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그 많던 황소개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1997년 환경부는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일개 개구리를 잡기 위해 국가적인 캠페인이 벌어지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1970년대 식용으로 양식하기 위해 들여온 200마리의 황소개구리는 식용으로 잘 팔리지 않자 저수지에 방류되었다고 한다. 그 후 한국의 생태계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천적이 없는 황소개구리가 심지어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저수지에 내려 앉는 새까지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런 황소개구리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개체수의 70%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도대체 황소개구리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전국민이 바지 걷고 잡으려 노력해도 줄지 않던 생태계의 폭군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줄어들게 된 것일까?

 

학계에서는 황소개구리의 개체수가 줄어들게 된 것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천적이 없던 황소개구리가 생태계에 편입된 탓이라고 한다. 황소개구리에 의해 잡아 먹히던 뱀이 역으로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는 장면도 목격되었다. 황토개구리의 천적이 토착 생태계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생전 처음 본 외국종 개구리에 대해 경계심을 보이던 토착 동물들이 황소개구리를 먹잇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백로, 왜가리, 뱀, 족제비 등과 같은 토착 동물들이 이제는 황소개구리를 먹이로 삼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황소개구리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에는 환경파괴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끊임없는 개발로 더러워진 저수지는 황소개구리마저도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변하여 갔다. 이러한 황소개구리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기업들의 수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 상장기업의 평균 수명은 32.9년, 코스닥 등록기업은 16.7년으로 전체 평균은 23.8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료1] 기업 평균 수명, 맥킨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Clayton M. Christensen은 그의 저서 [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존속성 기술(sustaining technology)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개념을 도입하여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자료2] 존속성 기술과 와해성 기술, The innovator’s Dilemma

 

파란 직선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나타낸다. 윗선이 하이엔드 수요를, 아래선이 로우엔드 수요를 뜻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두 선 사이의 면이 소비자들의 모든 욕구를 나타낸다. 존속성 기술은 현 시점에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하지만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존속성 기술은 시간이 흘러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더 이상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시점이 발생한다. 반면 와해성 기술은 등장시점에는 소비자의 욕구 범위 밖에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존속성 기술의 자리를 대체한다. 디지털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 이러한 이치다.

 

인터넷 버블과 그 붕괴 과정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인터넷 산업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대체로 인터넷 산업이 그 지속성이 부족하며 사업의 해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많던 인터넷 벤처 사업체들이 지금을 문을 닫은 것을 보면, 일견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 산업이 가진 와해성과 파괴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10여 년간 인터넷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기존의 산업을 단기간에 파괴할 수 있는 와해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인해 다른 산업이 위축되리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구글의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이, 예스24의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교보문고의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베팅하는 것이 보다 나은 투자 결과를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즉, 인터넷 산업은 기업의 생태계에 있어 황소개구리 같은 존재이다.

 

또한 인터넷 산업이 지금까지 보여준 해자는 생각보다 깊은 것이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기술의 진입장벽은 특허로 보호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는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경쟁사의 기술을 모방하는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이 해자를 갖는 것이 아님에도 인터넷 산업이 과점과 독점으로 발전해 온 것은, 이 사업이 본질적으로 기술에 기반한 기술 산업보다 문화에 기초한 문화 산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터넷 산업의 해자는 생각보다 깊다.

 

혹 인터넷 산업의 해자가 깊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산업은 와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끊임없이 파이를 나눠먹기 위해서 싸우는데 그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파이 자체가 커지기 보단 남의 파이를 꾸준히 훔쳐오고 있는 셈이다. 무한 경쟁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경쟁에 따른 피해는 커지는 파이에 의해 벌충되기 마련이다. 이 산업은 분명 기존 산업의 파이를 갉아 먹고 있으며, 이것은 인터넷이 갖고 있는 와해적 성향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우리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만 같았던 황소개구리마저 종국엔 그 왕좌를 내주게 되는 것이 생태계의 자명한 진리이다. 언제 예측할 수 없는 정책의 변화가 일어나 포탈 산업의 저수지가 시멘트로 메워질지, MP3를 넘어서는 보다 와해적인 기술이 등장할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미래다. 모든 인간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산업의 운명 역시 처음 난 곳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투자자가 수익성을 내기에 충분히 길고 파괴성이 충분하다면 돈을 걸어봄 직하다. 미래를 온전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인터넷 산업이 걸어온 길에 기초하여 이 산업이 나아갈 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담아보았다.

 

 

포탈 산업 – 포털업계의 포식자, 네이버

 

인터넷 포털 업체 – 포털업계의 포식자, 네이버

 

아침이다. 대학생인 원호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그가 다가간 곳은 컴퓨터 앞. 원호는 습관적으로 네이버를 열었다. 간밤에 있었던 박지성 선수의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박지성 선수의 지난 경기 평점은 7점이었다. 현지에서의 평가가 제법 좋은 듯 했다. 학교 가기 전에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인터넷 날씨는 시간 변화에 따른 기온까지 확인할 수 있어 참 편리하다. 한편 원호의 아버지는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는 신문을 한번 훑어본 후 TV를 보며 아침식사를 하였다. 마침 TV에서 모모전자에서 새롭게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 진출한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좋은 투자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원호의 아버지는 컴퓨터를 켜 네이버에 모모전자를 검색창에 쳐 보았다. 검색된 각종 리포트를 읽고 모모전자가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한 원호의 아버지는 모모전자의 주식을 매수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는 여느 가정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묘사해 본 것이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풍경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인터넷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그런데 우리가 인터넷을 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곳이 있다. 바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다.
 

 

[자료3] 포털 사이트 시작페이지 점유율, 코리안 클릭, 2007

 

포털은 10여 년 전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소개되어 지금까지 많은 변화와 굴곡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많은 업체들이 각축을 벌였으나 현재는 네이버가 가히 포털의 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미 네이버는 삶의 일부다. 하지만 이러한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우선 포털의 발달과정을 알아보고, 과연 네이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포털업계의 포식자’가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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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태동기

 

[자료4]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 한국 인터넷 진흥원, 통계청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1998년에서 2001년에 걸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초고속 인터넷 기술과 맞물려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인터넷 기업이 등장했다. 그 와중에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속속 출현했다. 세계 최초로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한 야후를 필두로 하여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한국 토종의 다음, 네이버, 엠파스 등이 이에 맞섰다. 이 시기를 포털사이트의 태동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료5] 야후코리아의 1998년 당시 시작 페이지, (출처: www.archive.org)

 

초창기의 포털사이트는 검색엔진을 통해 원하는 자료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지금과 같이 신문기사라든가 블로그, 게임 등의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즉, 이 시기의 포털이란 말 그대로 원하는 자료를 향해 가는 데 거쳐야 할 ‘관문’이었던 셈이다. 포털의 태동기에는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한 야후와 다음이 시장 선두 자리를 점하고 있었다.

 

 

포털의 춘추전국시대

 

그러나 이 당시의 포털 기업들은 소수의 배너광고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수익 모델을 가지지 못했다. 배너광고의 성패는 물론 방문자 수에 달려있다. 자연히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포털 사이트들은 방문자를 유치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2002년 포털 업계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네이버가 2002년 10월 ‘지식검색’을 표방한 「지식in」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는 지식in 서비스를 통해 기존의 검색 방식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나갔고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이는 네이버가 오늘날 웹 2.0 시대에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웹 2.0이란 포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유저들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웹 1.0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여 컨텐츠를 생산하는 UCC(User Created Contents), 누구나 내용을 편집할 수 있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등이 대표적인 웹 2.0 형태의 서비스다. 우리에게 친숙한 댓글, 영화 평점 등도 넓은 의미에서 웹 2.0에 속한다. 네이버는 웹 2.0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 2년 전인 2002년부터 정식으로 지식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식 교환 서비스를 네이버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한겨레는 2000년에 ‘디비딕’이라는, 오늘날의 지식인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운영한 적이 있다. 디비딕은 오늘날 엠파스 지식검색의 시초이다.)

 

[자료6] 디비딕의 2000년 당시 페이지, www.archive.org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시간이 갈수록 데이터가 쌓여가며 더욱 많은 방문자를 끌어왔다. 방문자가 늘어난 만큼 질문에 대한 대답도 충실해졌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방문자를 부르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꺼진 후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무너지는 와중에 네이버가 도도하게 살아남은 비결이다.

 

 

포털의 안정기

 

이렇게 네이버는 지식인 검색을 통해 시장 1위로 올라선다. 트래픽이 증가하며 자연히 광고 수익도 증가했으며, 이것은 지금도 네이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한게임과 함께 NHN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료7] 검색 서비스의 변화 과정, 삼성경제연구원

 

더불어 검색 서비스의 질도 높아졌다. 초기에는 다른 웹사이트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 역할만을 하는 디렉토리 검색이었다면 90년대 말부터는 검색 로봇이 키워드를 분석하여 스스로 관련 자료를 취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그리고 2003년 이후로는 검색 의도를 추정하여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결과를 내놓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자료8] NHN 매출 비중, NHN 영업보고서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이나 시작페이지 지정률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는 점점 고착화되는 추세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현재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연 국내 포털 시장에서 네이버의 절대적 우위는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네트워크 외부성 – 승자 독식의 시장(The Winner-Take-All Market)

 

각 나라별 포털 사이트의 경쟁 양상은 점점 안정기에 접어드는 추세다. 북미에서는 구글이, 중국에서는 바이두가, 일본에서는 야후 재팬이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포털 사이트 시장에서 장기간 경쟁구도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그 본질적인 산업 특성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를 비롯하여 미니 홈피, 블로그, 정보통신 산업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뚜렷한 네트워크 외부성이 존재한다.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를 결정할 때, 개인의 취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소비 성향에서도 큰 영향을 받는 특성이다. 전화기가 막 발명된 초창기를 떠올려보면 그 효과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내가 비싼 값에 전화기를 구입한다 해도, 주변에 그것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이 전화기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두 명이 전화기를 가졌다면 사용량은 한 단위가 될 것이고, 세 명이 보유하면 사용량은 갑자기 세 배로 뛰어오른다. 그리고 네 명이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면 6단위의 사용량이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네트워크 외부성을 지니는 산업에서 제품의 사용량은 사용자의 수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자료9]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의 네트워크 외부성

 

이 원리를 기업간의 점유율 경쟁으로 바꾸어 생각해보자. 네트워크 외부성을 지닌 사업에서는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그 판도가 뒤집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느 소비자가 다른 기업의 서비스를 선호한다 해도, 주변 유저들과의 호환성 때문에 이미 대세가 된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6%로서 2위를 기록중인 다음을 64%차이로 따돌린 채 1등을 차지하고 있다. 검색의 경우 그 목적이 단지 자료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SNS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검색 결과 중 상당부분이 네이버에 축적된 블로그나 카페의 결과물임을 감안할 때, 네이버의 축적된 데이터베이스가 네트워크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10] 포털 검색 점유율 변화, 통계청, 랭키닷컴

 

그러나 국내 포털 사이트의 과거 시장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면 이 가정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난 10년간 포털 사이트 1위 자리는 다음에서 야후로, 그리고 네이버로 바뀌어 왔다. 오늘날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네이버가 점유율 1위가 된 것은 고작 6년 전의 일이다. 즉, 네이버 역시 7년 전의 야후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10년 전의 다음과 지금의 네이버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있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하물며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인터넷의 세계는 말할 것도 없다. 먼저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졌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2001년에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 인구 가운데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반면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10명중 8명은 인터넷을 이용한다. 따라서 같은 수준의 점유율이라 해도 2001년과 지금은 그 의미나 파급효과에서 큰 차이가 있다.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을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 구조와 관련시켜보자. 2008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인구는 약 4천8백만 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10%이고 14세 이하가 17%다. 그런데 네이버를 이용하는 유저의 비율은 70%에 이른다. 즉, 전체 국민 중 현실적으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연령대의 국민들이 모두 네이버를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검색 점유율을 집계할 때 복수 사이트 검색을 포함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네이버 이외의 사이트 검색 횟수는 1차로 네이버에서 원하는 결과를 찾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이트를 이용한 결과로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은 수치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거대할 수 있다. 여러모로 네이버는 이제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들에겐 반드시 만나게 되는 관문이자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2000년 이전까지 포털의 춘추전국시대에는 누군가가 1위를 차지한다 하여도 그 사이트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1등으로써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즉, 누구든 1위가 될 수 있었으며 언제든 그 순위는 뒤바뀔 수 있었던 포털의 춘추전국시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네이버가 진(秦)나라가 되어 포털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네트워크 외부성이 발휘된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가 혁명적인 사업모델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좀처럼 네이버의 아성은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승자 독식의 시장 구조에서 그 주인공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세계 포탈 시장의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는 영원한 승자일까

 

기업의 매출 증가는 크게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경우와 같은 파이 내에서의 점유율이 증가하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점유율은 그대로지만 파이가 커져서 매출이 증가할 수도 있고, 파이는 그대로지만 점유율이 증가하여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것을 포털 사이트에 적용할 때 파이의 증가는 이제 서서히 한계점을 향해가는 듯하다. 2008년도에 이미 초고령 인구와 유아 인구를 제외한 모든 연령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실제 인터넷 이용인구 증가율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이제 네이버에게 남겨진 과제는 같은 파이 안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미 네이버는 인터넷 사용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

 

잠재적인 경쟁자는 크게 두 가지로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제껏 국내에서 경쟁해오던 다음이나 야후와 같은 다른 포털 사이트들이다. 그러나 이 경쟁자들은 네이버의 핵심 역량인 지식인과 비슷한 사업으로 몇 차례 네이버에게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또한 이들이 웬만큼 획기적인 서비스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네이버가 보유한 우수한 개발인력들은 얼마든지 그 서비스를 모방하여 네이버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에 네이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장을 뒤집을만한 획기적인 와해성 기술이 등장하여야만 한다. 그러기 전에는 적어도 향후 몇 년간 쉽게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릴만한 국내 경쟁자는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11] 2007년 세계 검색엔진 쿼리, 출처: comscore 2007년

 

2007년 통계자료를 보면 네이버는 전 세계 검색엔진 쿼리 기준으로 2%를 점유하며 5번째에 위치한다. 국내 승자 독식의 포탈 시장에서 1등으로 살아남은 네이버지만, 이렇게 세계로 눈을 돌려 그래프를 살펴보면 아찔할 뿐이다. 그러나 저 2%는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만의 언어와 문화로 똘똘 뭉쳐진 작은 조약돌과 같다. 동시에 이것은 네이버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 점유율을 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하다. 워낙 변화무쌍한 인터넷 사업에서 우리는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변화들을 겪어왔고 미래에도 감히 변화를 장담할 수 없다. 과연 저 2%가 국내 포털 시장의 왕좌를 보호할 해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세계 시장에서 역시도 승자 독식 법칙이 적용되어 끝내 네이버는 또 다른 공룡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인가?

 

 

온라인 쇼핑 – 성장의 여지는 충분하다

 

온라인 쇼핑과 관련해서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침투율”이다. 여기서 침투율이란 말 그대로 전체 상거래 거래액 중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자료12] 전체소매판매액, 온라인쇼핑몰 총 판매액 (단위 : 백만), 통계청

 

위의 차트가 말해주는 바는 단순하다. 온라인 쇼핑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놀라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몰의 침투율은 2008년 10월말 기준 여전히 4.4%에 불과하다. 이는 2007년 말의 3.83%에서 0.6% 개선된 수치이다. 우리가 온라인 쇼핑몰의 침투율이 어느 정도 이상 지속 상승할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온라인 쇼핑은 저렴하다. 이는 여러 가지 간접비의 측면에서 오프라인 쇼핑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2) 온라인 쇼핑은 편리하다. 일정금액 이상 사면 무료 배송이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은 그 편리성에 있어 오프라인 쇼핑을 크게 앞선다. (3) 온라인 쇼핑은 고객들의 니치 수요를 충족시켜준다. 경제적으로 오프라인 상에 성립되기 힘든 전문 쇼핑몰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여준다.

 

이와 같이 온라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쇼핑몰에 비해 장점을 갖고 있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은 무한히 성장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이 가져다 주는 만족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가정을 하여도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의 합계는 전체 소매 거래액의 합계를 넘어설 수 없다. 이는 콩나물이 하늘에 닿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성장의 한계를 우려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자료13] 인터넷서점

 

온라인 서점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온라인 서점의 침투율은 현재 30%에 달한다. 다른 상품군에 비해 서점의 침투율이 특별히 높은 것은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의류와 같은 경우, 소비자가 제품 선택 시 최우선시 하는 것은 디자인이다. 그 뒤를 가격과 품질이 뒤따른다. 또한 의류는 다양한 개별적인 제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품들이 차별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이에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착용 후에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책의 경우는 다르다. 구매하고자 하는 책의 이름만 알면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큰 효용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특별히 사고자 하는 책을 정하지 않고,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읽다 구매를 하는 소비자의 경우 오프라인 서점이 가져다 주는 효용이 온라인 서점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겠으나, 확고하게 구매 타겟이 정해진 소비자에게는 오로지 가격만이 차별요소다. 이 점에 있어서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을 뛰어넘는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인터넷 서점의 매출 중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문제집과 같은 학습 관련 도서이다.

 

[자료14] 주요 오프라인 / 온라인 서점 경영 현황, 각사 영업보고서

 

여기에 온라인 서점들은 비용의 측면에서 오프라인 서점을 뛰어넘는다. 이는 한국의 높은 부동산 임차료와 인건비에 기인한다. 위의 자료는 매출액 규모 면에서는 비슷한 서점들이지만 지급하는 임차료의 금액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러니 교보문고와 반디앤루니스와 같은 오프라인 서점들은 생존을 위해 온라인 서점 진출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매출과 온라인 매출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존속적 기술이 생존을 위해 와해적 기술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자료15] 오프라인 서점들의 온라인 진출,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 교보문고 홈페이지

 

인터넷 서점의 해자의 깊이를 측정하기란 굉장히 난해하다. 일단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이 인터넷 서점을 와해적으로 만드는 크리티컬한 요소인데, 이는 경쟁사와 차별화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다. 할인마트들이 시장 초기에 그랬듯, 현재 대부분의 메이저 온라인 서점들은 최저가격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유명한 책들의 가격은 거의 100% 동일한 것이 현실이다. 차이점이라면 인터파크 도서는 모든 도서를 무료 배송, 예스24는 1만원 이상, 교보문고는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로 배송해준다는 점뿐이다. 그러니 차별화를 위해 문화 포털임을 내세우는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고 유명 작가의 소설을 블로그에 연재하는 전략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경쟁사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더라도 온라인 서점의 상위권 업계로의 집중 현상은 뚜렷하다. 이는 별다른 불편이 없으면 기존에 이용하던 서점을 지속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기인한다. 일종의 휴리스틱스인 셈이다. 여기에 마일리지와 각종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하여 온라인 서점들은 기존 회원의 이탈을 막고 있다.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마일리지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다. 즉 인터넷 쇼핑몰은 전환비용을 통해 어느 정도의 보호막은 유지하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30%에 달하는 침투율이지만 아직까지는 온라인 서점의 성장의 한계를 염려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온라인 서점이 가지는 와해적인 성향에 기초한다. 소비자에게 같은 품질의 상품을 더 편하고, 더 저렴하게 제공한다. 시장 전체가 순항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도서정가제를 기반으로 하여 업체들의 과다경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장점을 무기로 한 공격적인 침투는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세를 낳았고, 이에 경쟁사들이 무작정 늘어나는 과다 경쟁 시대를 겪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수는 1999년부터 창업 붐이 일면서 업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으나, 2001년의 153%의 증가율로 정점을 찍은 후 2007년 9%의 정체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신규 출점하는 쇼핑몰의 수는 여전히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사이트를 폐쇄하는 쇼핑몰이 크게 늘어나며 발생한 현상으로 파악된다. 인터넷 쇼핑몰이 황금알을 낳아다 주는 사업인 것은 맞지만 규모의 경제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임업체의 성장 -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나?

 

머드, 머그게임의 시대를 지나. 97년 리니지가 등장하면서 온라인 게임은 한국 게임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온라인 게임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대, 텍스트 중심의 MUD게임이 온라인 게임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때에 그래픽을 사용한 세계 최초의 MUG게임인 바람의 나라가 등장하였고, 이후 리니지의 등장은 실시간으로 필드상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는 ARPG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한국 온라인 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외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국산 MMORPG인 리니지가 게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시점에서 CCR에서 발매한 포트리스가 등장하면서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장르인 캐주얼 게임 전성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최초의 게임 포털인 한게임이 2000년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업계의 판도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국민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스톱과 카드게임의 대표인 포커를 온라인화 한 보드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게임포털의 등장으로 인터넷 보드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인터넷 보드게임은 이미 룰이 확정되어 있고 만드는 데 큰 개발비가 들지 않는데다가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게이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었다. 게임포털은 보드게임이 아닌 게임에 대해서는 자체 개발을 하지 않고 다른 개발사에서 개발한 게임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서버 운영을 맡아 서비스하는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게임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였고, 다양한 게임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는 NC소프트 등에서 자체 개발한 게임을 제외하면 게임포털 상위 몇 개 업체가 퍼블리싱 계약을 독점하게 되면서 시장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16] CJ인터넷과 엔씨소프트의 매출액 추이 (단위: 십억)

 

인터넷 게임 업체들은 지금까지 외형상으로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었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CJ인터넷은 2000년 이후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매출과 이익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미래 수익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는 불충분하다. 기업 가치의 상당부분이 미래수익가치에 달려 있는 인터넷 게임 기업은 지난 기간에 보여준 그 수익성이 탁월할지라도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추측이 불가능하면 적절한 가치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임 산업은 성장 산업임과 동시에 외부의 변수나 업계 내에서의 경쟁을 통해 판도가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는 분야이고, 회계장부상으로 이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현금성 주주이익인지를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영업보고서를 활용하여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실제로 주주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대형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고 다양한 퍼블리싱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포탈 업체의 사업 특성 및 이익 구조를 중심으로 게임업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게임업체는 주주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게임업체에게 들어오는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금의 유입과 현금의 유출을 고려하여야 한다. 게임업체들의 현금 회수는 결제 액수가 소액이기 때문에 대손율이 적으며 빠른 자금회수가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 업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 일반 산업과 비교하면,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서비스하는 업체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직접 다수의 소비자에게 제조 판매하는 일반 제조회사에 가까운 반면, 게임포털은 개발사에서 게임을 구입한 후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업자(일종의 대형 할인마트)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료17] 온라인 게임 업체 분류

 

우리가 게임업체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눈 것은 이 두 부류에 따라 게임업체의 현금 흐름의 양태가 큰 폭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게임업체의 현금 유출은 회사가 게임 개발을 직접 하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게임포털 형태의 사업체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회사가 대형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사업체는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개발비를 부담하면서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여기에 개발비를 전액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면 순이익마저 적자로 나타나게 되는데, 만약 게임이 성공하게 되면 그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회수할 수 있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면 개발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져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 개발사는 게임 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른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다. 반면 게임포탈의 경우에는 개발비가 적은 게임들을 다수 운영하거나 외부 개발 업체에 러닝 개런티 형식의 일정 사용료를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발비 부담이 적은 편이다. 개별 게임의 성공 여부에 따른 리스크 노출도 역시 일반 게임 개발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자료18] CJ인터넷 현금흐름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위 그림은 CJ인터넷의 현금흐름표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2002년까지 영업현금흐름이 미미한 적자를 보이다가 2003년에 영업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섰다. 그 이후로는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것은 투자활동 현금흐름의 변화인데, 2006~2007년 투자현금흐름의 대규모 적자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아닌 CJ투자증권에서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이는 이 회사의 영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CAPEX에서 제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단기금융상품의 순증가액 등은 미래의 영업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가 아니므로 영업적인 의미에서의 투자지출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회사의 실질 현금흐름 창출력을 평가하기 위해 적절한 조정을 가한 주주이익은 다음과 같다.

 

[자료19] CJ인터넷 주주이익 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동사는 2004년 이후로 양호한 주주이익을 유지해오고 있다. 동사의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된 2004년은 CJ인터넷(舊 플래너스)가 CJ 그룹에 인수된 해로, 이때 CJ는 플래너스가 가지고 있던 영화사업부를 분사한다. 사업부 분사와 효율적인 자원배치가 이루어지자 CFO가 급증하였고, 지분 매각으로 인하여 투자현금이 흑자로 돌아서자 주주이익이 본격적으로 창출되기 시작하였다. 아래의 매출액 지표를 함께 참조하면 알 수 있듯이, 이미 매출액 규모는 CJ에 인수되기 전부터 유지되고 있던 것이어서 주주이익의 창출이 매출의 증대와는 큰 관련 없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CJ그룹 인수 후 진정한 캐시카우로 거듭난 것이다.

 

[자료20] CJ인터넷 외형 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이 회사는 외형상 매우 견조한 성장세를 실현하고 있다. 동사는 CJ에게 인수되기 전인 1998년부터 꾸준히 당기순이익을 내 오던 회사였으나, 인수 후에 이익수지가 급격히 개선되어 지금의 순이익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2001년 MMORPG게임인 라그하임의 퍼블리싱 대성공으로 인해 매출액이 급성장하였고, 영화사업에 뛰어들었다가 CJ의 인수 이후 영화사업부를 다시 분사시킴으로써 게임전문기업으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자료21] CJ인터넷 자산 항목별 비율 (단위 : %), 동사 영업보고서

 

대차대조표상의 자산구성을 살펴보면 영화사의 지분을 처분하여 높은 투자자산 비중을 조정하고, 게임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2005년 이후 게임포털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현금을 축적하기 시작하면서 현금 및 단기금융, 유가증권의 비중이 50%에 가까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성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높은 현금비중은 재무구조가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지만, 낮은 수익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동사의 이익률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의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동사는 동사가 속한 게임업계의 특성상 업황의 급변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다른 업종에 속한 기업들보다는 현금의 보유 필요성이 높은 편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게임 회사를 매수하며 이 회사에 딸려 있는 순현금을 단순히 보너스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은 회사의 가치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 동사가 보유중인 현금의 상당부분은 사실상 비상용 안전판이다.

 

[자료22] 엔씨소프트 현금흐름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위 차트는 엔씨소프트의 현금흐름표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동사가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끊임없이 창출해 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영업현금흐름의 흑자폭을 넘어서는 만큼 현금흐름에 있어 적자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 회사는 현금흐름을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자료23] 엔씨소프트 주주이익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지난 10년간 NC소프트의 주주이익 그래프이다. 투자현금흐름에서 많은 적자를 보여주던 것과는 달리 실제 투자액이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온다. 2003년과 2005년에는 일시적으로 주주이익이 소폭 적자로 돌아서긴 했으나 그 외의 경우에는 현금성 주주이익을 창출해 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금흐름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다른 제조 회사와는 달리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아닌 금융자산 투자의 비중이 높다. 이는 유가증권 및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조금이나마 높은 이자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즉 동사는 영업자산에 대한 투자가 아닌 비영업자산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투자금액은 회사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줄 수 있는 금액이다. 동사는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둔 현금을 차기작 개발을 위해 사용하였다. 이렇게 모아온 자금으로 개발한 아이온이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니 엔씨소프트 주주는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것이다. 만약 신작 개발이 실패하였다면 그 동안 모아놓은 현금을 모두 소진하고 동사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즉, 이 회사가 그 동안 창출하였던 기업가치가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자료24] 엔씨소프트 유가증권 및 금융상품 순 투자액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동사는 1999년부터 꾸준히 여유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해왔다. 그래프는 유가증권가치의 순증가액도 포함한 금액이나 그 비중이 극히 미미하여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2007년에는 아이온 개발을 위해 대규모의 비용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2005~2007년도에 금융자산에 대한 순투자액이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2007년에는 금융상품이 처음으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에는 3분기까지 약 640억 가량을 개발비로 사용하였으나,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개발비 투자는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한다.

 

[자료25] 엔씨소프트 외형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손익계산서상의 매출액과 이익 추이이다. 리니지 2의 성공으로 매출액은 2004년 정점을 기록한 후 완만한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04년 이후 매출액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매출총이익에서는 변화가 없다. 이는 판관비 항목에서 대규모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동사는 신작 아이온의 개발 기간 동안에 발생한 개발비를 전액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판관비가 급증하여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해당 기간 동안 지출된 연구개발비를 감안하여 이익을 수정하여 보면 실제로 리니지에서 나오고 있는 이익은 그리 줄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신규 출시된 아이온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인해 향후 이익수지의 전반적인 호전이 예상된다. 동사의 2008년도 손익은 최근까지 반영된 아이온의 개발비 효과로 인하여 하향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되나 향후 신작 개발비 부담이 줄어들고 본격적으로 아이온으로부터의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료26] 엔씨소프트 주주이익 추이 (단위 : 10억), 동사 영업보고서

 

앞서 설명하였다시피 동사는 개발비를 전액 판관비로 계상하고 있다. 이에 실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창출력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다. 이에 영업이익의 차감 항목으로 계상된 개발비를 CFO에서 차감되는 항목으로 고려하지 않고, 이를 CAPEX로 고려하여 주주이익 그래프에 수정을 가하였다. CFO와 CAPEX에서 각각 개발비를 더하고 빼 주어서 계산하였기 때문에 주주이익에는 변화가 없으나, 2004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영업현금흐름이 실상 리니지 부문의 이익 감소에 기인한 것이 아니며, 영업현금흐름을 줄이는 개발비에 대한 투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수정된 주주이익 그래프를 통해 지난 기간 동안 리니지의 수익성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자료27] 동사 자산 항목별 비율 (단위 : %), 동사 영업보고서

 

동사의 자산구성에 있어 특이한 점은 리니지2, 아이온 개발에 수백억의 개발비를 사용하면서도 줄곧 무차입경영을 유지해온 것이다. 동사의 자산구성을 살펴보면 2000년 이후 엔씨소프트의 자산의 50% 이상이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 NC소프트는 영업에서 나오는 현금흐름만으로도 충분히 신작을 개발해 왔다는 것이다. 어쩌면 리니지를 즐긴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돈으로 아이온을 개발한 셈이다.

 

국내 최대의 게임포털은 NHN이 보유하고 있는 한게임이다. 그러나 한게임의 경우에는 NHN과 한 몸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사업부문의 현금흐름을 별도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현금흐름 분석을 생략하였다. 한게임은 퍼블리싱 게임에서는 많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으나 자체개발 보드게임 및 테트리스에서 유난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게임은 외국의 유명 게임을 온라인화 한 게임들(ex 반지의제왕,킹덤언더파이어 등)의 퍼블리싱을 따오는 등 퍼블리싱 게임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료28] 예당온라인 자산 항목별 비율 (단위 : %), 동사 영업보고서

 

오디션을 통해 주목을 받은 게임개발회사 예당온라인이 있다. 2005년에 예당에 의해 인수되면서 우회상장과 관련된 핫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이 회사는 2005년 프리스톤을 합병하면서 게임개발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프리스톤테일은 2002년 개발된 게임으로 한게임에서 퍼블리싱한 대표적인 MMORPG 게임이었다. 동사는 2005년 9월 벅스 게임 포털에 런칭한 오디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순식간에 대표 게임개발사로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06년 쇼이스트, 예당미디어, 이텐티브이 등에 투자하면서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제 예당온라인은 단순히 게임개발사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게임회사로서의 예당온라인에 대한 현금흐름 분석 역시 생략하도록 하겠다.

 

CJ인터넷과 엔씨소프트의 사례는 게임업체들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게임업체에 대해 우려하는 것과 달리 꾸준한 주주이익을 만들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무제표 분석의 한계는 지금까지 보여왔던 수익성에 대한 지표가 미래의 현금흐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미래의 매출액과 현금흐름을 예측하려면 게임의 흥행 여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 게임에서의 승자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발사가 들인 개발비, 화려한 그래픽, 신선한 게임 방식, 유저 인터페이스의 편의성 등과 같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도 흥행에 실패하고 마는 비운의 게임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며, 오히려 유저들이 불편해하며 그래픽 수준이 낮으면서 유저들의 불평불만이 많은 게임임에도 흥행작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론 불편한 인터페이스나 레벨업의 지루함 등과 같은 요소가 중독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게임의 성공을 판단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이것은 인터넷 게임업체의 미래가치 계산의 난해함으로 이어진다.

 

 

게임의 흥행을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그래픽이 아니라 게임성이다

 

지금보다 이전 세대에 Xbox, PS2, GameCube가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던 당시에는 세 기종의 그래픽 수준이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재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대표적인 비디오 게임기는 Xbox360, PS3, Wii인데, Xbox360과 PS3는 그래픽과 사운드의 측면에서 전작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반면의 닌텐도의 Wii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이전 세대의 게임 콘솔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매되었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이런 하드웨어 스펙으로 어떻게 차세대 게임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으나, Wii는 닌텐도 특유의 게임성으로 경쟁자들과 정면승부 하였다. 닌텐도의 Wii는 위모콘과 같은 흥미롭고 다양한 입력 방식을 이용하였으며, 비쥬얼적인 면에 비교적 덜 집중하는 대신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시도하여 마침내 다른 게임 콘솔들이 미처 진입하지 못한 틈새 시장을 개척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게임을 많이 이용하고 그래픽적인 요소에 민감한 10~20대의 헤비 게임 유저를 타겟으로 삼은 반면, 닌텐도의 Wii는 라이트 유저를 대상으로 하여 육체적인 운동을 하게 만드는 컨트롤 방식을 응용한 게임 타이틀과 건강관리를 위한 타이틀, 교육용 타이틀 등을 발매하였다. 또한 CM에서도 자사의 제품이 쉽고 단순한 조작 방식으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콘솔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로써 닌텐도는 게임에 참여하는 연령층을 한정된 헤비 게임 유저들에게서 전연령층으로 확장시켰고, 이는 특히 게임 콘솔에 대한 구매력을 가진 초등~고등학생의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성공하였다. 일반적인 게임 콘솔을 위해 발매되는 타이틀 시리즈의 경우 이미 게임의 조작법이나 시스템을 전작을 통해 습득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진입하는 신규 유저에게는 난이도가 높을 수 밖에 없어 진입하는 데 굉장한 장애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면 닌텐도의 게임 타이틀은 대부분 시리즈물이 아닌 완전한 신작이며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기존에 다른 콘솔을 통해 게임을 즐기던 헤비 유저들까지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인해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판매중인 게임 콘솔 3종, 누가 Wii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현재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PSP와 NDSL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소니 사의 PSP는 뛰어난 하드웨어 스펙으로 게임 콘솔로 나온 게임들을 리메이크하는 위주로 게임을 내놓으며 집에서 하던 게임을 움직이면서 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유저들에게 접근하였다. 반면 닌텐도는 NDSL의 듀얼 스크린 과 하단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새로운 입력 방식을 유저에게 제안하였고, 게임 타이틀도 기존 타이틀의 리메이크에서 벗어나 NDSL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게임으로 이용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였다. NDSL은 그 기계 자체의 스펙은 PSP에 비해서 훨씬 떨어졌지만,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되었다.

 

즉, 닌텐도의 예는 게임의 흥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게임성이지, 게임 콘솔의 스펙이나 컴퓨터의 높은 사양에 기초한 비쥬얼적인 측면이 이용자들의 게임 구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이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을 무작정 화려하게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자신이 제시한 사양에 따라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웠던 네오위즈의 온라인 FPS 게임 AVA는 발매 전 베타 테스트 때부터 업계의 화두로 떠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았던 것은 잠시뿐이었다. 이는 AVA의 게임성이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하고 지금 하던 게임에서 AVA로 주로 하는 FPS게임을 바꿀 만큼 파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유저를 확보한 온라인 FPS 장르의 경우 게임 간에는 그렇게 큰 내용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은 본질적으로 ‘함께’ 플레이한다 라는 개념이 강하다. 게임 이용자가 AVA를 플레이 하기에 적절한 컴퓨터 사양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하여도 자신과 함께 플레이를 하던 다른 사람들까지 한번에 옮겨갈 수 있을 정도로 사양의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혼자 게임을 즐겨야 하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기 쉽지 않다. 이에 고사양 컴퓨터 유저의 경우라도 게임을 즐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온라인 게임의 컴퓨터 사양은 대부분의 유저들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도록 저사양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즉, 온라인 게임은 컴퓨터의 기술 진보를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경우에도 예외는 분명 존재하는데, 바로 유명 게임 회사들의 대작 게임들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이 게임 사용자의 컴퓨터 업그레이드 수요를 이끌 수 없는 반면, 게임을 통한 컴퓨터의 업그레이드의 수요를 이끌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형 게임 개발사가 있는데 이 둘이 바로 블리자드와 NC소프트이다. 게임 발전의 역사상, 두 회사에서 출시된 신작 대작 게임들의 폭발적인 수요는 컴퓨터 업그레이드 수요로 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게임을 접할 수 있는 컴퓨터 사양을 갖추지 못한 게이머들에게는 게임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 때 테스트 공간으로 쓰이는 곳이 바로 PC방이다. PC방 이용자는 유료 회원과 무료 회원의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다. 많은 이용자가 가까이 하기에 어렵거나 과금 방식 때문에 가정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PC방 접속자가 급증하고 있는 경우, 이는 많은 유저들이 가정의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는 다시 이 유저들이 가정에서 게임을 이용할 유료이용자 될 것이라는 증거가 된다. 그래픽이 좋은 게임이 컴퓨터 업그레이드의 수요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게임성을 갖춘 게임이 그래픽도 좋아서 컴퓨터 업그레이드의 수요를 부르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PBR의 함정

 

대부분의 인터넷 게임주는 PBR이 높다. 이는 비단 게임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인터넷 기업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자체가 고평가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기업의 수익 창출력은 일반적인 제조업 회사와 같이 유형자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사가 미래 수익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대부분 무형의 자산(프로그램,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다른 제조업체 등과 달리 유형자산, 투자자산 등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개발비로 인식된다. 많은 경우 개발비를 전액 자산으로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개발비로 인한 미래 현금 흐름의 양과 시기를 적정하게 추정할 수 없다) 투자한 비용이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다(NC소프트의 경우에는 개발비를 전액 당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자산의 정의가 미래 효익 창출에 근거함에 기초하여 볼 때, 인터넷 기업들의 장부는 상당부분 기업의 자산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PBR이 높다고 하여 인터넷 기업들이 고평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판단의 왜곡일 수 있다.

 

 

게임포털 vs 대형게임 개발회사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게임포털은 퍼블리싱의 방식을 통해 게임 개발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는데, 이 방식의 장점은 자기가 개발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 실패의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즉 게임포털은 자체 개발한 대형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회사에 비해 수익의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에 서 있다. 게임 포털 회사 이전의 게임 회사 수익모델은 게임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후에 이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는 방식이었는데, 게임포탈에서 트래픽을 불러오는 주요 요소인 보드게임의 경우에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개발하는 데에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며, 새로운 게임 개발을 하기 위해 창의성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게임포털은 단지 다른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들을 온라인 서비스 하기로 계약을 함으로써 신작 게임 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며, 포탈 내의 여러 게임에 대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개발사의 측면에서도 서버 운영을 퍼블리셔에게 맡김으로써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이용자는 한 개의 게임포털 아이디로 게임포털 내에서 서비스하는 여러 게임을 이용할 수 있고,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하여 현금결제 면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게임을 동시에 운영하는 게임포털회사는 신작 게임이 실패했을 경우에도 회사의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편이고 개발을 위해 비용을 감수하지 않은 만큼 개발비의 지출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 게임을 포트폴리오의 형식으로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이 실패했을 때 받게 되는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가 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는 것보다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것이 안전한 법이다.

개발사

개발사

개발사

사용자

사용자

게임포털

현재는 게임포털들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게임 자체 개발 역량을 늘리려고 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CJ인터넷은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점점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개발업체에 대비하여 자체적인 개발능력을 늘리려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개발업체 몸값 상승의 원인으로 들 수 있는 것으로 (1) 퍼블리싱 게임들이 기존의 캐주얼 게임 일색에서 벗어나서 점점 대형화되어 가는데다가 (2) 해외의 대형 게임회사들도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게임포털과의 제휴를 통해 한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국내 개발사들도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점점 게임의 개발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그에 따라 게임의 몸값이 올라가게 된다. 그러니 퍼블리셔인 게임포털업체는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하여 게임포털 측에서는 개발사를 직접 인수하거나 자체개발 역량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형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의 현금흐름 프로세스는 흡사 영화제작산업과 비슷한 형태를 띤다. 즉, 일종의 도박에 가까운 셈인데, 영화든 게임이든 사운을 걸고 도전한 프로젝트가 한번 성공하게 되면 대박으로 이어져 10년 동안 밥줄이 될 수도 있고, 실패할 경우 빚만 잔뜩 진 채로 업계에서 퇴장 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한국영화 열풍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영화사들은 코스닥 열풍을 타고 벤쳐캐피탈 회사 등을 통하여 자금지원을 받아 영화 하나를 만들어 놓고 정작 흥행에 실패하여 망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는 게임회사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지 않는 이상 게임 개발이 실패하게 될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오디션이라는 한 가지 게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예당온라인은  언젠가는 신작 게임의 개발이 필요할 터인데, 현재 오디션을 제외하곤 히트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프리스톤테일 시리즈뿐이다. 그런데 현재 프리스톤테일 시리즈의 부진한 매출을 고려해 보았을 때, 오디션의 인기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이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게임 개발사로서 개발 실패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한 자금력이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빈약한 예당온라인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성공으로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을 위하여 타인의 자금을 차입할 필요가 없었다.

반복 구매자가 게임회사를 먹여 살린다

 

회사가 존속되려면 수익을 창출하여야만 한다. 게임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포털 업체같이 광고 수입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임회사는 무료 게임 이용자를 위한 봉사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유료 유저들의 이용료 납부를 통해 회사를 유지, 발전시켜야만 한다.

 

유료 이용자에 대한 과금 방식은 MMORPG가 온라인 게임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시절에는 한달 이용에 대한 정액 이용료를 납부하는 완전유료화 방식이 대세였다. 완전유료화 방식은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에 상관없이 한달에 월정액을 받기 때문에 ARPU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게임을 엔터테인먼트의 수단으로 삼는 젊은층의 구매력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그 유저의 수가 완전유료화되지 않은 온라인 게임들에 비하여 적어지게 마련이다. 완전 유료화 게임의 반복 구매 패턴은 1개월이든 3개월이든 월정액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한달 정액요금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에게 정액요금 전체를 지불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유저에게 한달 정액요금 이상의 금액을 받아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용자수

월 결제금액

[자료29] 유료 게임 이용자의 구매금액 분포, 하늘색 선 - 완전유료화 게임, 남색 선 - 부분유료화 게임

 

게임포털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보드게임에서 수익을 얻기 위한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기본적인 게임 이용에 대해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자신을 꾸밀 수 있는 아바타나 향상된 권한을 부여하는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게임포털 내 보드게임에서 사용되던 부분유로화 정책을 여러 게임에 걸쳐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은 넥슨이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등의 캐주얼 게임에서 넥슨이 보여주었던 유료 아이템 판매 전략과 상품 개발 능력은 이후 타 개발업체의 본보기가 되었다. 넥슨은 횡스크롤 RPG인 메이플스토리를 대흥행시켰고, 그 후에 대부분 완전 유료로 제공되던 MMORPG 게임시장에 부분 유료화 개념이 폭넓게 도입되었다. 부분유료화 게임은 일단 무료로 게임을 개방함으로써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의 숫자가 완전유료화 게임보다 많은 반면, 유료 결제하는 회원의 평균 단가는 완전유료화 게임보다 무척 낮다. 하지만 부분유료화 게임은 각종 편의 아이템 옵션의 가격은 비교적 싼 편이지만, 모든 아이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완전유료화 게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한 일명 ‘폐인’ 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게임머니를 많이 가지고 있고 고레벨 캐릭터와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이용해 게임머니를 일반 유저보다 빠른 속도로 모을 수 있다. 이들은 게임머니를 이용자간 거래를 통하여 실제 현금으로 환전한 후에 유료 아이템을 많이 구입하는데, 이러한 매니아 유저들은 일반적인 이용자가 부분유료화 게임에 지불하는 금액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금액을 지불한다.

 

엔씨소프트에서 최근 발매한 아이온은 완전유료화 게임이지만, 일부 부분유료화성 요소를 도입하였다. 1달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정액제 이용권을 발매하는 대신에 가격이 조금 더 싼 30일 300시간 이용권을 발매한 것이다. 300시간을 30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10시간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는 하루평균 10시간 이상을 게임 속에서 보내는 폐인들이 생각 외로 많다. 따라서 300시간 이상을 이용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추가로 요금을 받으면서 회사는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게임은 여가의 열등재

 

게임은 경기불황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첫번째 이유는 게임 자체가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독성은 게임을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넘어 게임을 하는 행위나 게임 내 캐릭터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기 때문에 게임 이용에 대한 경제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은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게임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게임이 저렴한 여가활동이기 때문이다. 다른 오락수단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게 되면 인터넷 게임의 이용비중이 높아진다. 이는 인터넷 게임이 다른 여가 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2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데 1인당 8,000원이 들지만 PC방 이용료는 일반적으로 시간당 1,000~1,500원에 불과하다. 만약 이조차 부담스럽다면 집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도 많이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기를 꺼리게 되고 집 안에서 여가를 하려는 성향이 가중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TV와 같은 대중매체 소비와 인터넷 게임 이용이 늘게 마련이다. 즉, 게임은 소득의 감소가 여가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로 이어지는 열등재이다. 이는 경기침체 때 이익이 감소하는 다른 업종과 달리 게임업체들은 경기변동에 따라 수익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게임업종은 경기불황시 매력도가 커지게 된다.

 

 

전환비용이 게임의 장수를 돕는다

 

2003년 10월 리니지2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리니지1을 여러 해 플레이 해왔던 유저들은 리니지를 떠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자신이 육성했던 캐릭터와 아이템을 버리고 떠나기가 아쉬웠던 것이다. 리니지2가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리니지1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즉, IT기업이 만들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해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이 떠나갈 때 서비스 이용에 있어 전환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 게임의 경우에는 이용료를 지불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육성한 캐릭터를 다른 게임에서는 쓸 수가 없다는 것이 상당한 전환비용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게임 내에서 자신이 예전 게임에서 가지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출발하여 다시 시간과 이용료를 투자하여야만 한다. 만약 아이템과 캐릭터를 현금으로 판매하고 새로운 게임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하여도 게임 내에서 예외적인 정도로 경력을 쌓지 않는 한, 유저가 얻을 수 있는 현금의 가치는 그 동안 투자한 이용료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이렇듯 전환비용의 존재는 이용자가 한 게임에서 다른 게임으로 미련 없이 옮기게 되는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게임 내에서 쌓은 인간관계도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급변하는 게임 산업 내에서 대작 게임이 의외로 장수하는 이유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이 전환비용의 영향이다.

 

 

인터넷 게임주는 가치주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기업 가치의 상당부분이 미래 가치에 달려 있는 인터넷 게임주의 경우, 그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미래 현금흐름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CJ인터넷의 경우 게임포털 업체이기 때문에 미래의 현금 흐름을 어느 정도 보수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지금의 상승추세를 모두 반영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엔씨소프트의 경우에는 아이온의 성공으로 인한 수익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1,2를 서비스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개발비를 제외한 미래 오히려 게임포털보다도 쉽게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현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듯 주가가 이미 높은 가격대에서 형성되어 있어 저평가 매력이 높지 않다. 또한 아직까지 아이온의 무조건적인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리니지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디아블로 II의 후속작인 디아블로 III가 발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CJ인터넷은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엔씨소프트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거래되고 있다.

 

가치투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주가가 내재가치 이하로 거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주는 앞에서 말한 여러 이유들로 인하여 과거의 지표를 통해 미래의 수익을 파악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내재가치에 대한 판단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단지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감소를 우려하여 인터넷 게임업계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다. 보수적으로 판단한 미래 현금흐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면, 가치투자의 대상으로서 이만한 기업들도 없다. 단, 반드시 보수적으로 산출한 미래 현금흐름이어야만 한다. 인터넷에서는 우리의 예측을 넘어서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소개구리도 천적이 생기게 마련이다

 

거품이 걷히고 난 후에 살아남은 인터넷 기업들은 분명 놀라운 와해적 성향의 기술로 무장해 있다. 온라인 포탈은 신문에 비해 강하고,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보다 편리하다. 온라인 게임 역시 기존의 콘솔 게임에 비해 게이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기존 산업의 생태계를 이들 온라인 업체들이 무자비하게 파괴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분명 와해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가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파괴해 나갈 때 황소개구리의 천적이 자연적으로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또한 공해로 인해 저수지가 메워져 황소개구리의 개체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 이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 네이버에게 천적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래에 또 나타날 어떤 새로운 와해적인 기술을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순간 우리들은 자연스럽게도 포탈 서비스라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이 때 새롭게 제공될 서비스의 형태는 지금 우리의 머리 속으로 상상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황소개구리는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강하다. 천적이 나타나기 전까지 상당기간 왕좌를 유지할 것이다. 그래서 황소개구리에 투자하고 싶다면 여러 황소개구리 중에 가장 오래 살아남을 것 같은 녀석을 골라야 한다. 황소개구리의 개체수가 줄어들었을 뿐이지, 여전히 상당수는 섬으로 숨어들어 그곳의 생태계 파괴를 지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황소개구리가 살고 있는 연못이 메워지지 않는지 주의를 곤두세워야 한다. 아무리 연못의 최강자 황소개구리 일 지라도 연못 자체가 오염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온라인 포탈 사업에 투자하고 싶으면 포탈 산업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 같은 이치이다.

                                                                                                            [서울대학교 투자동아리 SNU VALUE]
                                                                                                  작성자 정기홍, 장완욱, 전민제, 조준령, 태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