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 기회비용에 대한 평범한 잡담

..  시험이 산더미처럼 쌓인날...머리를 조금 비우고자 글을 몇자 끄적여봅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구별한다는 것은 때에따라서는 말장난에 불과한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금의 주식시장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식 투기자들일 것입니다. 단순한 시세차익..돈따먹기죠. 차라리 투자라면 옆집 아저씨가 이번에 수퍼마켓을 하나 차린다는데 그 아저씨가 장사 수완이 아주 좋아서 거기에 조금 투자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그것일 겁니다.

세상은 참...묘합니다. 주식시장에 있는 기업이나 시장밖에 있는 회사나 똑같은 회사이고 그것이 주식회사의 형태라면 똑같은 주식회사일텐데..어찌해서 옆집아저씨가 시작하는 장사에 좀 투자하라면 그 아저씨가 장사 수완이 있는지, 수퍼마켓 목은 좋은 자린지...규모는 얼마인지 이런거 저런거 따져가면서 투자하면서 왜 상장된 회사에는 전~~혀 그렇지 못한지 모르겠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처럼 상장된 회사에서는 날마다 '주식아저씨'가 나와 우리와 적당한 가격에 흥정을하려 들어서 그 유혹에 못이겨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만약 주식시장이 날마다 주식가격을 불러주지 않는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주식으로 돈 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ㅋㅋ)

이런 소리하면 많은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너는 아직 주식시장의 무서움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깨져도 한참을 더 깨져야 넌 정신차려 이눔아...여기가 얼마나 힘없고 무지한 인간들 등쳐먹을려고 야단인 살벌한 동네인데 말이야..라고..

주식시장이란 곳을 세력이 판을 치고 정도가 통하지 않고 어떻게든 나를 잡아먹으려는 덩치큰 넘들에게 당하지 않을 제간을 키워야 살아남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죠.

반면에 소위말해서 가치투자 한다는 분들은 세상 어느곳에서든 정도는 통하고 진리는 한곳으로 통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진정 회사의 오너가 되는듯 그렇게 회사를 고르고 그렇게 회사를 사면 반드시 그 회사는 나에게 적절한 보답을 준다. 주식시장은 치열한 전투장이 아니다..단지 내가 원하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주는 수퍼마켓이다 라구요..

어느 분의 말씀이 옳을까요? 라고 질문한다면 의견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전자의 사람들은 세상을 어둡고 살벌하게 살아가고 후자의 사람들은 세상을 밝고 여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이죠. 두 부류의 사람들이 돈을 벌고 못벌고는 차후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보고자 하는것은 기술적 투기의 무서운 기회비용입니다. 우리가 기술적 투기를 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날려버리고 있는 비용들엔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주식시장의 거래 당사자에 세력이란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의중을 파악해서 내가 먹히나 안먹히나 머리 굴리는 동안 피폐해진 정신, 날마다 벌어지는 시장가의 등락에 어떤날은 세상이 마치 내것인냥 희희낙락하다가 어떤날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에 사로잡히는 듯한 기분들로 냉랭해진 마음, 밤마다 그래프 쳐다보며 무엇인가 골돌하게 생각하는 동안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가족과 친구들...

내 본업이 무엇인지도 망각한채 본업에 관련된 서적엔 관심도 없고 육법전서보다 더 많이 읽어버린 주식관련 서적들...

이런것들을 한번쯤 생각해보면...과연 주식이란 요물이 수많은 가정에 어떤짓을 하고 있는지 가슴이 아픕니다.

억대 연봉이 가능한 시대...내 본업만 충실히 해도 억대 연봉이 가능한 시대...나는 그 본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주식시장에서 푼돈(?)조금 벌어보고자 수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진 않은지...내가 만약 수백억을 굴리는 펀드매니져라면 주식시장을 흑색으로 보든 백색으로 보든 마음이 피폐해지든 말든 주식에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덤벼들어야 함이 분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날들 수많은 시간을 포기하고 또 주식시장에 꼬라박아서 얻어낸 나의 수익은 과연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할만한 가치가 있었는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의 어두움을 알아가는 모습, 세상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고 이제 철이 좀 들었다..니가 이제 뭘 좀 안다라구요...철이 든다는 것이 과연 그러한 것이라면 그것이 인생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논제는 접어두고서라도 그렇다면 주식시장도 과연 그래야만 하는 곳일까요?? 주식시장이 얼마나 더러운 곳인지 알고 나도 같이 거칠어져서 피터지게 싸워도 끄덕없을 정도의 몸과 마음을 단련해야 하는 그런곳일까요?? 만약 그런 곳이 진정한 주식시장의 모습이라면 과감히 주식시장을 떠나야할 것입니다.

전 그만큼의 정신적 기회비용을 지불하기엔 몇천만원이란 돈은 하찬기 짝이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한...주식시장은 행복한 수퍼마켓이 될 수 있겠죠..

평소 갖고싶던 물건이 할인 행사할때면 어김없이 즐겁게 쇼핑하는 곳...

그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라고 생각하는 한...적어도 정신적 기회비용은 마이너스가 아니지 않을까요??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성공이란 보상을 주듯 그렇게 묵묵히 돈을 벌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에게는 주식시장은 주가상승이라는 보상을 해주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는 한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구요?? 그렇다면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 자신은 왜 주가는 그 회사 가치를 찾아간다고 '잘못 알고 있는','현실도 모르는 순진하고 멍청한' 사람들보다 돈을 못버는 것일까요??

행복한 투자를 꿈꾸며...수수료도 아까운데 나도 몰래 날라가는 기회비용이 못내 아까운 한 젊은이가 오밤중에 문득 잡담좀 해봤습니다.

(오늘도 나스닥이 폭락할까, 다우가 폭락할까 걱정하시면서 bloomberg를 보고있을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저의 모습이 아니길 바랍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아마 이런분들은 없겠지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