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스터 10人의 투자 철학과 노하우 (펀글)

머니마스터 10人의 투자 철학과 노하우

2002.10.04, 심봉섭

  

남들이 안 하는 소수게임 즐기고 위험 관리에 치중

▣ “뒤집어 생각하고 엉덩이 무거워야 부자된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여전히 축구 빠진 대화는 ‘히딩크의 어퍼컷 세리머니 없는 골’ 같은 요즘이다. 경영 일선에도, 투자기법에도 ‘월드컵 벤치마킹’ 일색이다. 월드컵 열기를 달구는 요인을 두 가지만 대라면 ‘성공과 비결’일 테다. 월드컵 4강으로 대변되는 놀라운 성공과 그 원동력을 캐내려는 호기심이 빚어낸 결과가 재계·경제계의 월드컵 열기다.

지금까지 연재한 머니마스터 열 명과의 대화 역시 ‘성공과 비결’에 대한 얘기다. 월드컵의 소재는 축구였고, 이 글의 소재는 돈일 뿐이다. 요즘 유행하는 월드컵식 신속담 중에 ‘피구 등 뒤에 송종국 달라붙듯’이란 말이 있단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열 명의 머니마스터들을 한마디로 설명하기에 이보다 잘 들어맞는 표현이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반복적인 일이 모여서 우리를 만든다. 그렇다면 탁월함은 업적이 아니라 습관이다.” 연재한 머니마스터 열 명의 탁월함도 업적이 아니라 습관이다. 끈기 있는 습관, 원칙을 지키는 습관, 뒤집어 생각하는 습관…. 이들의 여덟 가지 공통점을 정리해 본다. 독자들도 ‘성공의 습관’에 길들기를 바라면서.

▣ 투자의 기본은 ‘끈기와 집중력’

첫째, 끈기과 집중력이 있다. 과연 이게 비결일까. 반문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투자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끈기와 집중력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일. 그런 점에서 ‘만인이 다 아는 비법’이다. ‘몇 달 만에 몇 십억을 벌었다’는 식의 책을 쓴 사람도 ‘여기 투자비법이 있소’ 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단 한 명 없었다.

오히려 ‘비법은 없다’ ‘원칙이 중요하다’ 같은 맥 빠지는 소리뿐이었다. 펀드매니저, 잘나가는 투자자 같은 수식어에서 풍기는 ‘화려함’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두들 ‘여우’보다는 ‘곰’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신발이 닳도록 기업 방문을 하고(김영수 튜브투자자문 사장), 밤 새워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문순민 웰시아닷컴 금융사업 본부장), 53권의 책을 독파(박경철 신세계 병원장)했다. 이런 성실의 동전 뒷면이 집중력이다. 한 가지를 시작하면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은 머니마스터 열 명의 공통점이었다.

이 중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 사장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 하나. 1986년 2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처자까지 거느리고 유학길에 오른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학교(일리노이대학)에서 조교(assistant teacher)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났다.

선발 방법은 실전 강의(15분간) 테스트. 유학생활 5개월짜리 영어회화 실력의 그가 뽑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학비 면제에 매월 7백∼8백 달러의 보조금까지 지급되는 ‘대박의 기회’ 앞에서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우선 미국인 과외교사를 채용해 강의 원고를 정교하게 작성했다. 철저한 발음교정을 받아가며 ‘미국인과 똑같은 발음’을 훈련했다. 그리고 한 달간 미친듯이 외우고 연습했다. 그 결과, 유학 4∼5년차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합격했다.

▣ 투자의 대가들은 장기투자자들

둘째, 원칙에 충실하다. ‘정보’에 의존한 단시안적 투자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편법을 동원한 투자는 간혹 한두 번 먹힐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번 것 이상의 돈을 날린다. 그나마 성공도 일회성에 가깝다. 게다가 편법은 언젠가는 탈이 나게 마련이다. 장기적인 성공은 모두 원칙과 기본 위에 있다. 그래서 머니마스터들은 뭣보다도 ‘기본에 충실하라’ ‘원칙을 지켜라’고 외친다.

별난 비결을 개발해 내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원칙을 ‘실천’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가치투자(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이사 등 6명의 주식 마스터스), 시간과 위치(김대형 코람코 이사), 시나리오와 사람(하성근 KTB영화사업본부장) 등 제각각 투자의 원칙은 달랐지만, 원칙을 세우고 고수한다는 점은 같았다. 그리고 그 원칙은 모두 장기적으로 시장을 관통하는 흐름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런 확고한 원칙이 있기에 조바심도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엉덩이가 무겁다. 값이 조금 올랐다고 금세 팔지 않는다. 자신이 세운 원칙에 도달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이런 느긋함이 있기에 어쩌다 대박의 기회가 왔을 때 큰 수익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뒤집어 생각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김병철 채권운용팀장은 자신의 성공요인을 “매사에 호기심을 갖는 태도”라고 말했다. 박종규 메리츠투자자문 사장도 투자자의 자질로 “매사에 의문을 품고, 다른 눈으로 비틀어 보고, 색다른 사고를 할 줄 아는 능력”을 꼽았다. 시리즈에 등장한 모든 머니 매니저들도 마찬가지다. 범상해 보이는 일에도 ‘왜?’ ‘과연 그럴까?’ 하고 의문부호를 단다.

그러다 보면 틈새가 보인다. 대중심리로 인해 왜곡되는 부분, 또는 모두가 무심하게 지나치는 바람에 비어 있는 부분. 그 곳에 수익이 있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빚어내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가 바로 이 틈새를 잡아내는 원동력이다. 대중심리가 변하는 지점을 포착하거나(김병철 팀장), 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주가의 내재가치를 집어내(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매니저들) 투자하는 방식이다.

▣ 소수의 법칙을 따라라

기존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습관의 김영수 사장. 그는 동양증권 투자분석부 시절, 일본 다이와증권에 3주간 연수할 기회가 생겼다. 연수팀마다 보고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하는 게 의무였다. 연수 프로그램 내용을 나열하는 게 그때까지 보고서 작성의 ‘전통’이었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기관마다 부실채권으로 고역을 치르고 있었다. 팀의 보고서 대표집필을 맡은 그는 다이와증권 창구에서 항의하는 고객들로 아수라장이 된 풍경, 교통비가 비싸서 전철과 기차를 타면서 고생했던 이야기 등을 경험한 그대로 재미있게 풀어 썼다. 전통을 깬 희한한 보고서였다.

보고서를 제출받은 담당 중역은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나머지 간부회의 때 말단 직원 김영수를 불러놓고 보고서를 발표시켰을 정도다. 이때 그는 또 한번 ‘될 성 부른 재목’이란 인상을 심었고 얼마 후 초년병 펀드매니저임에도 불구하고 사내 최대액수를 주무를 수 있었다.

넷째, 소수게임을 즐긴다. 한마디로 “남들 다 하는 대로 해서 어떻게 돈을 벌겠느냐”는 얘기다. 이들의 전성기는 모두 당시의 기성방식에 ‘반박자 빨리 가는 방법’ 또는 ‘틈새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채권업계에서 숱한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병철 팀장, 모두들 투자는 ‘벌려 놓는 것’인 줄 알던 시절, 가차없는 매각행진을 통해 대량감량 투자를 선 보였던 김영수 사장, 큰 목돈 없이는 집을 못 사는 게 상식이던 때 레버리지 기법으로 부동산 고수익을 올린 김대형 이사, 종목 발굴 및 가치투자의 흐름 속에서 고점매수 저점매도를 부르짖는 김지민 사장？ 다들 뭔가 한 가지씩은 ‘남다른 점’을 갖고 있다.

다섯째, 대박의 꿈보다는 안정적이고 지속적 수익을 쫓는다. 김지민 사장은 아예 “주식투자해서 돈 벌 생각은 접어라”라고까지 표현한다. 물론 진짜 말 그대로 돈을 못 번다는 뜻이 아니다. 큰돈을 벌겠다는 데만 집착하면 오히려 돈이 안 붙는다는 얘기다. 기대 수준을 낮추고, 욕심 없이 원칙을 지키다 보면 오히려 돈 버는 길이 보인다는 얘기다.

박종규 사장은 합리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라고 조언한다. 경상GDP(국내총생산) 증가율+알파 정도, 한국의 경우 연간 15∼20% 정도면 합리적인 테두리라고 말한다. 월 1% 수익만 꾸준히 올려도 연간 15.7%가 된다. 복리 덕분이다. 문제는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이다.

김지민 박사 역시 한 달에 1∼2%의 수익률만 올려도 성공한 투자라고 조언한다. 반면 1년간 50%의 대박을 내다가 이듬해 다 까먹는 식의 단발성의 화려한 실적은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손해다. 주식 마스터스 7명 모두가 “화려한 실적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합창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실패는 투자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

여섯째, 위기관리에 능하다. 상승장에서 돈 벌기는 쉽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돈 잃지 않기는 어렵다. 경영자의 진짜 실력은 위기 때 판명 난다. 경쟁에서는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고, 사업에서도 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렵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상승장 때 벌기보다 위기 때 잃지 않기가 더 어렵다. 고수들은 모두 ‘대박’보다는 ‘위기관리’에 훨씬 더 큰 무게를 둔다.

위기관리에 매달리다 보면 수익은 저절로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수 사장이 이름을 날린 계기는 IMF였다. 시장이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던 시기에 탁월한 위기관리·감량투자로 증권계의 기린아로 부상했다. 손절매 규칙을 강조한 김석규 B&F 투자자문 사장이나 목표수익률 대신 목표손실률(10% 이하의 손해는 안 보도록 책임진다)을 내거는 김지민 사장도 같은 맥락이다.

돈 버는 것보다 손해 안 보는 게 주식투자에서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의 진짜 실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식 마스터 전원이 ‘위기관리 능력’이라고 답했다.

일곱째, 결단력이 있다. 김지민 박사는 이를 ‘주식형 피’라고 표현했고, 김영수 사장은 ‘배짱’이라고 했으며 김석규·박종규 사장은 결단력이라고 했다. 각자 표현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말이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없다. 우유부단은 성공투자의 최대 적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집요하게 공부해 터득한 원칙. 일단 터득한 원칙이면 어떤 상황에서도 배짱을 지키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자기가 세운 원칙에 대한 믿음의 토대 위에 결단력이 있는 것이다.

여덟째, 실패는 두려움이 아니라 투자의 과정이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실패 없는 투자도 없다. 하성근 본부장은 영화투자를 “세 번 투자해서 두 번은 잃고 한 번은 크게 따는 것”이라고 했다.

백전백승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영원히 영화투자를 할 수 없다는 소리다. 3할대의 타율을 즐기는 사람이어야 영화투자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보통사람과 성공한 사람 간의 차이가 한 가지 있다면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보통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실패에서 배운다. 문순민 본부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4할대 타자도 6번을 죽었다. 6번을 죽었기에 뛰어난 타자다. 10할의 타자를 꿈꾸지 말라. 세상에 10할의 타자란 존재할 수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피와 땀 그리고 좌절을 배워라. 그 길에 더 많은 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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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수집한 글인데... 다시 봐도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