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분석] 삼정펄프, 원가절감 능력 '주목'

삼정펄프는 1974년 설립된 위생용지 제조업체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화장지 원지 65%, 두루마리 화장지 18%, 미용용 티슈 7%, 기타 상품 10%다.

주력 제품인 화장지 원지는 화장지, 티슈, 키친타올 생산에 쓰이는 원재료다. 삼정펄프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국내 화장지원지 업체 중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삼정펄프는 화장지 원지에서 완제품으로 사업 영업을 확대했다. 현재 '리빙, 그루' 브랜드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리빙 브랜드로 티슈를 판매한다.  



삼정펄프의 화장지 원지는 동방제지 등 중소 가공업체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후 빌딩관리업체와 대리점 등에 납품된다. 유한킴벌리 등 대형 사업자는 원지에서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화장지 원지를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는다.

삼정펄프의 매출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은 차지하는 것은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폐지)다. 지난 2010년 이후 원재료 비용은 매출원가에서 52~67%를 차지했다. 

지난해 원재료 매입비중은 수입고지 40%, 국내 고지 35%, 펄프 25%다. 국산 고지의 질이 아직 낮은 편이라 고지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적이다. 펄프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원재료 가격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 삼정펄프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원재료 매입가 변동의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은 금융위기 시기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고지 수입가가 급등하자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2008년 1.7%로 급락했다. 하지만 이듬해 원재료 가격과 환율이 반대로 움직여 고지 수입가가 낮아지자 영업이익률은 11.4%로 급등했다. 1년 사이에 영업이익률이 10%p 움직인 것이다.

▷ 최근 4년간 영업이익률 7.4~10.6%
...생산량 증가와 판매가 인상 '덕'

삼정펄프의 영업이익률은 금융위기 이전 4년간(2004~2008) 2.7~8.9% 사이를 오갔지만, 최근 4년간 7.4~10.6%로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연환산(최근 4분기 합산) 영업이익률도 9.3%로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인 8.9%보다 0.4%p 높다. 원재료와 환율이 급변동한 2008년과 2009년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근 수익성이 과거 대비 높아진 것은 생산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와 꾸준한 판매가 인상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 회사의 원지 생산량은 2004년 약 6만7000톤에서 지난해 9만2200여톤으로 9년간 약 38% 확대됐다. 연평균 증가률은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4%이고, 지난해를 제외하면 생산량이 매해 전년 대비 증가했다. 경기에 상관없이 수요가 꾸준한 화장지 시장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판매가는 2007년부터 고지 가격 변동과 달리 오름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판매가는 톤당 130만6367원으로 2007년(89만9245원) 대비 45% 오른 상태다. 반면 지난해 고지 수입가는 톤당 41만3000원으로 2007년에 비해 불과 5% 높다. 

꾸준한 판매가 인상은 화장지 원지 시장이 그동안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던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장지 원지 시장은 유한킴벌리와 삼정펄프, 깨끗한나라, 모리리자 등 상위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반면 수요처인 원지 가공업체는 진입장벽이 낮아 100여개가 난립한 상태다.



▷ 업계 내 최고 수익성
...비결은 원가절감 경쟁력

삼정펄프의 수익성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환율과 원재료 급등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2008년 1.7%를 기록하며 -2.4~2%를 기록한 경쟁사와 비교해 선방했다. 이듬해인 2009년엔 11.4%를 기록하며 2.7~8.3%에 머문 경쟁사보다 최소 3%p 이상 높았고, 지난해엔 9.2%로 경쟁사를 0.6~6%p 웃돌았다.



삼정펄프가 이처럼 수익성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원가절감 경쟁력에 힘입은 결과로 보인다.

창업주인 고 전재준 회장은 '근검절약'을 제일로 삼는 '개성상인' 출신이다.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천정의 형광등 두 개 중 하나는 빼고, 사무실 소파를 40여년간 사용했으며, 화장실 불은 사용시간 외엔 항상 꺼두는 등 철저한 절약 문화를 삼정펄프 DNA에 각인시켰다.

이같은 절약 문화는 경쟁사와의 판관비율 비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삼정펄프의 판관비율은 지난 2003년 이후 10여년간 4~7%에 머물렀다. 반면 경쟁사인 모나리자는 판관비율이 15~22%, 깨끗한나라는 12%~18%를 기록했다.

최근 비용 절감의 대표적인 예는 운반비다. 삼정펄프는 안양 부지를 활용해 배송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분기까지 분기마다 10~13억원이 발생했던 운반비는 지난해 3분기부터 1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최근 3년간은 원가 절감을 위해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삼정펄프는 2010년과 2013년 천안공장과 평택공장 노후 설비를 교체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2012년 10월과 2013년 10월엔 각각 평택공장과 함안공장에 에너지절감 소각로 시설을 완공했다.  

에너지절감 소각로는 향후 연간 19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추정된다. 소각로 건설에 약 90억원이 들어, 매년 11억원 가량의 감가상각비가 8년에 걸쳐 반영된다. 하지만 업계에서 추산하는 연료비 절감 금액이 30억원에 달해 결론적으로 19억원의 비용을 매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지 공정에는 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삼정펄프는 소각로 건설 전에 벙커C유를 구매해 생산 공정을 진행했다. 

▷ 설비투자 마감으로 현금자산 증가세 복귀 전망
...현재 순현금 626억원, 시총의 56%

지난해 설비투자가 종료됨에 따라 앞으로 삼정펄프의 순현금(현금 +단기금융자산 + 장기매도가능증권 - 총 차입금)은 증가세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순현금이 626억으로 현재(7월 15일) 시가총액(1118억원)의 56%에 달하는 터라 시총 대비 자산가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의 순현금은 지난 2004년 147억원에서 매년 증가 추세를 나타내며 2012년 693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8년 만에 3.7배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 1분기 말 현재 626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최근 설비투자로 잉여현금흐름 비율(잉여현금흐름/매출액)이 올해 1분기 연환산 기준으로 -7.1%까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정펄프는 지난해 설비투자를 종료했다. 또한, 당분간 대규모 자본지출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지 산업이 경기에 상관없이 수요가 꾸준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해 현금자산도 증가세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가 2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 경쟁 심화 우려 '유의'

지난해부터 경쟁 심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투자자가 유의할 부분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화장지 원지 생산량은 9만2000여톤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지난 10년래 첫 역성장이다. 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2년 2.4~2.7만톤을 유지하던 원지 생산량은 지난해 2.2~2.4만톤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거의 40일 이내에 머물던 재조자산회전일수는 올해 1분기 연환산 기준으로 59일로 느려졌다.



이는 화장지 원지 업체들의 증설로 공급과잉이 발생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삼정펄프를 포함해 경쟁사인 쌍용씨앤비, 모나리자, 미래생활은 최근 3년래(2010~2013) 유형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래생활은 유형자산이 지난 3년간 101% 늘어 지난해 말 467억원을, 삼정펄프는 79% 늘어 지난해 75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판매가에서도 경쟁 심화 영향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삼정펄프의 화장지 원지 판매가는 톤당 126만883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 펄프와 고지 매입가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인상됐지만, 판매가는 오히려 내렸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입가와 무관하게 판매가가 꾸준히 인상됐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올해 1분기 원지 생산 실적은 약 2만5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 회복세를 보였다. 게다가 고지 가격과 환율도 하락세를 나타내 원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분기처럼 판매량 감소와 판매가 하락이 동시에 이뤄지면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따라서 향후 판매량 추이와 판매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삼정펄프가 사용하는 고지는 종이컵, A4용지 등으로 만든 폐지로 위 그림 속의 OCC(폐골판지)가 아니다. 다만 고지는 일반적으로 가격 변동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OCC를 통해 가격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