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선택] 데이비드 드레먼의 '가온전선'

데이비드 드레먼은 드레먼 밸류 매니지먼트의 대표로, 역발상 투자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역발상 투자와 관련된 많은 저서를 출간했는데 국내에도 '역발상 투자의 원칙'이란 드레먼의 저서가 출간돼 있다.

그는 자신의 요트에 '역발상'이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로 역발상 투자를 즐겨했다. 그는 사람들이 완전하지 않으며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고 생각해 역발상 투자 기회가 많다고 판단했다. 드레먼은 애널리스트가 20분기(5년) 연속으로 기업 수익을 5% 이내로 예측할 확률은 140억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드레먼은 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들은 실적 예측이 어긋나도 약간의 손해를 입지만 고평가된 성장주를 소유하면 실적 예측이 어긋날 때 훨씬 큰 손해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드레먼의 선택 '가온전선'

드레먼은 주가수익배수(PER) 혹은 주가순자산배수(PBR)가 시장평균보다 낮은 기업을 선호했다. 또한 시가배당률이 2.5% 이상인 기업을 좋아했다. 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5%를 넘는 기업은 제외했는데, 이는 지나치게 높은 ROE가 장기간 유지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온전선은 드레먼의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 중 하나다. 최근 4분기 합산 순이익(1분기 연환산) 기준 주가수익배수(PER)는 14.2배,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42배로 아이투자(www.itooza.com)가 산정한 시장평균치(PER 17.1배, PBR 1.14배)보다 낮다. 또한 지난해 기준 시가배당률은 5.2%로 2.5%를 웃돌고, ROE는 2.9%로 25% 미만이다.

▷ 꾸준한 배당, 시총 > 순운전자본

가온전선은 LS계열의 전선 제조사다. 지난 1947년 설립돼 1987년 상장됐고, 절연선 및 케이블 제조사 모보(지분율 90.37%), 관이음쇠 제조회사 위더스(79.36%)를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LS그룹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의 회장으로 있는 구자홍 씨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37.62%(3월말 기준)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전력선과 통신선으로 지난 1분기 연결 매출액의 90%, 10%를 각각 차지한다. 전력선은 한국전력, 삼성엔지니어링 등에 주로 공급하고 있으며, 통신선은 KT, LG유플러스 등이 주요 고객이다. 자회사 위더스의 관이음쇠 매출액은 전체의 1% 미만으로 미미하다.

국내 전선산업은 지난 80년대 말까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90년대 들어서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전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현재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일진전기 등이 주요 업체로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가온전선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1.6%로 3위권에 해당한다.

최근 건설업황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한 탓에 전선업계의 실적도 부진했지만 지난해엔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고, 올해 들어선 매출이 회복세다. 가온전선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8974억원으로 2012년 대비 11%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30% 증가했고, 연결 지배지분 순이익은 87억원으로 92% 늘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24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가온전선의 배당금도 크게 인상됐다. 2012년 주당 600원이었던 배당금은 지난해 1000원으로 올랐다. 과거 10년간 매년 배당을 줬고, 적자를 보인 지난 2011년에도 배당금을 지급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이 특별히 나빠지지 않는 한 지난해 수준의 배당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전일 종가인 2만6700원 기준 예상 시가배당률은 3.7%다.

가온전선은 시가총액이 순운전자본보다 낮은 회사다. 순운전자본이란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차감한 값이다.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그레이엄은 순운전자본을 기업가치로 보고 이를 투자에 활용했다. 가온전선의 전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1107억원이다. 1분기 말 기준 가온전선의 순운전자본은 1198억원보다 9%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