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산책 - 메모리 반도체의 이해 #2

지난 회에서 DDR, RDRAM, SDRAM등 메모리 반도체의 기본적인 제품 구성에 대해 알아 본 데 이어 이번 회에서는 플래시 메모리와 메모리 반도체의 산업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다.

- 폭발하는 시장, 플래시 메모리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는 DRAM이상으로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플래시 메모리란 기존의 재기록이 불가능한 롬의 개량된 형태로 램과 같이 데이터 읽고/쓰기가 모두 가능하고 저장된 데이터가 잔상 처럼 반도체 위에 남아있어서 기존의 롬처럼 전력 공급 없이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새로운 형태의 롬을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PDA처럼 앞으로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져나갈 첨단 기기들의 내장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매체로 플래시롬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플래시롬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8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의 반매비중은 8.1% 하락한데 비해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판매비중은 20.1% 나 증가하였다.

삼성전자에서 세계최초로 개발한 1기가 바이트급 플래시 메모리

플래시 메모리는 우표 한 장 크기에 기존 플로피 디스크에 수 백배에 달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하드디스크에 비해 열 배 이상 충격에 강하다. 최근 들어 칩 하나 당 용량이 1기가 바이트(백과사전 두 질 분량)를 넘는 플래시 메모리가 개발되면서 향후 플래시 메모리에 의한 모든 저장매체(하드디스크나 플로피 디스크,CD 등)의 완전 대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같은 용량에서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최대 4,5배까지 판매 가격이 높은 플래시 메모리의 판매 비중을 현재의 16%에서 2005년 매출 대비 4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향후 전략을 발표하여 본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향후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일본 소니社의 메모리스틱(Memory Stick)과 미국 업체들의 SD카드(Secure Digital) 진영 간에 시장 표준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니와 메모리스틱 공급을 체결한데 이어 플래시 메모리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샌디스크社와 최근 기술공유 협약을 체결하여 두 표준 모두에 개입하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표준안의 통일은 이를 이용하는 휴대용 디지털 기기 시장의 재편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표준안 경쟁에서 어느 편이 승리하느냐가 IT업계 전체 판도와 관련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플래시 메모리 두 표준안으로 인정되고 있는 소니의 메모리 스틱과 非소니 계열의 SD카드

플래시 메모리가 음악이나 영화 같은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휴대할 수 있는 매체로 떠오르면서 저작권과 관련된 보안 기술 역시 향후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결정할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메모리 스틱의 매직게이트(Magic Gate)방식이나 SD카드가 채택하고 있는 보안기술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음악이나 동영상 데이터에 대한 인터넷 공유가 일반화된 실정에서 새로운 저작권 보호 기술이 절실한 실정이다. 저작권 보호와 관련된 원천 기술을 확보한다면 향후 문화 상품 시장에서도 막대한 로열티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IT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시스템 성능 향상으로 인한 메모리 수요의 대용량화, 메모리 반도체 수요처의 다중화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첨단 기술의 선봉이며, 전도유망한 사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유망한 시장의 이윤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에서 300mm 웨이퍼 양산 체체를 위한 투자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00mm웨이퍼 공정으로 제작될 삼성전자의 1기가 바이트급 DDR램 모듈

기존 웨이퍼에 비해서 20% 이상 크기가 커진 300mm 웨이퍼는 새로운 고집적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보다는 기존의 반도체를 좀더 싼 가격에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는 웨이퍼에 회로를 집적시켜 제작하므로 좀더 큰 웨이퍼는 좀 더 많은 생산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무어의 법칙에서 18개월 마다 두 배 더 성능이 향상된 반도체가 탄생한다는 것은 바꿔 말해 18개월 마다 두 배 더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결국 기술 발전의 흐름 속에서 생산 단가를 누가 더 빨리 낮출 것인가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대형 웨이퍼 생산 설비와 같은 향후 핵심적인 투자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싸게’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도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시장 내에서 제품 구성의 첨단화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DRAM가격 추이를 보면 최근들어 기존 구형의 DRAM 가격은 급락하는 추세이나 DDR램의 경우 일정한 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메인 프로세서를 비롯한 컴퓨터 핵심 부품들의 성능 향상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고급화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DDR메모리의 대량생산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삼성전자나 독일의 인피니온, 대만의 난야 테크놀러지 정도가 현재 256메가 급의 DDR램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하이닉스나 마이크론처럼 거대 반도체 기업들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생산라인 확충이 미뤄지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같은 용량에서 DDR램의 가격이 기존 D램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DDR램의 비중이 낮은 이들 업체들의 수익성이 다른 선도 업체 들에 비해 1/2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1년간 DRAM 가격 추이

세계 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반도체의 가격과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대형 웨이퍼, 고속 D램,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 등에 대한 신규 추가 투자가 관련 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은 업계 1,2위 업체들 뿐이다.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여파가 불어올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엘피다 반도체(일본 NEC와 도시바의 합작법인),미쓰비시 반도체, 대만 프로모스테크놀러지가 연대 구축을 모색하고 여기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문까지 제휴관계를 구축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안티-삼성전자의 기치를 내건 거대 메모리 반도체 연합이 구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이들 반삼성 연합 업체들을 합친 것보다도 많고 이들 업체들의 연합 목적이 D램 시장 보다는 새로운 시장에서 공동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 내에서의 삼성의 위상은 크게 흔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에 시장 전체가 두 축으로 재편되면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하이닉스나 미국의 마이크론 그 밖에 군소업체들의 미래 전망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강대권 spemana@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