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 동아건설 편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중략)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거다 그땐 그랬지”

그 동안 안타까운 얘기, 입맛만 다시게 하는 얘기, 그래서 읽기 싫은 얘기를 연재해서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만화 영화를 보면 가난한 주인공이 예전에 침몰한 보물선을 발견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얻게 되는 이야기가 간혹 나온다. 이런 유치한 이야기가 주식시장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놀랍게도 2000년 겨울의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만화 영화 같은 보물선 이야기였다. 그 당시로 돌아가 보자.

동아건설은 2000년 9월 말 자본잠식 상태일 정도로 회사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 결국 동아건설은 2000년 11월 1일 서울은행의 만기도래어음미결제로 부도가 발생했다. 당연한 이치대로 당시 주가는 300원 정도로 매우 낮은 상태였다. 그러나 2000년 12월 초 황당한 소문이 주식시장에 떠돌았다. 동아건설이 바다 속에서 러시아의 군자금을 실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돈스코이호에는 50-150조원의 금괴가 있고 동아건설이 이 중 5조원만 갖게 되어도 주당 순자산 가치가 84,360원이 되어 엄청나게 우량한 자산주가 된다는 논리였다. 회사 관계자를 비롯하여 일반투자자까지 이러한 소문을 믿었고 동아건설 주식은 폭등하였다. 17일 연속 상한가를 포함하여 300원대의 주가가 3265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1075원이었던 12월 18일 해양수산부가 “발견 물체가 선박인지 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광적인 투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동아건설의 보물선 소문은 허공 속에 사라지고 주식은 휴지조각(종가 30원)이 된 채 상장폐지 되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눈 앞의 수익에 약하다. 좋게 말하면 ‘투자에 열정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쉽게 동조하고, 시장 전체의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아건설의 보물선 사건은 시장 전체가 근거 없는 소문에 휘둘려 하나의 투기판처럼 변해버렸던 해프닝이다. 당시에 과연 발견한 철 구조체가 금괴가 가득한 돈스코이호가 맞는지부터 시작해서 러시아와의 소유권 분쟁문제 등 불확실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해양부에서 불확실함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3배 가량 더 상승했다. 동아건설의 보물선 사건 직후에도 현대종합상사의 아프리카 금광발견 사건으로 또 한번 투기판이 벌어졌으니 급등주식을 찾는 주식투자자에게는 학습효과도 없는가 보다.

p.s. 그러나 너무 스스로를 투기자로 몰아세우지는 말자. ‘금융투기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천재 과학자 뉴튼 역시 그 당시의 투기판에 뛰어들어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김두용 lamb20lamb@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