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기

재미있는 인터뷰가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대신자산운용의 김명식 펀드매니저가 조선비즈와 한 인터뷰인데 그 중 일부를 재구성했습니다.

미국 생활용품 제조업체 P&G는 과거 치약을 만들어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성공을 안겨준 치약은 어느 샌가부터 성장이 둔화됐고 P&G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당시 P&G는 치약의 가격을 높이거나, 사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올리는 건 어려웠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P&G가 내린 결정은 치약 구멍 크기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구멍을 늘림으로써 1회 사용량이 늘어나 치약 교체 주기가 빨라졌고 다시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명식 매니저는 이런 시선으로 아모레퍼시픽을 바라봤다고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 3월 자사 브랜드인 아이오페를 통해 ‘에어쿠션’를 선보였습니다. 에어쿠션은 도장 찍듯 톡톡 두드려 바르면 원래 내 피부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피부가 연출되는 쿠션형 파운데이션을 뜻합니다. 특히 여름에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에 이르는 소위 ‘3단 레어어링’을 내려놓고 싶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거의 모든 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에어쿠션은 현재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도 따라 만들 정도입니다.

김 매니저는 에어쿠션이 용기에 넣어서 쓰던 기존 제품에 비해 빨리 닳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 까닭을 자신의 아내 신용카드 내역에서 발견했습니다. 아내의 신용카드 내역을 보니 넉 달에 한 번씩은 새로 사는 것 같다며 이런 제품이 회사입장에선 이전보다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 개발을 역사적인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매니저는 2주에 한 번씩은 면세점에 나가서 시장조사를 하고, 틈나는 대로 레몬 테라스나 디젤 매니아 등 패션·인테리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김 매니저의 종목 발굴법은 가족들과 백화점에서 쇼핑하며 종목을 찾은 피터 린치를 연상시킵니다.

이러한 뉴스를 볼 때 마다 생활 속에서 종목을 찾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자극을 받습니다. 일상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타성에 젖어 주위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출퇴근길에 걷는 속도를 늦춰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려고 합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을, 길 위에 있는 상점들을 천천히 보며 걷기 위해서입니다. 평소 보지 못하고 스쳐지나간 것들을 발견하는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