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 복합산업이 온다. - 모바일 전자상거래/금융 서비스

기술주 산책이 Tech Report라는 부제를 달고 테마와 현황 위주의 분석자료로서의 성격을 강화하였습니다. 쟁점이 될만한 기술 업종의 이슈들을 되짚어 보는 내용들로 꾸며가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한 경제신문과 국내 은행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이채로운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향후 가장 경계해야될 경쟁상대를 묻는 질문에서 자산가치 상위 4대 은행장 중 3명의 은행장이 이동통신사를 꼽은 것이다. 은행의 대형화와 자산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상대를 동종 업계에서 찾지 않았다는 것은 금융과 결합된 형태의 이동통신서비스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경제규모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의 증대와 결제 시스템의 고도화를 수반한다. ‘돈’의 회전이 빨라지지 않고서는 경제규모의 확대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전 국민의 63.8%(2002년 3월 기준)가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사람 중 84%가 무선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갖추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을 중심으로한 금융 시스템의 변화는 시대적인 대세로 보인다.

실제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금융서비스의 혁신은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이동통신 3사는 모두 IC칩이 내장된 ‘모바일 카드’를 발행하여 휴대폰을 통한 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적외선,블루투스 기술 등을 활용한 전자화폐,지불중개 서비스 등을 연내로 시행예정에 있거나 시행 중이다. 이에 대한 은행권의 반격도 시작되어 이동통신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항하는 은행권의 컨소시엄 구성이 논의 되고 있다.

[이 작은 핸드폰이 지갑에서 현금과 카드를 몰아낼지도 모른다]

-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상거래/금융서비스 구조

이동통신을 통한 상거래/금융서비스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물품구매나 서비스구입에 대한 결제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더 나아가 오프라인 상에서 무선통신을 통해 고객정보를 송신하여 거래대금을 지불중개하거나 송금/수납 등의 금융 서비스로 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전까지 이동통신사들을 온라인이나 휴대폰을 통한 상거래시 휴대폰 번호를 통해 결제해고 결제대금은 다음 달 이동통신요금에 추가로 청구되는 폰빌(phone-bill)서비스에 중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폰빌 서비스의 경우 사용범위가 유/뮤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상거래에만 국한되어 있고 또 휴대폰 요금에 합산되는 형식인 만큼 고액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재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고 실제 생활에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고 고액의 결제 금액 유통이 용이한 하드웨어(hardware)시스템의 구축단계에 접어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 시스템은 결제 정보를 금융기관으로 전송하는 휴대폰과 결제시 본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스마트카드, 그리고 실제 매장에 설치되어 휴대폰으로 결제 정보를 확인시키는 단말기로 구성된다. SK텔레콤은 이미 작년부터 신용카드에 휴대폰과 연결가능한 IC칩을 내장한 모네타 카드를 가입자들에게 발부하고 모네타 카드를 꼽을 수 있는 휴대폰을 시판하여 휴대폰을 통해 직접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KTF와 LG텔레콤도 신용카드 회사와 제휴를 통해 각기 KTF멤버스카드와 M플러스 카드를 출시하여 휴대폰을 통한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

휴대폰을 통한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려면 무엇보다도 시스템 자체의 표준화가 중요하다. 신용카드 단말기와 달리 휴대폰 결제 시스템에는 아직 통일된 표준안이 없기 때문에 실제 가맹점이 되는 매장에서는 이동통신사별로 각기 다른 단말기를 갖추는데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하고 또 교통카드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 통합 단말기의 선정도 문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의 단말기와 휴대폰 간의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에는 적외선을 이용한 irFM(Intraread Financial Messaging)방식과 현재 쓰이고 있는 교통카드 처럼 전파를 이용한 RF(Radio Frequency)방식, 그리고 차세대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로 주목되고 있는 블루투스(Bluetooth) 방식이 있다. 전송속도와 거리의 측면에서는 블루투스 방식이 우월하지만 이 방식은 휴대폰에 따로 칩을 내장해야 하기 때문에 기기의 소형화에 반하고 단말기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가 있다. SK텔레콤은 irFM방식의 단말기를 개발하여 LG텔레콤과 제휴를 맺었고, KTF는 독자적으로 RF와 irFM이 결합된 형식의 시스템을 개발하여 K.Merce라는 이름으로 지난 여름부터 상용화에 들어갔다. 단말기 정보 전송 방식과 더불어서, 휴대폰이라는 전자 지갑의 열쇠 구실을 하는 스마트카드의 표준안도 이동통신사별로 달라서 이것의 표준화 논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휴대폰을 통한 결제를 가능케하는 단말기들]

- 이동통신사와 은행권

휴대폰 번호로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인 SK텔레콤의 NEMO(네모)의 가입자 수가 11개월만에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그동안 이동통신사와의 소극적인 제휴를 통해 모바일 금융거래 서비스에 발을 들여 놓던 은행권에서도 위기감이 팽배해 지기 시작했다. 각 이동통신사의 잇따른 모바일카드(신용카드와 스마트카드의 결합형태) 출시에 이어 휴대폰 금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그간의 거의 모든 휴대 결제 시스템의 사업을 이동통신사가 주도해왔고 그러다 보니 수수료  분배에 있어서도 은행권이 수동적인 입장에 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금융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만 제공해주고 이동통신사의 성공적인 금융서비스 진출에만 도움을 주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하반기 들어 은행권의 컨소시엄을 통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직접 진출이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SK텔레콤의 NEMO운영에 대한 제휴 제의를 뿌리치고 2000년부터 개발한 핸드폰을 이용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를 벌여온 메일뱅킹시스템을 한달안에 NEMO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보완해 은행권 컨소시엄에 아무런 대가없이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바일 금융 서비스의 안정성,보안성 문제가 대두되고 핵심 기술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간에 시장 선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에 여러 업체가 동시에 시스템 구축에 나서 호환이 되지 않는 단말기 들이 보급될 경우 중복투자로 인한 자원 낭비가 일어날 것이며  금융서비스와 이동통신이라는 각자의 영역에 서로 무지한 두 주체가 무리하게 상대방의 영역으로 확장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규모의 확대와 인프라의 구축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의 존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이상, 관련 업체들끼리 최대한 빨리 표준안을 확정하여 중복투자를 없애고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빨리 정착시켜야 하며, 은행권과 이동통신사가 초기에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양자 모두 저비용으로 성공리에 시장에 진입하여 이동통신사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모바일 금융 시스템을 완비하여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강대권 spemana@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