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월의 주식투자

요즘은 '꽃 보다 단풍이 더 아름답다'란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세종대로를 걷다보면

멀리 보이는 삼각산이나 세종로의 가로수, 덕수궁, 남산 등

눈에 보이는 주위가 모두 노랑, 빨강, 자주 빛의 잔치네요.

지난주에는 비원에 갔다왔는데

이렇게 고색창연하고 멋진 수백년된 정원이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데 대해 감사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8월 하락이후에 주식시장은 많이 안정된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이 계속 돈을 빼고 있고

종합주가 지수도 2천 아래에서 맴돌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8월 저점에서 제법 회복되었고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이벤트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도 많이 희석된 것 같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중국 경제의 성장문제,

현대판 십자군 전쟁이라고 불리는 IS 테러문제와 유가에 있는 것 같고

시장이 연말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의 포트는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만

11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DRB동일을 늘리고 좀 비싸보이는 아트리스를 좀 줄였는데

실적발표는 아트라스는 어닝서프라이즈,

DRB동일은 괜찮은 실적이었지만 어닝 쇼크가 나와서 맥이 좀 빠졌습니다.

역시 단기적인 실적이나 시장 향방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않고

가치투자자는 꾸준히 높은 ROE를 올리는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사서 기다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자산주로 방림, 배당주로 대신증권우, 단기거래주로 원익머티리얼즈를 새로 편입하고

가격이 제법내린 한신공영을 재편입했고, DRB동일, 아트라스, 무림페이퍼, 진양산업, 한양이엔지 등을

계속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월까지만 해도 '신나는' 수익률을 올릴 줄 알았는데

여름에 증권주로 가을에는 DRB동일로 수익을 상당히 깎아 먹어

작년처럼 '착한' 수익률을 올리게 될 것 같네요.

역시 시장은 항상 겸손함을 요구하고, 수익은 자기가 노력한 만큼 주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이제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고

저도 내년이면 한국을 몇 년간 떠나있게 될 상황이라

요즘에는 특히 곁에 함께 지나면서 직, 간접적으로 뵙게되는 분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제는 아들이 교보에 가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라는 소설을 사왔더군요.

그 소설에 보면 아주 유명한 '장미'에 관한 '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가 나오지요.

 

어린왕자가 사는 작은 별에는 장미 꽃 한송이가 살고 있죠.

어린왕자는 그 장미를 소중하게 돌봐줍니다.

매일 신선한 물을 주고, 춥다고 하면 둥근 덮개로 가려주고, 하소연도 같이 들어주면서

자신이 유일한 장미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왕자가 지구에 와서 장미꽃 수천 송이가 피어있는 정원을 발견합니다.

어린왕자의 별에 있는 장미꽃은 자기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장미꽃이라고 했지만

지금 발견한 정원안에만 수천 송이의 장미가 있는 걸 보고

어린왕자는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엎드려 엉엉 울지요.

 

그때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납니다.

여우는 '길들여진다'에 대해 설명하죠.

세상에 수많은 어린아이와 여우가 있지만

서로에 대해 알고, 만나고, 식사도 하고,  필요로 하면서 관계를 맺은 존재는 별로 없지요.

 

 

어린왕자는 세상에 수많은 비슷한 장미꽃이 있지만

자신이 직접 물을 주고, 같이 친구로 지내온 소혹성의 장미꽃 한 송이는

눈 앞의 수많은 장미꽃들을 다 합친 것 보다 소중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장미꽃임을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수 많은 장미꽃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길가의 돌맹이와 같은 존재지만

소혹성에 있는 '자기의 장미 꽃'은 어린왕자가 직접 벌레도 잡아주고, 돌봐주고, 하소연도 들어주던

서로 길들여진 유일한 장미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주식투자를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이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그간 좋은 장도 있었고 어려운 장도 있었지만 같이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때로는 논쟁도 하고, 

함께 뒷풀이로 식사하고, MT도 가면서 지낸 시간과 인연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의 주식투자자 '나'란 존재를 형성하는 것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수백만의 대중이 아니라

내 근처에서 같이 투자를 하고 있는 나와 투자친구들과의 관계이기 때문이죠. 

 

  

PS. 가끔씩 댓글을 다는 분들 중에서 저를 '매우 잘하는' 투자자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거의 10년동안 꾸준히 수필같은 투자일기를 올리고는 있지만 연간 15% 내외 수익을 올리는

평범한 투자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종목에 대해 물어보셔도 별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 --;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갈대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수 천번을 흔들려야 한다는데

저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진짜 가치투자자가 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