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따라잡기] '핑페' 1년, 가치를 믿어라

지난해 이맘때 투자 웹진 핑크 페이퍼를 창간했을 때 제 마음속은 복잡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콘텐츠 생산은 어떻게 해내야 하는가? 돈을 받고 무언가를 제공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신념과 배치되지 않는가? 나를 믿고 따라온 분들은 이런 방식의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런데 이런 생각의 복잡함은 일단 일에 파묻히고 나니 저절로 사라졌고, 당장의 눈 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느라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새 훌쩍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로운 질문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가장 큰 소득은 가치투자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투자법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가장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주식은 기업 가치의 반영'이라는 단순한 원리에 근거해 깜짝 놀랄만한 수익을 내는 성공한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시장의 한 켠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20명이 자신들이 오랜 시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투자법과 노하우를 흔쾌히 공개했습니다. 이 분들의 투자법은 기관의 펀드 매니저의 주식 운용법과는 차이가 많았습니다.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었고, DCF(현금흐름할인)같은 난해한 방법을 사용하는 분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들 20명의 성공 스토리와 투자법을 모아 '새로 쓰는 대한민국 고수분석'의 원고가 핑크 페이퍼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대한민국 고수분석>의 2편격이 될 이 책이 한국 주식 시장의 개인 투자자 분들에게 어떻게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정보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자신들의 투자법이 주식시장에 널리 알려지는 것이 어쩌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도 이 분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어느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직장 생활 3년차에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서점의 주식 투자 코너에 들러 주식책을 구입했고 그대로 따라 했는데 큰 손실이 나더군요. 알고보니 그 책은 기술적 분석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기술적 분석과 가치투자의 개념도 몰랐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가치투자라는 투자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가치투자를 하고 나서야 수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의 성공한 개인 투자자의 대부분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겁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하는데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보람이 될 겁니다."

'새로 쓰는 대한민국 고수분석'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가치투자는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법이지만 직장인, 자영업자, 대학생 등의 개인 투자자가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시간의 부족, 기업 정보의 부족, 성공 투자에 필요한 기본 지식의 부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투자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기업 정보 교류의 장이 필요하고, 기관의 펀드 매니저의 주식 운용법과는 다른 개인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법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필요에 부응하는 것들이 하나씩 만들어질 때마다 호응해주신 분들을 접하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가치투자는 미국 주식 시장에서만 통하는 방법이라는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더디기는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지난 1년 동안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걷는 핑크 페이퍼를 믿고 성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