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가 말하는 가치투자 키워드 - 2003년, 군자의 마음으로 투자하기

2002년은 2003년에게 너무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떠나간 것 같다. 일명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라고도 불리는 북한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인 불안을 비롯, 하이닉스 매각과 조흥은행 구조조정의 완결 등...

새 정부 출범까지 투자자에게는 그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고,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널려 있다. 이런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결국 2002년 마지막 거래일 증시 대폭락으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올해에도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또 그런 일들이 하나씩 가닥을 잡아나갈 때마다 증시는 수없이 오르내리며 출렁일 것이다. 어차피 모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면, 또 아무리 약삭빠른 투자자라 해도 모든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면 쉽게 주식을 던지고 포기하기 보다는 한 번 더 큰 틀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게 현명한 길이 아닐까 싶다.

군자 술이 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군자의 마음은 평탄하고 너그러우며, 소인의 마음은 항상 근심에 차 있느니라.” 군자는 큰 도리를 따르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편하고 너그럽지만 소인은 이기적이고 물질에 매여 살므로 언제나 두렵고 걱정스럽게 지낸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투자자들이 가치투자를 선택하고 따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치투자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투자를 통해 스스로 정당한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안정감도 가치투자의 무시 못할 장점인 것 같다. 정말 순수한 가치투자자라면, 이렇게 혼란스러운 순간에 가장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일 것이다.

<b><font color=green>“선비는 너그럽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 임무가 무겁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인을 자기의 임무로 맡았으니 또한 무겁지 아니한가? 죽은 뒤에야 그만둘 것이니 또한 멀지 아니한가?”</font></b> 이 말은 공자의 제자였던 증자가 한 말이다.

논어에서도 뜻이 깊기로 유명한 말이지만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여도 그 대강의 의미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투자라고 하는 것을 한 때의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만으로 시장이 채워져 있었다면 가치투자라는 개념은 존재하기 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투자가 하루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계속 연속성을 갖고 유지해 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치투자자의 또 다른 자세가 아닌가 싶다. 좀 너 길게 보고 멀리 본다면 순간 변화에 좀 더 초연해질 수 있다. IT버블이 한창일 때 ‘한물간 투자가’라고 놀림을 당했던 버펫을 떠올려본다. 투자는 한 때의 유행이 아니다.

너무 가치투자, 가치투자 하다보면 빠지기 쉬운 잘못 중의 하나가 바로 아집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늘 부족한 자료 속에서 혼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투자다. 넘쳐나는 정보는 자료는 될지 몰라도 판단을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스스로의 해석과 판단을 중시하는 게 가치투자다 보니 자칫 자신의 잘못된 해석과 판단을 끝까지 수정하지 않는 잘못에 빠지기 쉽다. 공자께서 평생에 걸쳐 끊어버린 일이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자의대로 하는 일이 없었고, 억지를 부리지 않았고, 고집하는 일이 없었으며 자기를 내세우는 일이 없었다.” 사절(四絶)이라 불리는 네 가지다. 원칙을 지키는 마음가짐에 유연함까지 더할 수 있다면 완벽한 가치투자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뭔가를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2002년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한 번 투자의 큰 틀을 생각해보며 한 해의 투자계획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공자의 말씀 한 마디를 더 적어본다. “지나가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이라, 밤낮없이 멎지 않는구나.”

강대권 spemana@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