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길리건의 '서산’

길리건 "기업가치의 추세로 매수 시점을 파악해라"

제임스 길리건은 기업가치의 추세를 파악하는 투자 대가다. 길리건은 밴 캠펜 인베스트먼츠의 주식 운용팀과 60억달러에 이르는 펀드 자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길리건은 회사를 매 분기 지켜보며 수익을 검사한 후 기업가치의 추세가 바뀌는 굴절 시점에 주식을 매입한다. 지난 분기에 회사의 매출이 10% 줄었는데 이번 분기에 매출이 2% 감소했다면 길리건에게는 그 회사를 매수할 기회다.

길리건은 시장이 과거에 보아왔던 것들로만 주식의 가격을 매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언가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추세를 찾을 수만 있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그는 기업의 수익과 마진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한다.

제임스 길리건의 선택 '서산'

제임스 길리건은 종목 선정 시 마진율과 재무 건전성에 중점을 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며,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이 양수(+)인 종목을 선호한다.

서산은 길리건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상장사 중 회사다. 올해 1분기 연환산 실적(최근 4개 분기 실적 합산) 기준 ROE는 13%로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은 9%로 100% 미만이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은 약 3억6700만원으로 양수(+)를 기록했다. ROE는 연결 지배지분 기준 순이익과 자본총계로 계산했다.

▷ 콘크리트제품 제조 기업

서산은 각종 콘크리트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1974년 서산 콘크리트 주식회사로 설립돼 1998년 지금의 상호인 서산으로 변경했다. 구체적 품목으로는 레미콘, 흄관, 파일, 전주 등이 있다. 계열회사로는 콘크리트제품 제조회사인 성암(45%, 이하 지분율), 성암아스콘(35%)이 있다.

서산이 생산하는 제품은 1차 제품인 레미콘과 2차 제품인 흄관, 파일, 전주 등으로 나뉜다. 레미콘은 배쳐플랜트(B/P)와 골재 야적장, 믹서트럭만 있으면 영업을 시작할 수 있고,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사업을 거두거나 타사에 매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신규진입과 퇴출이 빈번히 일어난다. 또한, 전업 대형 레미콘 기업은 적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지역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레미콘은 제품의 응결이 빨라 출하지에서 사용지역까지 9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수출입이 불가능한 내수산업이고, 사용지역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지역형 산업의 특징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주문에 의해 생산 및 공급이 진행돼 타 제조업에 비해 가동률은 낮은 편이다.

2차 제품 중 콘크리트파일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시장성이 높아 대기업 중심의 과점적 시장구조가 형성돼있다. 반면 전주와 흄관은 시장규모의 변동폭이 낮아 중소기업 중심의 완전경쟁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차 제품 역시 제품당 중량이 무거워 운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내수에 의존하고, 지역별로 시장이 분할돼 있다. 또한, 2차 제품은 규격과 종류가 다양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다.

레미콘과 각종 콘크리트제품은 건설공사의 필수 자재이기 때문에 건설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주택개발 침체 등 건설업이 불황에 들어가면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매출지역을 확대할 경우, 매출액과 물류비가 동시에 증가하는 만큼, 확장에 따른 손익 계산도 잘 점검할 필요가 있는 사업이다.

[그림] 서산 흄관제품(위), 전주제품


(자료: 아이투자, 서산)

서산은 연환산 기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11년 4분기부터 10% 이상을 유지했다. 부채비율은 지난 10년간 100% 이하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길리건이 주로 참고한 기준을 몇 년간 거의 충족했던 셈이다.

한편 서산의 주가순자산배수(PBR)는 2012년까지 0.4배 이하에 형성됐다. ROE가 10% 이상으로 높아졌음에도, PBR은 1년 가까이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던 셈이다. 이후 주가가 빠르게 올라 PBR이 2014년 0.6배까지 높아졌고, 2015년엔 1배에 근접해 최근 10년 래 최고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ROE가 높아졌음에도, PBR이 낮은 수준에 머물던 1년 남짓한 기간이 서산에 관심을 갖기 좋은 시기가 됐다.



1분기 실적을 반영한 서산의 주가수익배수(PER)는 7.5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94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