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마틴 휘트먼의 제룡산업

휘트먼 "순운전자본 대비 저평가 된 소형주를 사라"

마틴 휘트먼은 월가에서 벌처투자자로 유명하다. 벌처(vulture) 투자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벌처에서 알 수 있듯, 부실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고가에 매각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휘트먼은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대량 매집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했다.

또한, 휘트먼은 성장하는 소형주를 선호했다. 종목 선정시 시가총액 규모, 부채비율, 주당영업현금흐름비율(PCR), 시가총액 대비 순운전자본 규모 등을 고려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투자대상은 저렴하면서도 재무상태가 좋고 경영진이 주주의 관점에서 일하며 이해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휘트먼의 '제룡산업'

제룡산업은 휘트먼의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 중 하나다.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74억원으로 1000억원 미만인 소형주에 속하고,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37%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100% 미만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은 150억원으로 시총의 40%에 해당해 휘트먼의 저평가 기준(순운전자본이 시총의 40% 이상)을 통과했다.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아 순운전자본은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제룡산업은 지난 2011년 11월 1일 제룡전기로부터 인적분할해 설립된 전기 송·변전 부품 전문업체다. 주요 제품은 통신주와 지중케이블보호판이다. 또한, 지난 2013년부터 호남선, 수도권의 고속철도 전력부품도 수주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한국전력으로 관련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매출의 나머지 60%는 대리점에서 발생한다. 

최근 제룡산업의 실적을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71억5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고, 영업이익은 80% 급감한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감소가 이익 급감으로 이어졌다.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50억원 미만으로 작아 매출 감소 시 영업이익 감소율이 크게 나타난다. 

다만 올해는 고객사의 투자 증가로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한국전력은 한전부지 매각과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2조원 증가한 5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안전·재난 대비, 설비 고장 예방을 위한 예산을 지난해 대비 6000억원 늘린 2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송배전 설비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 이 회사의 현재 PER은 12.5배다. PBR과 ROE는 각각 1.11배와 8.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