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인상깊은 구절
책을 읽으면서 평점 5점을 준 적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 본인보다 더 많이 언급되는 워렌 버핏에 대한 책들을 나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한다. 버핏만큼 많이 언급되는 모니시 파브라이의
단도 투자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 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이 좀 더 다가온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자서전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겸손하다는 것이다.
자서전이란 성공한 사람이 쓰는 책이다. 그동안 많은 자서전을 읽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성공은 크게 표현하고 실패는 작게 표현하며, 부족한
점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 책의 작가도 충분히 성공한 펀드매니저다. 학력이든 성과든 간에
누군가에게 부족하다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매우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본인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했던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놓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이 책에 최고점을 주었다.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9년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겸손한 투자자는 손에
꼽힐 정도였던 것 같다. 대체로 주식투자 3개월쯤 되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워렌 버핏쯤은 우습게 본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버핏에 대해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박지성처럼 월드컵에서 골을 넣거나, 김연아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주식투자에서만큼은 나도 워렌 버핏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말하지만 심각한 착각이다. 객관적으로 보아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수준은 지금부터 64년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졸업할 때의 버핏에게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은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이 글의 저자 가이 스파이어는 옥스퍼드 경제학과 수석졸업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왔는데도 난 버핏에게는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내가 생각하는 바와 100% 일치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느낀 바를 하나로 정리하면 아래의 한 줄이다.
"버핏에게, 멍거에게, 모니시 파브라이에게, 또 다른 누구라도 배울 것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진지하게 복제하고 배우고 흡수하라."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축복이 하나 있다면 내 주변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만 모여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여 이 책의 저자만큼
치열하게 복제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한 적은 없다. 그리고 내 생각을
통째로 뒤집어엎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기에는 조금은 고집이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저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하는 이유는 "나는 언제나 틀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 옳다고 판단하면 사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점검목록(The checklist)"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물론 나도 오래 전부터 체크리스트를
만들었고 업데이트도 꾸준히 해 왔지만, 모니시 파브라이와 가이 스파이어만큼
철저하고 치밀하게 몰두한 것은 아니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 리스트의 극히 일부만이 소개되어 있지만,
향후에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 투자모임이나 어떤 집단에서라도
이 책에서 소개한 방법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 보인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올렸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소개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굳이 내 눈에 박힌
한 문단을 고른다면, 아래의 문단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워렌 버핏이나 모니시 파브라이가 되려고 하지 말고,
그들로부터 배우려고 해야 한다. 나는 두 사람을 인생이라는
게임의 명인으로 보게 되었다. 지극히 중요한 버핏의 말을
되풀이하겠다. "더 나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우리는 개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page 261. 12장 버핏-파브라이 방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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