근 스마트폰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위로는 애플, 아래로는 중국 업체(화웨이, 샤오미)와의 경쟁 심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양이엔피가 단기간 내 최대 실적 규모를 회복하기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월 신모델인 '갤럭시S7'를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눈에 띄는 개선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오는 1분기엔 갤럭시S7의 흥행 여부가 동양이엔피의 주요 실적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이엔피는 꾸준히 안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 순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자산 - 총차입금)은 지난 10년간 한해(2010)를 제외하고 매년 양수(+)를 기록했다. 현금성자산 규모가 차입금을 웃도는 재무구조를 꾸준히 유지했다는 의미이다.

순현금자산은 지난 2009년 이후 대체로 우상향 추세를 보여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5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분기 순현금자산 규모는 전일 시가총액의 42%에 해당한다.

배당 정책도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동양이엔피는 지난 10년간 매년 배당을 했다. 주당 배당금은 지난 2008년부터 3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배당금과 전일 종가(1만3700원)로 계산한 시가배당률은 2.19%다. 이 회사는 아직 지난해(2015년) 결산 배당을 공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