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마틴 휘트먼의 '엘오티베큠'

휘트먼의 선택 '엘오티베큠'

마틴 휘트먼은 월가에서 벌처투자자로 유명하다. 벌처(vulture) 투자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벌처에서 알 수 있듯, 부실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고가에 매각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휘트먼은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대량 매집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했다.

또한, 휘트먼은 성장하는 소형주를 선호했다. 종목 선정시 시가총액 규모, 부채비율, 주당영업현금흐름비율(PCR), 시가총액 대비 순운전자본 규모 등을 고려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투자대상은 저렴하면서도 재무상태가 좋고 경영진이 주주의 관점에서 일하며 이해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엘오티베큠은 휘트먼의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 중 하나다. 2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565억원으로 1000억원 미만인 소형주에 속하고,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7%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100% 미만이다. 또한,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246억원으로 시총의 43.5%에 해당해 휘트먼의 저평가 기준(순운전자본 > 시총의 40%)을 통과했다.

회사의 최대주주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어 경영진이 주주의 관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엘오티베큠의 최대주주는 오흥식 대표로 지분 27.86%를 보유하고 있다.

▷ 건식진공펌프 제조사, 최근 실적 개선세

엘오티베큠은 지난 2002년 설립돼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회사다. 반도체 공정용 진공펌프 판매와 수리가 주력사업으로 지난 2002년 독일 올리콘 라이볼트 베큠(Oerlikon Leybold Vacuum)사의 건식진공펌프 사업부(미국 피츠버그 소재)를 인수하며 기술력을 확보했다. 최대주주 오흥식 대표는 과거 라이볼트베큠코리아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특수가스가 사용되는데 불순물을 없애기 위해 가스 주입 전 기기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장비가 진공펌프다. 주로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되지만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 특수가스가 사용되는 공정에도 활용된다. 제품 특성상 납품 이후 유지보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엘오티베큠은 지난해 연결 매출의 63%를 제품 및 상품 판매로 37%를 수선보수에서 올렸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소자업체들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엘오티베큠의 제품 판매량도 늘었다. 지난 1분기 연결 매출액은 26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늘었다. 품목별로는 건식진공펌프가 87억원에서 184억원으로 111% 증가했고, 터보펌프 매출도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100% 늘었다. 수선보수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이에 따라 제품 판매액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73%로 확대됐다. 수선보수 매출 비중은 27%로 낮아졌다.

매출액이 증가한 가운데 고정비 성격이 강한 판관비는 유지되면서 영업이익은 대폭 개선됐다. 1분기 영업이익은 22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9% 늘었다. 판관비율은 지난해 1분기 25.4%에서 올해 18.2%로 낮아졌고, 영업이익률은 2.8%에서 8.5%로 올랐다.

증권가는 올해 연간으로도 엘오티베큠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최근 보고서를 낸 아이엠투자증권(6월 11일자)은 엘오티베큠의 올해 매출액을 900억원으로 예상한다. 전년 대비 7%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72억원, 순이익은 61억원으로 각각 100%, 91% 늘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 순이익을 반영하면 엘오티베큠의 주가수익배수(PER)는 9.3배로 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