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최근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페이스북의 공모가격 부풀리기 행태를 둘러싸고 또다시 금융권의 탐욕과 부도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미국에서 출간된 후 수십년 동안 투자자를 위한 뛰어난 교본이자, 금융시장에 대한 탁월한 풍자서로 꼽힙니다. 고객의 요트는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요트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맞서 투자자 스스로 무장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자신의 요트, 자신의 소중한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이 책을 투자 세계의 작동원리를 엿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다음 글은 투자업계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제이슨 츠바이크의 이 책에 대한 추천사 전문입니다. 편집자]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프레드 쉐드 지음/김상우 옮김/제이슨 츠바이크 추천


제이슨 츠바이크의 추천사--------------

2000년 1월 어느 늦은 저녁이었다. 나는 맨해튼 6번가에 있는 사무실을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에 걸렸고, 기사와 나는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멋진 넥타이와 고급스러운 비즈니스 정장을 차려 입은 네 명의 젊은이가 거리로 급하게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내가 탄 택시의 창문을 두드렸다. 기사가 창문을 조금 내리자 그 젊은이는“49번가 센트럴파크(센트럴파크는 고작 네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거리를 가로질러 가면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로 갈래요?”하고 물었다. 기사는 뒷좌석의 나를 가리키며“이미 손님이 타고 있어요”하고 답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그 손님에 게 내리라고 해요. 대신 택시비로 100달러를 주겠소”라고 말하며, 차창 사이로 100달러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기사는 돈을 뿌리치고“그럴 순 없소”라고 답했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었고, 우리는 훈족의 아틸라 대왕(고대 유럽을 침공한 훈족의 왕으로 칭기즈 칸보다 800년 앞서 유럽을 침공했다. - 편집자 주) 천막에서 도망친 두 명의 소녀처럼 휑하니 그곳을 빠져나왔다.

사뭇 희한했던 이 사건은 수일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사건으로 강세장, 돈, 맨해튼에서 벌어지는 일 등과 관련된 그 무엇인가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프레드 쉐드 주니어의 책 제목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책을 찾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다.

1929년, 평일 아침마다 교외에서 펜실베이니아 역까지 운행하는 화려한 특별객차가 한 대 있었다. 이 객차 입구에는 5센트(현재 가치로 약 60센트에 해당함)짜리 동전이 가득 담긴 은 접시가 놓여 있었다. 시내로 이어지는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지하철 요금 5센트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동전을 가지고 갈 수 있었다. 그 동전은 무료로 제공되었으며, 돈으로 간주되지도 않았다. 이 5센트짜리 동전은 식당에서 거저 주는 이쑤시개처럼 작은 서비스의 하나였다. 겨우 5센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1929년 10월 주가 대폭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들이 있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설명은 1929년 10월 우연히 그 공짜로 제공되는 5센트가 담긴 은 접시를 보게 된 하느님이 갑자기 짜증이 나서 그 은 접시를 영원히 없애버리기 위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맹렬한 강세장이 진행되어 주가가 치솟으면 돈은 하찮아진다”란 말이 떠올랐다. 그 네 명의 젊은이들은 힘들여 네 블록을 걸어가느니 낯선 승객을 몰아내기 위해 100달러를 지불하는 쪽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쉐드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그 젊은이들에 대한 나의 분노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끔찍한 불안으로 바뀌었다. 머지않아 하느님은 그들로부터 그 100달러를 다시 낚아챌 것이 분명했다.

결국, 내가, 아니 쉐드가 옳았다. 하이재킹 사건이 있은 후 6주도 지나지 않아 나스닥시장은 붕괴되기 시작했고, 그 후 2년 6개월 동안 75%나 하락했다. 쓰다 버린 화장지 같았던 100달러짜리 지폐의 운명도 달라졌다.)

5센트 동전이 담긴 은 접시에 대한 쉐드의 일화가 가진 예언적 힘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깨닫겠지만, 프레드 쉐드는 마크 트웨인과 H. L. 멩켄에서 톰 레러, 조지 칼린, 크리스 록에 이르는 미국의 모든 위대한 유머작가들이 가진 기본적인 특성(아이디어에 대한 열정, 날카로운 정의감 그리고 정도에서 벗어난 세상에 대한 분노)을 갖고 있다. 쉐드는 매우 신사적이어서 분노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경고는 수십 년에 걸쳐 메아리 쳐왔다.

현재 월스트리트의 인물과 그들의 면면 그리고 업무절차는 쉐드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게임 양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개인 투자자는 아직도 먹이사슬의 최하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포식자들이 들끓는 잔인한 바다를 부유하는 한 마리의 플랑크톤에 불과하다. 사실 월스트리트는 거의 변한 게 없기 때문에 월스트리트에 대한 쉐드의 풍자는 오래전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는 일종의 예언과도 같다.

첫째,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자신들의 매매 규정을 위반한 2003년의 뮤추얼펀드 사건은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쉐드의 날카로운 묘사에서 이미 예언된 바 있다. 쉐드는“하루 일을 마칠 때면 펀드매니저들은 모든 돈을 가져다 허공에 던져버리는데, 그 중 천장에 붙은 돈만 고객의 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쉐드의 말은 자신의 펀드매니저들을 지금까지처럼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철저하게 감시하라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기업의 재무제표를 그대로 믿고, (예를 들어 엔론이나 월드콤같은) 기업의 회계 원칙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 “회계는 기법이 아니라 마음 상태다”라는 쉐드의 말을 기억했다면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쉐드의 말은 “회의론자가 아니면 투자자가 아니다”란 말과 같다.

셋째, 주식의 가격에만 신경 쓰고 해당 기업의 가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도 투자자가 아니다. 1990년대 말, 많은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 리서치를 거의 하지 않았다. 주가가 상승하는 한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이든 종목기호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는 한 누가 사장이고, 어떤 제품을 만들며, 기업의 수익성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쉐드의 시대에도 역시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은 무시하고 주식에만 사로잡혀 종목기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이들은 결국 모두 파산했다.

넷째, 마지막으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투기와 투자에 관한 쉐드의 다음과 같은 정의다.

“투기는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기 위한 노력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행위다.”
“투자는 큰돈이 적은 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행위다.”

쉐드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빨리 부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 분명한‘투기꾼’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투자자’라고 우기고 있다. 현대의 컴퓨터 기술과 온라인 매매도 쉐드가 매우 현실적으로 추정한 4%라는 투기꾼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는 아무것도 기여하는 바가 없다.

독자 여러분은 어리석음과 투자 위험을 훨씬 더 심각하고 자세하게 제시한 투자 지침서들보다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 투자 지침서들은 독자들에게 아이디어와 유용한 무엇인가를 제공해주긴 한다. 하지만 독자를 웃게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쉐드의『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내가 읽어본 수백 권의 금융 서적 중 독자에게 좋은 교훈을 줄 뿐만 아니라, 웃음을 선사하는 유쾌한 유머로 가득 찬 유일한 책이다. 나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를 읽었다. 그리고 영국의 몬티 파이튼 코미디 쇼를 보면서 소리 지르며 열광하는 열성팬처럼, 나도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매번 같은 구절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쉐드의 글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돈과 인간성에 관한 영원한 진리를 간파하고 있다. 투자에 관한 어떤 책도 아마 지금 독자 여러분이 막 읽기 시작한 이 책만큼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즐기고, 또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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