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이 '투자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단언한 책

증권분석

작가
벤저민 그레이엄, 데이비드 도드
출판
리딩리더
발매
20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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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고의 명확함이 요구되면, 그에게 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
만약 격려나 조언이 필요할 때면, Ben이 그곳에 있었다.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다른 사람이 그 나무 아래서 쉬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면
Ben Graham이 그런 사람이었다.


- 워렌 버핏,《Financial Analysts Journal》기고문(1976년)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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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17년 전인 1894년에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895년 부모님을 따라 뉴욕으로 이주한 벤저민 그레이엄은 60대와 70대의 노년에 캘리포니아의 비버리 힐즈와 라호야, 엑상 프로방스, 마데이라 등 여러 곳에 살았지만, 82세를 일기로 1976년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삶을 뉴욕과 월스트리트에서 보냈다.

'월가의 스승'으로 불리는 그의 인격의 특징은 주로 솔직함, 겸손함, 정직함, 창조성, 관용, 영리한 재담가, 진지한 노력 등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과의 로맨스를 인생의 참된 경험으로 여기며 즐길 줄도 알았던 인물이다.

사생활 측면에서 그레이엄은 바람둥이의 특징이 시사하는 모든 천박함을 지녔다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1988년 4월 미국 경제인 명예의 전당에 그가 사후 등재된 데 대한 언론의 헌사는 동정적이었다. 한 작가는 그를 "어떤 면에서 정에 약한 사람인 그는 세 번 결혼했으며, 알프스의 산양이 이 봉우리, 저 봉우리를 뛰어다니듯이 금발에서 금발로 뛰어다녔다"라고 말했다. 그의 친구이자 제자인 워렌 버핏은 좀 더 관대하게 그의 이 같은 성격을 묘사한다. "사생활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벤은 여자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자들도 그를 좋아했다. 그는 육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품위가 있었다." 버펫은 그레이엄이 매일 창조적인 일, 어리석은 일, 그리고 관대한 일을 하기 원했다고 덧붙였다.  - 벤저민 그레이엄 - 월가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회고록 中에서

이 책의 저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는 흥미로운 사람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증권분석』이라는 몹시도 딱딱하고 읽기 어려운 책을 쓴 저자로서의 그의 인생을 특징지울 수 있는 단어는 고작 몇 개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월스트리트, 증권분석, 현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의 스승, 투자 등등. 그렇지만 그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우리는 그레이엄을 통해 오래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수많은 유명 인물들과 그들이 쓴 훌륭한 저작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는 위대한 저자들의 열렬한 독자였고 많은 저자들을 원어로 읽었다: 호머, 유리피데스, 버질, 키케로, 호러스, 루크레티우스, 타키투스, 카툴루스, 단테,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베이컨, 밀턴, 데카르트, 포프, 필딩, 기번, 레싱, 맥콜리, 쉴러, 칸트, 디킨스, 드 퀸시, 에밀리 브론테, 테니슨, 니체, 위고, 휘트먼, 톨스토이, 하우스만, 보들레르, 입센, 콘라드, 프로스트, 카프카, 릴케, 스베보, 그리고 특히 이 책과 관련해 벤저민 프랭클린과 루소, 라 로슈코프, 샤또브리앙, 공쿠르 형제 같은 회고록의 저자들이다. ······ 문학과 연극, 오페라 그리고 콘서트 홀에 항상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 벤저민 그레이엄 - 월가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회고록 中에서

그의 회고록을 읽어보면 그는 마치
평생독서계획을 쓴 클리프턴 패디먼이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레이엄의 회고록 속에는 그가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호머의『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유리피데스의『비극론』, 키케로의 『전집』(특히, 『웅변술』, 『우정론』, 『노년에 관하여』), 베르길리우스의 『전집』과 『아이네이스』, 루크레티우스의 『우주론』, 프랜시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입센의 『희곡집』(특히 『인형의 집』), 알렉산더 포프의 『비평론』과 『인간론』, 헨리 필딩의 『톰 존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과 『성』등은 어찌보면 평생독서계획의 책 내용과 '아이템들'이 너무 닮았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문학적 자질 덕분에 어려서부터 유난히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동안 '매우 즐겁게' 공부를 했다. 오랫동안 많은 희곡을 썼고 몇몇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되기도 했지만 끝내 '한 번의 커튼 콜도 없어'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만 했을 뿐이었다. 그가 위대한 문학작품을 남기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어쩌면 그 자신이 그토록 도달하기 위해 애썼던 높은 문학적 성취보다 (덜 향기롭기는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저술을 남김으로서 당대 뿐만 아니라 후세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남긴 위대한 저술이 바로 1934년에 발간한『증권분석』과 1949년에 발간한『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이다.

수학을 전공했던 벤저민 그레이엄은 컬럼비아 대학에 들어가자 말자 그리스 로마 고전 문학과 언어, 문학, 역사, 철학에 매료된 그는 인문학 분야의 졸업생 명예클럽인 피 베타 카파 회원이 되었고, '유능한 대학생들을 재계로 내보내려는 강한 의도를 가졌던' 케펠 학장의 조언에 따라 금융 분야 직업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1914년 졸업 당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철학, 수학, 영문학 등의 관계자로부터 잇따라 교수직이라는 '거절하기 힘든 대단한 제의'를 받았으나 그는 결국 월스트리트로 발걸음을 내디뎌 뉴버거라는 중개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학부생일 때 경제학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월가에 입성한 그는 채권거래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금융의 기초를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채권이 가장 바람직한 투자 종목이었고 주식은 투기 종목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타고난 천재적 지능과 탐구심에 힘입어 채권 분석과 보고서 작성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몇몇 채권거래와 차익거래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한다.

1917년 9월부터 1927년 1월까지〈매거진 오브 월스트리트〉라는 잡지에 꾸준히 기고문을 쓰기 시작했다. 11년 간의 기고문을 담은 책은 국내에서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읽기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으며 훗날『증권분석』이라는 책을 쓰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 잡지는 당시 경제잡지 가운데 업계 수위를 달리는 곳이었고, 그의 기고문은 반응이 매우 좋아 글을 쓰기 시작한 다음해에는 잡지사 측에서 편집장 자리를 제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뉴버그에서 일을 계속하게 된 그는 결국 1923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투자회사를 직접 차렸고, 그 이후로는 자신의 다양한 기업활동을 통해 월가에서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하였다.

1927년 가을 학기부터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증권분석'과정의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 때『증권분석』의 공저자가 될 데이비드 도드를 대학원생이자 조교로 만나게 된다. 컬럼비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불러모은 증권분석 강의는 그 뒤 1954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한편 1923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활동으로 시작한 '투자 활동'은 1929년에 이르러 펀드 자본금이 250만 달러로 늘어났는데, 때마침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인해 1929년 한 해 동안에 20%의 손실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1930년에는 믿기 어려운 50%의 기록적인 손실, 1931년에는 16%의 손실, 1932년에는 3%의 손실(당초의 자본금 250만 달러 중 이 때까지 누적적으로 70%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투자원금의 70%가 사라졌을 때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는 42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런 참담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계속하는 한편, 1932년에는〈포브스〉에 "미국 기업은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있는가?"라는 주제로 3회 연재물을 발표하기도 하고, 1933년에는 두 편의 희곡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리고 1934년에 마침내 역사에 길이남을 이 책의 초판을 맥그로-힐에서 발간하게 된다. 그 후 이 책은 1940년, 1951년, 1962년, 1988년에 개정판을 냈는데, 1951년에 출판된 제3판이 이번에 새로 번역되어 나온 이 책이다.

그는 오랜 증권분석 강의와 펀드 운용 경험 등을 통해 깨달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1949년에 일반투자자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을 쓰게 되는데, 그 책이 바로 앞에서 언급했던『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이다.(1954년에 2판, 1959년에 3판, 1973년에 최종판이자 4판을 워렌 버핏의 도움을 받아 출간했다.)

『증권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책은 컬럼비아 대학과 대학원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쓰여진 '대학교재'의 성격을 지닌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저자가 이 책의 1934년판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증권분야의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는 할 수 없고, 증권과 금융에 관한 전문 용어와 기초적인 개념 정도는 알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경영학이나 경제학 또는 회계학이나 투자론을 전공한 사람에게만 읽히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너무나 가치가 뛰어난 책이다.
 
총 7부로 나눠 다루고 있는 책 내용 가운데 전부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조사와 분석기법'을 다룬 부분(제1부), 재무제표의 분석을 다룬 부분(제2부)과 가격과 가치의 불일치를 다룬 제7부의 내용만 읽어도 얼마든지 그레이엄의 훌륭한 지혜를 느껴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은『증권분석』이라는 책의 제목이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이 폭넓고 다양하다.

개별 종목을 분석하는 방법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것이며, 투자자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애널리스트는 어떤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도 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우리는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건전하고 적용 가능한 안전성 검정 방법과 채권, 우선주, 보통주 투자자의 권리와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한다. - 벤저민 그레이엄, '초판 서문' 中에서

이 책의 초판이 쓰여진 시대는 경제사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대단히 불안정한 시기였다. 그레이엄이 월가에 진출했던 그 해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유럽전쟁에 미국이 참전한 이후 뉴욕 증시는 전례없는 장기호황 국면을 지속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역사적 대공황 국면으로 진입하기도 했으며, 철도산업을 비롯한 유틸리티 산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때였고, 숱한 기업들이 극심한 경기변동에 따라 흥망과 성쇠를 반복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증권 발행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던 월스트리트에서는 온갖 불법과 사기가 판을 치는 도박장과 같은 분위기가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

이렇듯 온통 불확실한 경제환경과 금융시장과 헛점 투성이인 회계제도와 증시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투기와 한탕주의와 탐욕만이 난무할 뿐 합리적인 투자 판단 기준들이 거의 전무하던 시대에 그레이엄이『증권분석』이라는 훌륭한 저술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무척 놀랍다. 물론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부터 11년에 걸친 잡지 기고와 7년 동안 컬럼비아 대학에서 증권분석 강의를 했던 경험을 갖추고 있긴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대를 뛰어넘어도' 여전히 유효한 투자에 관한 원칙과 기준들을 확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천은 그가 실제로 대공황의 혹독한 시기 동안에 투자활동을 영위하면서 겪게 된 엄청난 고통 덕분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만약 더 일찍 책을 냈더라면 큰 실수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책의 초판(1934년판)을 읽은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3판(1951년판)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니, 두 판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어느 정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저자는 '책의 내용과 배열이 크게 바뀌었을 뿐 아니라, 책의 구성도 크게 바꾸었다'고 언급했는데,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번역자가 바뀌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자의 목소리'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무엇보다도 1934년판은 '당시의 무질서한 증권시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었는데, 저자의 표현대로 '마구간처럼 불결하던 금융시장이 깨끗해진데다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개선된 덕분에' 제3판(1951년판)에서는 기업의 부당행위와 분식회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거의 모두 삭제한 점이 눈에 띄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초판에 비해 제3판에서는 '분석대상기간'이 대폭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제1판과 제2판에서 '사례로 들었던 기업들'에 대한 저자의 주장들(주로 고평가 혹은 저평가에 대한 판단들)을 훨씬 더 실증적으로 깊이있게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차이점은 '경영진과 주가'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훨씬 더 심층적으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연륜이 쌓이고 경제여건이 초판 출간 당시(대공황 직후)보다 훨씬 더 호전된 덕분에, 기업들의 실적이 과거보다 훨씬 더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았던 건 60년 전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경영진과 주가'에 대한 저자의 생생한 주장들을 읽어보면, 가치있는 기업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주가가 저평가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주주 및 경영진'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해본 경험이 (저자에게나 혹은 독자에게나) 없었더라면 쉽게 다가오지 않는 내용들도 많은 것 같다.

초판과 제3판에 면면히 흐르는 '저자의 일관된 주장들'은 변한 게 거의 없다. 오히려 훨씬 더 강화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언제나 멀리 내다보고, 언제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언제나 꼼꼼하고 분석적이며,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끊임없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세심한 분석과 현명한 투자가 제공해 주는 커다란 보상에 대해서는 결코 소홀함이 없다.

저자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은 분들이라면 이 책과의 차이점도 궁금할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말 그대로 '투자'의 관점에서 증권시장과 증권(주식과 채권 등)을 바라보고 분석한다. 그렇지만 '증권분석'이라는 책에서는 증권(주식, 채권, 우선주 등)의 가치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 외에도 증권의 가치를 분석하는데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여러 문제들, 즉 재무제표에 대한 분석과 평가,  경영진에 대한 평가, 자본 구조에 대한 문제, 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문제, 배당에 관한 문제, 그리고 시장 분석과 증권 분석에 대한 문제 등을 폭넓고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증권분석'에서는 주식을 사고 팔 때의 문제뿐만 아니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의 문제, 즉 주주로서 경영 개선에 참여하는 문제부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문제, 자본구조의 문제와 더불어 청산과 매각을 통한 주주 지분의 회수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문제에 접근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시한다.

이 책이 출간된 이래 오랜 세월이 흘렀고 투자를 둘러싼 제반 경제환경 역시 지금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투자 분야의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이 인류가 남긴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고전 읽기를 통해 얻은 혜안, 즉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이 책의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여 그의 빈틈없이 정확한 사고와 부단한 학문적 탐구 노력과 풍부한 실제 투자 경험 등이 제대로 조화를 이룰 수 있었기에 이 책은 발간 이래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투자 분야의 최고의 책으로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단점 가운데 한 가지는 책에 소개된 사례 연구 대상 기업들이 대부분 너무 낯설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사례 분석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내용들도 요즘 우리가 투자대상으로 검토하는 기업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대개 사소한 단점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레이엄의 분석이나 접근방법은 결국 가치를 판단하고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판단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논리적 고찰 과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조금의 빈 틈도 허락하지 않는 '분석적 엄밀성'을 독자들에게 훌륭하게 펼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던 때는 24년 전인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학과 학부생들에게 '전공필수'였던 '재무관리' 과목을 배우면서 저자의 이름을 처음 접했는데, 주가를 결정하는 여러 이론 가운데 그레이엄과 도드가 제시했다는 '그라함·돗드 모형'이라는 게 교재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와서 살펴보니 그 책의 주석에 1962년판 책 제목과 저자가 짤막하게 한 줄로 인용된 게 전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수많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투자론 과목의 내용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실제' 투자 현실에서는 좀처럼 적용하기 어려운 '이론' 중심이어서 늘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워렌 버핏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는데 그는 심지어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였다.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 여러분은 베타계수, 시장의 효율성, 현대포트폴리오이론, 옵션가격, 신생시장등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이것들은 아예 모르는게 상책입니다. 물론 이것이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에서 주장하는 지배적 견해는 아닙니다. 경영대학원의 금융커리큘럼은 그러한 과목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생각에 투자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단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것인가'와 '시장가격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렌 버핏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이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투자자의 반열에 올라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간파해 낸 투자의 지혜가 담긴 『증권분석』과 같은 책들은 한사코 외면한 채, 벤저민 그레이엄이 가능한 피하고자 했던 '투자자가 활용하기 힘든 기준이나 복잡한 기술적 방법'이 현대적 투자이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우리의 주된 목적은 현상을 단순히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개념, 분석의 방법론, 기준, 원칙 등과 무엇보다 논리적인 고찰 과정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았다. 우리는 이론 자체보다는 현실 속에서 이론의 가치를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너무 까다로워 투자자가 활용하기 힘든 기준이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복잡한 기술적 방법은 가능한 피하고자 했다. - 벤저민 그레이엄, '초판 서문' 中에서

1930년대에 처음으로 체계적인 증권분석 이론을 수립한 이 책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오늘날 증권 분석에서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주기수익비율(PER)과 부채비율, 장부가치 등이 모두 이 책에서 처음으로 일반화한 개념들이다. 컬럼비아와 UCLA에서 증권분석 강의만 40년 이상을 했던 그는 워렌 버핏을 비롯한 숱한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그의 가치투자 이론은 존 보글과 마리오 가벨리, 마이클 프라이스, 존 네프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제자들 가운데 특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그리고 가장 성공한) 투자자로 꼽히는 워렌 버핏과의 관계는 유달리 특별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레이엄은 1951년부터 증권분석 강의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으로 옮겼는데 마침 그 무렵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이 워렌 버핏이었다. 당시 워렌 버핏은 고향인 네브라스카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지원했다가 거절당했는데(하버드대가 워렌 버핏을 불합격시킨 일은 하버드 역사상 최악의 실수 가운데 하나라고 불려진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드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 지원한 곳이 바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이었다.

"적절한 우상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편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충고하건대 가능한 한 소수의 우상을 선택하라. 적절한 우상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라고 버핏은 말한다. 1950년에 그레이엄을 스승으로 만난 버핏이 처음부터 곧장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버핏이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레이엄에게 급료를 받지 않고 일하겠다고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버핏은 MBA를 마친 후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면서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투자 원리' 수업을 강의하기도 했는데, 1954년에서야 비로소 버핏과 그레이엄이 다시 만나 함께 뉴욕에서 일하게 되는데, 한 사람은 그레이엄의 투자조합인 그레이엄-뉴먼 투자회사의 사장이었고 또 한 사람은 그 회사의 직원 신분이었다.

1956년에 그레이엄-뉴먼이라는 회사를 해산하면서 그레이엄이 월스트리트에서 은퇴한 후 UCLA 경영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15년 동안 보수없이 강의를 하게 되자, 워렌 버핏도 그의 고향인 오마하로 돌아가 자신이 직접 투자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스승인 그레이엄과 제자인 버핏의 투자방식의 차이점에 관해서도 다룰 만한 내용들이 얼마간 있지만 그 부분까지 다루기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만두기로 한다. 다만 워렌 버핏 스스로 자신의 스승과 대비시켜 언급한 대목-좋은 기업에 좋은 경영진이 있다면 20년전 그랬을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벤은 통계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점점 더 무형의 것을 많이 보게 된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실제로 워렌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위대한 투자가들로부터 '차용한' 이론들을 훌륭하게 결합함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위대한 투자성과를 이룩했다. 다소 장황하기는 하지만 그가 차용한 이론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벤저민 그레이엄(사업전망에 근거한 투자), 필립 피셔(훌륭한 기업은 매도할 필요가 없다), 로렌스 블룸버그(소비자 독점기업), 존 버 윌리엄스(어떤 회사의 가치는 미래에 그 회사가 벌어들일 수익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 존 메이나드 케인즈(집중투자의 우수성), 에드거 스미스(일정기간 이상 유보된 이익은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개념), 찰스 멍거(합당한 가격에 우수한 기업을 구입하는 방법) 등이다.




1999년 6월《비즈니스 위크》지는 "가치투자의 영웅들"이라는 인물 소개 기사를 실었는데 오직 다섯 사람만이 영웅에 포함되었다. 그 명단의 맨 위에는《증권분석》의 저자들인 벤저민 그레이엄데이비드 도드가 있었다. 그 다음은 존 버 윌리엄스였다. 그는《가치투자론》에서 배당할인모형을 소개하였고 '가치'의 정의를 "미래 현금 흐름의 할인된 현재 가치"로 격률화한 사람이다. 가치투자의 네번째 영웅은 워렌 버펫이었고 버펫 다음이 빌 밀러였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가치투자의 영웅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레이엄도 한 때는 '20대에 고객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기로 한 버나드 바루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나중에는 좀 더 관대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레이엄은 그의 회고록에서 "나의 결정은 바루크보다 더 명예로운가? 나 역시 돈버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적어도 일반대중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고 있었던 중개회사를 떠날 예정이었다. ······ 그리고 나는 돈을 필요로 하는 친구와 친척들을 위해 상당한 수익을 올려 주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는 투자 관리업을 '저급한 직업'이라고 한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한다. "워렌과 나는 실질적으로 기업을 경영한다는 점과 자본을 기업에 할당한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케인스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돈을 벌어주고 국익에 이바지함으로써 속죄했다. 나는 속죄하기 위해 대외 활동을 하고 있고, 워렌은 투자 성공담을 이용해 훌륭한 스승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일찍이 우리가 젊고 가난했던 시절 우리를 믿어준 사람 들을 위해 돈 버는 걸 좋아한다."

비록 저명한 경제사가였던 찰스 P. 킨들버거는 그의 저서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를 통해 '금융에의 몰두' 현상을 시니컬한 어조로 비판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가치투자의 영웅들'이 알게 모르게 좀 더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든 투자 행위는 곧바로 '자산을 어디에 배분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도 함께 말하고 싶다.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워렌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없었다면 증권시장(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도 포함하는)은 지금보다 훨씬 더 수준낮은-따라서 온갖 투기와 사기와 협잡과 어리석음 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성행하는-단계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레이엄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들의 윤리를 끊임없이 강조했으며,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에 대해서는 특히 혐오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업회계제도와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본질 또는 투자가들이 경제의 미래에 대한 수익을 요구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식시장은 전세계 자본의 배분을 추진하는 힘이며, 경제성장, 기술발전의 핵심엔진이 된다.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또는 새로이 생겨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주식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 제러미 시겔, 주식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 中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월가의 위대한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훌륭한 인물로부터 배울 수 있는 투자와 삶에 관한 지혜는 너무나 많다. 진부한 얘기가 되겠지만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과제는 언제나 똑같다.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만 남는 것이다.

벤 그레이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이론을 따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투자원칙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그것에 관해 영업보고서에서 자세하게 쓴다. 우리의 투자원칙은 쉽게 배울 수 있다. 따르기도 쉽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건 '오늘 당장 어떤 주식을 사느냐?'는 것 뿐이다. 그레이엄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를 따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 워렌버펫의 투자 격언(Warren Buffet Speaks) 中에서 

기나긴 서평글을 이제 마무리할 차례이다. 우리가 그레이엄의 성격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재발견하는 것은 그가 책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 특히 실수로부터 배우려고 했던 일생 동안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참으로 진지하게 즐기고자 애썼던 삶에 대한 훌륭한 태도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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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댓글 1개)

  1. 메디호야
    메디호야 | 13.01/23 13:18
    양질의 글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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