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외화자산 내역, 안 써있어도 알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금리인상 임박 등이 맞물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가운데 외국인자본 유출과 수출 타격 등이 우려되면서 원화 가치가 연이어 하락하고 있습니다. 올 초 1104.5원(1월 2일 종가 기준)을 기록했던 원/달러환율은 점차 올라 25일 연초 대비 8.2% 오른 1195.3원에 마감했습니다.

수출입 비중이 큰 기업들에게 환율은 실적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 중 하나입니다. 환율변화는 제품 및 원재료가격에 반영돼 영업손익에 변동을 가져옵니다. 또한, 외환차익/차손, 외화환산이익/손실, 파생상품관련손익 등의 형태로 영업외손익에도 기록됩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환율은 기업을 분석할 때 체크하는 주요 확인사항인데요. 특히, 한 기업이 외화로 표시된 자산 및 부채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해당 기업이 환율변화에 따라 수혜를 받는지, 손실을 볼 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기업이 보유한 외화자산/부채 규모를 사업보고서에 자세히 기록하지 않습니다. 대신 대부분 회사는 ‘민감도분석’이라는 항목을 통해 어떤 외화의 환율 영향이 어떤지 나타내는데요. 이를 통해 역으로 외화자산/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 기업들은 민감도분석을 어떻게 작성할까?

민감도분석은 사업보고서의 II. 사업의 내용이나 재무제표의 주석사항에 주로 기재돼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로 삼륭물산의 지난 반기보고서에 기록된 민감도분석의 내용입니다.

[그림] 민감도분석 예 - 삼륭물산

(자료: 아이투자, 삼륭물산 반기보고서)

민감도분석은 외화자산에서 외화부채를 뺀 외화순자산(또는 순부채)을 구한 후 민감도분석에서 측정하고 싶은 환율증감률을 곱해 구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위에 제시된 삼륭물산의 경우, 달러화자산 25억8359만원, 달러화부채 153억1067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달러화자산에서 달러화부채를 뺀 값이 –127억2708만원으로, 여기에 10%를 곱한 값이 민감도분석의 수치가 됩니다. 따라서 삼륭물산은 원/달러환율 10% 상승시 (12억7270만원), 10% 하락시 12억7270만원의 영향을 준다고 기록해놨습니다.

[표] 삼륭물산 달러화자산 및 부채 내역(위)과 민감도분석(아래)



(자료: 아이투자, 삼륭물산 반기보고서)

이는 유로화와 엔화 등 다른 통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삼륭물산 외에도 경남스틸, 한국석유, 하이텍팜, 대창단조, S&T모티브, 피에스케이, 에스에프씨, 아바코, 케이씨텍 등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동일한 방법으로 민감도분석이 작성됩니다.

▷ 민감도분석을 활용해 보유한 외화자산/부채를 어떻게 구할까?

이번엔 직접 민감도분석을 활용해 기업이 보유한 외화자산/부채 규모를 추정해보겠습니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서흥은 외화자산 및 부채를 기록하지 않고 민감도분석만 작성합니다. 다음은 서흥의 지난 반기보고서에 기록된 민감도분석의 내용입니다.

[표] 서흥 민감도분석 내용

(자료: 아이투자, 서흥 반기보고서)

대표적으로 달러화와 유로화를 보면, 원/달러환율과 원/유로화환율이 상승할 때 모두 외화관련이익(외환차익 +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합니다. 달러화자산과 유로화자산이 각 외화로 표시된 부채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네요. 민감도분석이 환율이 10% 변동했을 때의 영향인 것을 감안하면 민감도 분석내용은 각 외화별 순자산의 1/1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즉, 서흥은 달러화순자산(달러화자산 – 달러화부채)을 223억원, 유로화순자산은 41억원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역산할 수 있습니다.

▷ 민감도분석을 통한 외화자산/부채 추정...주의사항은?

이렇게 민감도분석으로 외화자산 및 부채를 추정할 수 있으나, 가끔 기업에서 기록한 외화자산 및 부채의 차이와 민감도분석 내 영향 값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파생상품계약이 원인일 수 있는데요. 기업이 파생상품계약을 맺고 있으면 일정부분은 환위험에 노출되지 않아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 민감도분석을 작성하기 때문입니다.

파생상품계약을 제외한 순노출을 활용해 민감도분석을 작성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아바코가 있습니다. 편의상 가장 비중이 큰 달러화자산 및 부채를 사례로 설명합니다. 아바코는 달러표시의 현금및현금성자산 109억2253만원, 매출채권 172억3699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러화부채에 해당하는 매입채무는 16억4073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달러화순자산이 265억1879만원(=109억원+172억원-16억원)으로 달러화환율이 10% 상승 시 26억5187만원의 수익을 볼 것으로 민감도분석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바코는 달러화에 대해 통화선도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총 1000만달러를 1065원의 환율로 매도할 수 있는 계약으로 원화환산 시 106억5000만원에 해당됩니다. 통화선도계약을 맺은 달러는 이미 교환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노출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아바코는 달러화순자산 중 106억5000만달러를 제외한 158억6879만원의 달러화순자산만 환위험에 노출됐다고 보고 민감도분석을 작성했습니다. 이에 실제로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민감도분석은 아래와 같습니다. 원/달러 환율 10% 상승시 15억8687만원의 이익이 예상된다는 거지요.

[그림] 아바코 민감도분석 내용

(자료: 아이투자, 아바코 2014년 사업보고서)

정리하면 투자자는 기업들이 사업보고서에 제시한 민감도분석을 활용해 해당 기업이 가진 외화순자산 또는 순부채 규모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단, 통화선도계약과 같이 환위험을 피할만한 요소가 있다면 이를 염두에 두고 규모를 추정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