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 김창권 애널리스트

인터넷 주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 교보증권 김창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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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삶의 필수조건이 돼버린 인터넷. 실생활 뿐 아니라 증시에서도 인터넷 기업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99, 2000년 수많은 투자자를 대박의 환상에 빠지게 했던 인터넷 기업. 그러나 이후 거품이 꺼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아우성을 질러야 했다. 모두 허깨비를 본 것인가.

그러나 2002년 선도(先導)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드디어 '돈을 버는 방법'을 체득한 회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익 모델을 찾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인터넷 기업 주가는 슬금슬금 올랐다.

거품이 무참히 깨진 뒤 살아남은 자들의 축제같은 것이었다. 서울 증시 한켠에서는 이제야말로 인터넷기업의 진검승부가 이뤄지게 됐다고 말한다. 사업은 지금부터 시작이고, 주가도 다시 날개를 펼 것이라는 유혹적인 속삭임이다.

  

기자는 올해 최고 업종으로 인터넷을 꼽고 이 업종에 대한 비중확대를 외치는 교보증권 인터넷.엔터테인먼트 담당 김창권 애널리스트(35)를 만났다. 김 애널리스트는 1999년 교보증권 코스닥팀에서 처음 인터넷 관련주를 분석한 이후 지금까지 말그대로 인터넷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2000년 너도나도 인터넷분석가를 뒀다가 주가가 하락하자 담당을 없앴다. 그리고 지난해 인터넷 기업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다시 담당자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애널리스트는 1999년 이후 한 번도 인터넷과 떨어진 적이 없다. 그는 인터넷 거품시대와 그 이후를 모두 겪었다. 모두가 인터넷 기업을 외면할 때 그는 해당 기업을 방문해 "(영업)잘 하세요. 그래야 제 연봉도 올라갑니다"고 부탁했을 정도.

김 애널리스트는 이제 인터넷 업종도 다른 업종처럼 주가수익비율(PER)을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처럼 주가가 미래에 대한 기대에만 의지하기 보다는 현재의 실적을 따라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기루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Q: 인터넷 기업에 대한 재평가 얘기가 많다.

A: 지난해 4월부터 다음, 옥션 등 인터넷 우량주의 주가가 다른 코스닥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절대주가도 높아졌다. 인터넷 투자의 기준이 3년 사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과거처럼 성장성만을 바라보기 보다는 PER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주가가 실적을 따라가줘야 한다. 코스닥지수가 최근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는데도 다음, NHN 등의 주가는 그런대로 유지됐다. 또 기관과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들 종목을 꾸준히 매수한다. 이런 것을 보면 인터넷 기업 주가도 안정적으로 변한 느낌이다. 온라인광고와 전자상거래의 시장성이 입증됐고 메일과 게임 등 기존의 무료서비스를 유료화하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또 더 많은 요금을 받아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 개발에도 한창이다.

Q: 한 인터넷기업 CEO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삼성, LG, SK 등 거대기업을 대체할 인터넷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말을 했다. 김 애널리스트의 전망은?

A: 글쎄… 아직까지 인터넷기업은 포털 서비스가 주도하고 있다. 또 철저하게 내수시장 위주로 영업을 한다. 전자상거래 등 오프라인업무를 온라인으로 끌어오고 아바타 등 없던 사업을 대체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같은 전통 제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을 넘볼 수야 있겠는가. 유통중심인 롯데나 미디어사업체인 조선일보 정도를 겨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 삼성과 LG의 주력 사업을 인터넷 기업이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다.

Q: 얼마 전 '인터넷 대란'을 본 소감은?

A: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산업이 앞선 나라다. 그만큼 위험에도 많이 노출돼있다고 봐야 한다. 해커들이 한국을 노릴 수도 있다. 이번 대란은 금융거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등 사람들의 일상샐활에 인터넷이 어느덧 깊숙히 들어왔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앞으로 무선 인터넷이 발달하면 인터넷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닥칠 각종 위험을 잘 헤쳐나간다면 한국은 인터넷 분야에서 선두 역할을 할 것이다.

Q: 인터넷기업 판도는 어떤가. 포털 서비스 업체의 사업구조가 워낙 비슷하지 않나?

A: 앞으로 몇 년 동안 여러 도전이 있을 것이다. SK가 라이코스를, 새롬기술이 프리챌을 인수하면서 경쟁이 더 심해졌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포털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에 따른 투자가 올 하반기부터 집행될 예정이며 기업들도 투자를 위해 돈을 쓸 것이다.

Q: 10년 뒤쯤 한국을 주도할 인터넷 5인방을 꼽을 수 있을까?

A: 불가능하다. 아마 기업에 물어봐도 마찬가지 대답일 것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인터넷기업 하면 수천 개 회사의 이름이 떠오르던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기업이라고 해도 그 숫자는 몇 개 없다. 새로 증시에 등장할 후보도 드림위즈와 야후코리아 정도다. 전자상거래에서도 옥션, 인터파크에 대응할 곳은 LG이숍, CJ몰로 압축된다.

Q: 1999년부터 코스닥팀에서 일하면서 인터넷의 부침을 지켜봤는데...

A: 1999년 10월 새롬기술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처음 냈다. 새롬기술이 코스닥에 등록한지 두 달만이었다. 당시 주가 9000원대였는데 나는 적정주가를 2만원으로 제시했다. 인터넷폰 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그 리포트도 어렵게 낸 것인데 당시 투기의 광풍이 불면서 새롬기술 주가가 28만2000원까지 올랐다. 나는 보고서를 낸 얼마 뒤 새롬기술을 추천종목에서 제외했다. 항의가 엄청났다. 또 2001년 3월에는 정식으로 새롬에 대한 비중축소 리포트를 내며 주가 거품을 경고했다.

Q: 그동안 인터넷기업을 평가하는 본인의 기준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은 어떤 잣대를 사용하나?

A: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이제는 시장이나 기업의 5~10년 뒤를 잘 보지 않는다. 2001년에는 인터넷기업의 성장 모멘텀이 상거래였다. 2002년에는 게임과 아바타 등으로 모멘텀이 확대됐고 광고미디어도 부각됐다. 인터넷 기업이 광고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광고를 기획, 수주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군 장갑차에 살해된 두 여학생 사건을 거치면서 온라인 광고가 위력을 발휘했다. 초기에만 해도 닷컴기업의 광고주는 다른 닷컴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프라인 기업, 또 소액광고주 등 새로운 광고주들이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접근이 성공한 셈이다. 과거에는 장기 전망치를 현재에 할인해 적용하는 DCF(Discounted Cash Flow),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PSR( price selling ratio)를 주로 사용했다. 그때는 PER를 적용하기 힘들었다. 이익이 마이너스니까 미래지표를 쓴 셈이다. 지금은 수익성 잣대인 PER를 쓴다. 인터넷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바뀐 셈이다.

Q: 가치투자가들은 여전히 인터넷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린다.

A: 인터넷 기업들이 가치투자가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추세가 바뀌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 기업에 주목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수익성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또 기관과 외국인이 이들 종목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도 지난 몇 개월 동안 시장평균수익률보다 높았다. 과거처럼 상한가 아니면 하한가 식의 극단적 주가 움직임도 많이 사라졌다. 지난해 처음 이익을 내고, 올해부터는 그 이익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Q: 한때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인터넷사업에 손을 댔다. 그러나 지금 내로라하는 인터넷기업중 대기업 계열사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A: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삼성이 하면 뭐든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삼성이 해도 안되는 게 있었다. 다음이 메일과 카페, 야후가 검색, 네이버가 게임 등 각자의 무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옥션도 인터넷상거래의 축을 마련했다. 대기업들은 이런 네티즌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것 같다. 다만 SK가 최근 무선인터넷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이 기업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Q: 인터넷기업 중 으뜸가는 CEO를 꼽는다면?

A: 다음의 이재웅 대표가 고집(?)도 있고, 사업도 잘 풀어나가는 것 같다. CEO보다 참모나 팀의 능력을 들자면 네오
위즈를 꼽겠다. 네오위즈는 지금까지 원클릭, 아바타, 게임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3타석 3홈런을 친 셈이다. 회사의 성장과정 등을 봐도 놀라운 점이 많다.

서정아 기자 banggl@dreamwiz.com

다음은 2002년 매출 2252억원, 영업이익 153억원, 영업현금흐름(EBITDA) 29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01년 매출(909억원)과 비교할 때 148%, 영업이익(2.6억원)은 5800%, 영업현금흐름(116억원)은 156% 성장했다.

옥션은 2002년 58억9000만원의 순이익을 내 2000년 서비스 유료화 이후 3년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2001년 순손실은 75억8000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366억원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55억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NHN은 지난해 12월 공정공시를 통해 "2002년 매출은 온라인 광고 345억원, 전자상거래 44억원, 게임 335억원 등 모두 740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00억원, 순이익은 210억원으로 예상했다. 올해 목표로 매출 13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순이익 400억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