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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에도 매매가 없었습니다.
사실 2월말에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사고 싶었던 기업들이 꽤 있었고,
지금도 사고 싶은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아주 약간의 가격차이가 나는 바람에
결국 한 종목도 못 건졌네요. 아쉬운 일입니다.
신규매수 측면에서는 건진게 없었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가치투자자에게는 아주 훌륭했던 장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이 적지않게 수익을 냈을 것이라 짐작하는데, 1) 중소형주들의 주가 상승이 좋았고
2) IT뿐만 아니라 제약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주가 상승이 있었다는 점에서 가치투자자에게는
아주 훌륭했던 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3월달은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달이라 할 일이 많습니다. 신규기업 발굴이며 기존기업에 대한
재평가며 하느라 밤에 시간이 나면 이기업 저기업 돌아다니면서 감사보고서를 읽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데, 최근 재무상태가 안좋다는 모 그룹(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_- 재무상태가 안 좋다는 말은 몇 년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당장 3개월이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회사(그룹)의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점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만약 앞으로 석 달 내에 코스피에 큰 사건이 터진다면, 북한 아니면 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래서 요즘 좀 적극적인 투자를 해보고자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놨는데, 전부 중지 후 대기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위축되서 투자를 그만두거나 포트폴리오를 축소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당분간은 투자를 할 때 웬만하면 금융주나 경기민감주에는 투자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번 달에 말씀드리기를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없으면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써보겠다고
했는데, 이번달에는 '기업에 대한 신뢰'의 문제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저는 (가치)투자자에게 있어서 신뢰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나는 내가 투자한 기업을 신뢰한다.
2)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산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가지는 상당히 다릅니다.
1)은 내가 투자한 기업을 믿는다, 즉 수동적이고 일방적으로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절대적인 '신뢰'로 연결되어 있는게 좋다 생각되는 관계는 부모자식간 관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믿음은 생각보다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또한 신뢰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이지, 기업을 믿어주는 게 투자자의 의무는 아닙니다.
다르게 말하면 기업이 스스로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자는 그것을 보고 평가할 뿐이지
기업이 우리를 믿으라고 말하거나 투자자가 기업을 일방적으로 믿으면서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자는 기업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레코드를 쌓은 기업에 대해 응당한 평가를 내리기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영업전망을 내놓을 때는 정확하게 하고,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증가시키고,
오랫동안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무분별한 M&A를 삼가는 것 등이 신뢰를 쌓는 행동일 것입니다.
단순하게는 시장에 오래 머물면서 꾸준히 순이익(현금흐름이 동반된)을 내온 것도 신뢰할 만한 근거입니다.
이와 같이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을 쌓은 기업에 대해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타당합니다.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는 위와 같은 기록에서 나타나는 것이지, 나는 '기업을 믿기 때문에,
혹은 경영진을 믿기 때문에' 투자한다 하는 것은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기확신일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짧게 줄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지, '투자한 기업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워렌 버핏의 경우 투자한 기업의 CEO를 믿고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것은 워렌 버핏이
투자할 기업의 CEO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의 CEO들]과 같은 책들을 보면 그런 내용들이 잘 나타나 있는데, 버핏의 CEO들은
대체로 1) 돈보다는 일을 좋아하고, 2) 회사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이 있고, 3) 해당 분야에 전문가들이며
4) 허영이 심하지 않고, 5) 워커홀릭적인 면모들 갖고 있습니다. 이런 CEO라면 꼭 버핏이 아니더라도
믿고 맡길만할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보면 워렌 버핏은 사람을 믿고 투자한다지만, 정확히 말하면 회사와 CEO가
그동안 쌓아온 역사와 신용을 믿고 투자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워렌 버핏이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에 요구하는 두 가지 자료,
1) 회사의 업력에 대한 간단한 설명,
2) 최근의 2~3년치 재무제표
는 위의 두 가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기업에 대한 신뢰(Trust)는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관계나 정성적인 관계가
아닌, 평판(Reputation)에 근거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는 회사 그리고 CEO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훑어보면서 회사를 신뢰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냉정합니다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수천개의 잠재적인 투자안 중에서 한 개의 회사를
고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신뢰할 수 없다면 투자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신뢰라는 것은 단순히 CEO나 IR담당자의 친절성, 혹은 IR을 위한 노력 등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과 회사의 역사에 입각해서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거의 한 달 동안 모은 이야기를 풀어놓자니 글이 아주아주 길어졌는데,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신뢰를 쌓는 조건, 그리고 신뢰를 잃는 조건에 대해
적어두었습니다. 특히 이제 처음 투자를 시작하시는 분들이라면
참조하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1. 기업을 신뢰할 조건
1) 꾸준한 배당, 혹은 일관성 있는 배당정책
2) 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의 장기적인 일치
3) 경영진의 회사에서의 재직기간
4) 신사업 추진의 일관성
5) 경영진이나 회사의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6) 회사의 주력사업에서 회사가 사업을 영위한 업력
7) 회사의 연초 영업전망과 실제 실적과의 일치 정도
2. 기업을 불신할 조건
1) 무분별한 M&A (문어발식 확장 및 가치보다 월등히 비싼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M&A)
2) 기업의 적정가치보다 현저하게 싼 가격에서의 유상증자(CB, BW의 발행 포함)
3) 스톡옵션의 남발
4) 경영진의 주가조작
5) 회계법인의 잦은 교체
6) 일관성이 없는 신사업 추진이나 발표
3. 신뢰와는 관련이 없는 조건
1) 일반적인 회사채 발행
2) (경영진이 아닌) 직원의 횡령이나 범죄
3) 회사의 IR에 대한 노력(IR담당자의 친절성, 상세한 기업IR자료의 제공, 탐방에 대한 태도 등)
4) 낮은 시가배당률
5) 무상증자, 액면분할
6) 경영권과 관계가 없는 친족이나 임원의 자사주 매도
그럼 다음 달에도 좋은 수익률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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