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우차판을 보며 배우는 투자의 지혜

어제 LG투자증권의 이동원 애널리스트가 이런 자료를 발표했더군요.

"대우차판(04550) '강력 매수(strong buy)', 12개월 목표주가는 23,700원!"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판단이 정확하다면 대우차판의 12일 11일 10시 현재 주가가 10,550원이니까 무려 100%가 넘는 상승여력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동원씨가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니 송도 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대우차판의 토지가치가,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송도 신도시 개발 계획의 덕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이 대우차판의 주가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우차판 주식을 100주 사면 송도의 땅 1평을 덤으로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네요. 주식은 참 대단한 투자수단입니다. 주식투자로 부동산도 살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 소식을 접하니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아주 옛날은 아니구,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한 6개월 정도 뒤니까, 한 2년 정도 됐겠군요. 아!, 제가 존경하는 '피터 린치 옹'은 챠트를 보며 옛날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저도 챠트를 이용해야겠습니다. 기술적 분석은 아니구요, 그냥 옛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챠트는 팍스넷의 신세를 좀 져야겠네요.

2년 전의 대우차는 IMF한파와 김우중아저씨의 무리한 확장경영에 의해(뭐,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서도), 안타깝게도 쓰러졌습니다. 그리하여 대우차판의 주가 역시 2000년 12월 말 720원까지 패대기쳐졌지요. 그 이후의 주가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니 안하니 하는 매스컴의 발표와 함께 춤을 추어댔습니다(매스컴과 함께 춤을?).

저는 들을 때마다 아주 한심하게 느껴지는 투자자들의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 그 때 샀으면 지금 얼마 먹었는데...!", 아니면 " 그 때 팔았어야 했는데...!"하는 말이죠. 그런데, 우습게도 얼마전 20년동안 사학기금에서 일을 해온 펀드매니져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도 그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들은 후부터 그 강의를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흐흐흐~

위의 챠트를 보면 최저가가 720원이었으니까 설사 최저가에 못 잡았다고 해도 GM인수설이 나오고 난 후에도 충분히 저가에(이를테면 2,000~3,000원 내외) 주식을 매입할 기회는 있었죠.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주식의 매입을 꺼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많은 투자자들이 대우차의 해외매각이 실패하고, 대우차가 해체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대우차가 결코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확신했습니다. 근거가 뭐였냐구요? 당시 우연한 기회에 인천 부평에 위치한 대우차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견학 내내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철망들 위에 걸려 있는 수없이 많은 현수막들이었습니다. 그 현수막들은 대우차의 수많은 하청업체, 택시 회사, 인천 시민단체 등에서 걸어 놓은 것이었고 하나같이 대우차가 살아나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전 그것을 보고 이미 인천 지방 경제에서, 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우차가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견학을 통해 대우차가 망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또 조금 후에'매그너스'라는 괜찮은 신차가 출시되었으며 마티즈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 역시 저의 이런 믿음에 힘을 실어주었죠.

결과적으로 저는 이 주식을 2,700원 대에 매입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들고 있었더라면 약 400%의 수익률을 올리며 실실대고 있었겠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4,000원 중반에 이 주식을 모두 매도하였습니다. 물론, 매도할 당시에도 더 기다리면 더 큰 수익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큰 수익이 언제 올지, 또 지금 확보된 이 수익이 모두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저의 판단력에 더 많은 영향을 주었죠.

이 일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바로 '확실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면 여유있게 기다릴 줄 아는 투자자가 되자!'였습니다. 대우차가 GM에게 인수된 것은 어찌보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나 다름없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투자자 역시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에겐 그것을 느긋하게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한 여유가 엄청난 수익률의 차이를 만드는 경험을 저는 2~3번 정도 한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일이야 어쩔 수 없다해도 앞으로는 놓치지 말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