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활성화 하자 / (上) 국내 현주소◆
국내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최고점 도달과 네 자릿수 안착이라는 성과를 냈다.
주식의 손바뀜 정도를 보여주는 매매회전율이나 거래대금 등 양적으론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하루 거래량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사실상 '휴면' 상태인 종목이 즐비하다.
또 급등락을 거듭해 주가를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은 결국 주가 안정성을 해치고 저평가를 초래한다.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제도는 국내증시의 거래 부진 실태와 부작용을 타개할 대안으로 주목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전방. 지난 20일 이 종목의 거래량은 놀랍게도 '0'이었다.
단지 이날만의 현상이 아니다.
9월 한 달 동안 거래량이 없는 날이 13일이나 됐다.
거래가 있는 날조차도 100주 안팎으로 매매가 이뤄졌다.
상장은 돼 있지만 거래가 지나치게 부족한 종목들이 수두룩하다.
20일 하루만 따져도 거래량이 1000주도 안되는 종목(우선주 제외)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16개, 11개가 나왔다.
우선주를 포함할 경우 그 수는 거의 100 개에 이른다.
◆ 저유동성이 저평가로 이어져
=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의 손바뀜 정도를 보여주는 매매회전율은 한국증시가 122.6%로 뉴욕(91.4%), 도쿄(90.5%), 런던(101.4%)에 비해 높았지만 주가변동성은 1.52%로 뉴욕(0.72%), 런던(0.71% ), 도쿄(1.42%)보다 크다.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상위 100개 종목이 전체 거래대금의 80% 이상을 차지한 반면, 하위 500개 종목은 2.5%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하루 평균 거래량이 5만주에도 못 미치는 종목이 절반을 넘는 상태다.
주가 변동성이 큰 것도 저유동성 종목이 소량 매매에도 가격이 급등락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낮은 유동성 탓에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중장기 투자자들이 저유동성 종목을 외면하고 이는 다시 유동성을 더욱 저하시키면서 기업 가치가 낮아지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정재만 한림대 교수는 "유동성 빈곤은 주가의 불안정성과 거래비용 증대를 초래하고 투자자의 외면으로 이어져 해당종목 주가를 저평가시킨다"고 말했다.
◆ 거래부진 종목, 증권사가 직접 매매
=유동성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유동성공급자(LP)제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LP제도란 상장사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LP가 돼 지속적으로 그 종목의 매도ㆍ매수 주문을 내면서 거래를 일으키는 장치다.
매도ㆍ매수호가 차이가 큰 경 우 증권사는 이를 좁히는 방향으로 호가를 제시하면서 매매한다.
예를 들어 매도주문이 1만6000원에 있고 매수주문이 1만5000원으로 호가 격차(스프레드)가 커 거래가 부진할 경우 증권사가 1만5600원에 매도, 1만5500원에 매수 주문을 내 호가 스프레드를 줄여 매매를 일으키는 것이다.
채남기 증권선물거래소 주식매매제도팀장은 "내년 1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중인데 일단 유동성이 좋은 상위 50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 대해서는 LP제도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다"고 말했다.
LP참여 상장사에 대해서는 연부과금 면제, 거래 부진으로 인한 퇴출 일시 유예 등 혜택을 주고, 증권사에 대해서는 거래세 면제를 검토중이다.
전문가들은 LP제도 도입은 거래활성화로 주가 안정성과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는 결국 기업과 주주 이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03년 5월 이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 스톡홀름거래소는 LP지정 상장사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36만여 주에서 128만여 주로 250% 가까이 늘었다.
주가 변동성도 30% 정도 줄었고 물론 주가도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