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ㆍ차돌서 실리콘 추출

'잉곳' 만들어 얇게 자른다

주원료 실리카 지구에 풍부

독성 없어 환경적으로 우수

태양광산업으로 가격 폭등

첨단 디지털시대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최근 친환경 청정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전지 등은 실리콘웨이퍼라는 재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웨이퍼가 주로 반도체용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과 태양광 산업에 각각 60%와 40%의 비율로 웨이퍼가 소요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고유가와 환경오염 등 세계적으로 태양광산업에 대한 투자가 폭증하면서 이 웨이퍼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또 가격이 폭등해도 이 웨이퍼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없어 태양전지를 만들려는 기업들의 발을 구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처럼 최근 `귀하신 몸' 대우를 받고 있는 실리콘 웨이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웨이퍼의 특성=반도체와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는 모래나 차돌 등에 포함된 규사(실리카)를 고순도로 정재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정재된 실리콘웨이퍼는 실제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가공시 특정 첨가물로 인해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상태인 반도체의 성질을 띠게 됩니다. 웨이퍼의 주 원료인 실리콘은 지각의 3분의1 가량을 구성할 만큼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료이며, 독성이 없어 환경적으로도 우수합니다. 또 녹는점이 섭씨 1414도, 끓는점이 섭씨 2335도로 고열에 강하기 때문에 반도체나 태양전지로 만들어졌을 때 고온으로 인한 변형이나 오작동이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해줍니다.

◇모래에서 웨이퍼가 되기까지=웨이퍼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모래나 차돌, 유리창, 수정 등 규사(실리카)로 이루어진 물질에서 고온 정제 공정을 통해 실리콘(SI)이라는 물질을 추출합니다. 2004년 국내 기업인 KCC가 고순도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몇몇 국가들만 고순도 실리콘 추출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차돌에서도 높은 순도의 실리콘 추출이 가능해졌습니다. 국산 차돌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수출 금지령이 내려지기 전까진 일본 반도체 업계가 주로 우리 차돌에서 실리콘을 추출했습니다.

추출된 실리콘은 특정 가공 전에는 전체가 하나의 매끈한 실리콘 결정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 가지 형태의 결정들이 모인 다결정 실리콘 형태가 됩니다. 반도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덩어리로 된 단결정 실리콘이 필요합니다. 단결정 실리콘으로 만들기 위해선 추출된 실리콘을 고온에서 녹인 후, 회전하는 작은 실리콘 결정과 결합시켜 둥그런 기둥형태로 만듭니다. 회전운동을 통한 원심력에 의해 다결정 실리콘은 결정방향이 고른 단결정 실리콘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때 회전하는 실리콘의 속도와 첨가제 종류에 따라 실리콘 기둥의 직경과 실리콘의 전기적 특성 등이 결정됩니다. 이렇게 회전을 통해 만들어진 단결정 실리콘 기둥을 `잉곳'(Ingot)이라고 부릅니다.

이 잉곳을 다이아몬드나 절단용 와이어를 이용해 단면으로 얇게 자른 판이 바로 웨이퍼가 되는 것입니다. 잉곳의 직경이 곧 웨이퍼의 직경을 결정합니다. 반도체 산업 초기에는 직경이 3인치에 불가할 정도로 작았지만, 최근에는 8인치, 10인치, 12인치 등 큰 웨이퍼 생산이 가능해져 웨이퍼 한 장으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칩 수 또한 증가했습니다.

잉곳을 막 잘라 만들어진 웨이퍼는 실제 반도체용으로 넘겨지는 웨이퍼보다 약간 크고, 표면이 매우 거칠어 반도체 제조사에 그냥 전달하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클린룸에서 연마제와 연마 장비(폴리싱 머신)를 이용해 결정을 다듬고, 연마를 거친 후에야 거울처럼 반짝이는 웨이퍼가 나오게 됩니다. 반도체용으로는 고순도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가 사용되지만, 태양전지용으로는 단결정과 함께 다결정 실리콘 웨이퍼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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