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레터]'대추 한 알'과 주식 투자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시인 장석주의 '대추 한 알'입니다. 모든 결실이 있기까지는 인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시인 듯합니다.

시인은 인생에 대한 통찰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주식투자도 이 시와 상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런 버핏의 삶과 닮은 점이 말입니다.

버핏이 세계 최고 투자자이자 최고 부자 중 하나가 된 것은 모진 세월을 인내하고 시간을 벗 삼아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결과입니다. 일례로 20세기 말 IT 버블이 한 창이던 시절, 그는 '이제 한물갔다'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태풍에도 끄덕하지 않고, 긴 시간을 인내했고 결국 자신이 옳음을 증명해 냈습니다.

국내에선 이채원 부사장을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부사장은 IT버블기 성과가 좋지 않자 한 고객으로부터 '창문으로 뛰어내리라'는 험한 말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칙과 철학을 지키며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결과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투자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이제 곧 수확을 상징하는 명절인 추석입니다. 올해도 차례상엔 '대추'가 올려져 있겠지요? 이번 추석엔 지난 봄과 여름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고 결실을 맺은 대추를 보면서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꾸준히 지켜가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