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자공에게 이르기를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어, 자공이 “그렇습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그렇지 않다. 나는 오직 하나로써 관철하고 있느니라.” 하고 말씀하셨다.
논어 위영공(衛靈公)편 제 2절에 나오는 대화이다. 높은 인덕과 지성으로 세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공자가 스스로 밝히기를 자신의 지혜는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를 깨우쳐 응용하고 변형하여 통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배워 아는 것이 지혜라는 결과물의 산출을 위해 쓰여지는 일종의 투입비용이라면, 오직 하나의 배움으로 여러 가지 방면에 쓰일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최소의 투입비용으로 최대 산출을 얻는 ‘경제성의 극치’가 아닐까 싶다. 공자는 ‘오직 하나로써 관철한다’ 라는 말을 통해 군자라는 인간상이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논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뭔가 하나의 아이디어, 하나의 기술, 하나의 영업패턴으로 관련된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면, 사업을 추진하고 투자하는 입장에서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아이템으로 두 가지, 혹은 그 보다 더 많이, 일거양득,일거다득 할 수 있는 사업을 추구해야지 단기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는 아이템에 투자하는 것은 간단한 투입-산출 모델에 대한 이해 만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천5백년 전에 살았던 공자도 생각하던 이런 기본적인 경제논리를 투자 판단시에 쉽게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로써 관철한다’라는 원칙은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성을 검증하는 유용한 명제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사업영역을 확대할 때 기존의 벌이던 사업의 노하우를 약간 변형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방향이라면 군자의 미덕을 지닌 사업이라 할 만하지만 비전만 앞세우고 대규모 신규 투자와 발생해야만 하는 사업에 덜컥 진출한다면 이는 엄연한 악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반도체 수탁가공에 진출한 동부그룹이나 금융업에 경험이 없는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한 일들이 투자자에게 불안감을 주는 이들이 새롭게 진출하는 사업분야에서 자신의 역량과는 관계없는 새로운 ‘도’를 배우기 위해 치뤄야 할 값비싼 수업료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배움을 구하지 않고서도 두루 덕을 펼치는 군자의 풍모는 얼마나 고고한가.
(박스기사 같은 형식으로 위와 구별되게 처리해 주세요)
군자 같은 기업을 찾아라! - ‘오직 하나로써 관철하는’ 기업들
F&F ? 베네통 코리아에서 출발한 패션 업체인 F&F는 창업 초기부터 스포츠 캐쥬얼이라는 특유의 브랜드 철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스포츠 캐쥬얼이라는 아이템을 바탕으로 힙합 브랜드에서부터 여성 커리어 정장에 이르기까지 캐쥬얼적인 디자인 노하우를 접목시켜서 10여개의 브랜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10여개 브랜드 모두 독자적인 시장 영역을 가지면서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통합된다. ‘스포츠 캐쥬얼’이라는 한 가지 아이템을 다양하게 변용시켜 스스로의 역량을 확장시키고 전체를 아우르는 특성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의류업체이다.
디지아이 ? 코스닥의 대표 수출기업 중에 하나인 디지아이는 17년 제도기 제작 회사로 출발하여 97년 설계용 플로터를 구동시킬 수 있는 모터 기술과 잉크 분사 기술을 확보했다. 디지아이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97년엔 출력물 표면을 깎아내는 커팅플로터, 99년엔 직접 잉크를 분사하는 잉크젯 플로터, 2002년엔 섬유/직물에 디자인을 직접 인쇄하여 재단하는 어패럴 플로터를 차례로 출시하여 평균 50%가 넘는 매출액 성장률과 4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구가하고 있다.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고 여러 가지 제품군을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강대권
spemana@itooza.com
* 저번보다 분량이 좀 많습니다. 다른 면에 계속.. 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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